이재오 "연내 개헌해야", 마침내 '개헌 점화'
친이, 세종시 출구전략으로 개헌 가동. 친박 "2차 박근혜 죽이기"
이 위원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이제는 정권의 기본틀과 기본철학이 갖춰졌으니까 중도실용의 친서민이라고 하는 정권의 기조가 잡혀졌으니까 거기에 따르는 경제정책이라든지, 대외정책이라든지, 남북정책, 이런 틀은 다 잡혔으니까 이제 나머지 해결해야 될 점은 역시 정치개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정치개혁이라 그러면 헌법에서부터, 개헌부터시작해서 정당선거, 이 모든 게 다 정치개혁에 들어가지 않겠나"라며 "글쎄, 내 생각에는 금년 연말까지는 해야 되지 않겠나"라고 연내 개헌을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개헌 형태에 대해선 "그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겠다"고 말을 아꼈다.
친이계에서 개헌론을 제기한 것은 이 위원장이 처음은 아니다.
주호영 특임장관은 지난 17일 국회에 출석해 이 대통령이 올해 추진할 과제 중 하나로 '개헌'을 꼽았다. 이 대통령도 지난 1월4일 대국민 신년연설에서 '정치선진화'를 올해 추진할 5대 과제 중 하나로 설정하며 연내에 선거구제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친이 직계인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은 한걸음 더 나아가 최근 <중앙일보>와의 설문조사에서 "내각제로의 개헌"을 주장했다.
김형오 국회의장도 6월 지방선거가 끝나면 7월부터 개헌을 공론화해 연내에 개헌을 마무리짓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처럼 친이 진영에서 개헌론에 불을 지피는 와중에 여전히 '2인자'로 불리는 이재오 위원장이 '연내 개헌'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친이계의 개헌 드라이브가 이제 본격 시동이 걸린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문제는 향후 개헌 역시 세종시와 비슷한 계파갈등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친이계는 정두언 의원이 노골적으로 드러냈듯, 2원집정부제 또는 내각제를 내심 희망하고 있다. 친박은 현행제도 유지 또는 4년 중임제를 선호한다. 이는 친박 진영에는 박근혜 전 대표라는 강력한 대권후보가 있는 반면, 친이진영에는 없기 때문이다.
친이는 야권에도 내심 2원집정부제나 내각제를 선호하는 세력이 상당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박 전 대표에게 필적한 대권후보가 없기란 야권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이계가 내각제 또는 2원집정제를 강행할 경우 정국은 세종시 이상의 파란과 격돌을 예고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이미 여러 차례 "수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밝혔고, 친박은 이같은 개헌 시도를 박 전 대표에게 정권을 넘겨줄 수 없다는 '제2차 박근혜 죽이기' 공세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친박 원로의원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친이계에서는 세종시 수정 시도가 무산될 경우, 세종시 이슈를 덮는 한 방안으로 개헌 이슈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청와대 말대로 반대파들이 일을 못하게 하는 게 아니라 제 스스로 발목을 잡아 일을 못하게 만드는 형국"이라고 힐난하며 대파란을 경고했다.
한나라당의 중립 중진의원도 "친이가 세종시 출구전략의 일환으로 개헌론을 끌고 나오면 세종시 문제보다 더 복잡한 양상으로 갈등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극심한 정치혼란이 예상된다"며 "이런 식으로 가다간 올해내내 정치 공황상태가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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