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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울리고 웃긴 '미국의 꼼수'

4강 탈락 불구 한국야구 큰 인상 남겨

아쉬운 경기였다. 한국은 일본을 두 번이나 이겼지만 단 한번 지고 결승진출이 좌절 되었다. 하지만 한일전 경기에 져서 아쉬운 것만은 아니다. 이해 할 수 없는 경기진행 방식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2009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은 또 다시 열리겠지만 지금과 같이 미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경기운영 방식은 개선돼야 할 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희한한 대진표 한국을 울리다

미국은 ‘야구의 국제화’를 내걸고 이번 월드베이스볼 클래식을 준비했다. 미국은 그들이 결승전까지 손쉽게 갈수 있도록 각본도 짜놓았다.

하지만 미국은 2라운드 탈락이라는 수모를 당해야 했다. 미국기자의 말대로 “미국이 2라운드에서 떨어진 것은 잘된 일”이었다. 미국이 결승에 진출했다면 그들의 각본이 더 많은 비난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각본이 한국을 울렸다.

4강진출이 좌절된 미국선수의 침통해 하는 모습ⓒ연합뉴스


미국은 그들이 가능한 쉽게 결승전까지 가도록 대진표를 작성했다. 1조에는 일본과 한국을 넣고 2조에 미국과 멕시코 3조에는 쿠바와 푸에르토리코를 4조에는 베네수엘라와 도미니카공화국을 배정했다. 1라운드에서 쿠바나 도미니카 공화국을 만나지 않기 위한 꼼수였다.

그들의 치졸한 꼼수는 2라운드에서도 적용됐다. 메이저리그 투수들로 즐비한 도미니카 공화국과 아마 최강이라 알려진 쿠바를 2라운드에서 맞붙게 했다. 계획대로라면 미국은 한국과 일본 중 한 팀과 4강에 진출했을 것이다.

4강 크로스 토너먼트 규칙을 적용했을 경우의 대진표


그들의 희한한 대진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미국이 4강에 간다면 쿠바나 도미니카 공화국과는 맞붙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크로스토너먼트 즉 A조 1위가 B조 2위와 붙는 방식을 택하지 않고 같은 조의 1위와 2위가 결승전을 가기위해 맞붙는 전례 없는 대진표를 짰다.

결과론이지만 한국은 이 희한한 대진표의 희생자가 되었다. 8강 토너먼트에서 1위를 해도 아무런 이득이 없었다. 대신 영원한 숙적 일본과 3차례나 맞붙게 됐다.

영원한 숙적 일본, 상처를 받다

세계대회에서 통용되는 크로스토너먼트 방식을 따랐다면 우리와 일본은 결승전에서 맞붙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오늘의 경기가 이렇게 아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2라운드까지 일본과 두 번이나 이긴 한국 팀은 정신적 부담을 갖고 또 다시 일본과 싸워야 했다. 하지만 일본은 손해 볼 것이 없었다. 아마 오 사다하루 감독은 “약한 팀에게는 긴장하고 강한 팀에게는 여유를 갖고 경기하라”는 김인식 감독의 말을 일본선수들에게 해 주었는지도 모른다.

16일 한일전 도중 한숨 쉬는 오 사다하루 일본 감독ⓒ연합뉴스


반면 한국은 또 이겨야 한다는 엄청난 정신적 부담이 있었을 것이다. 병역특례까지 허락해준 국민의 기대에 보답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한국 야구는 이번 대회의 진정한 승자였다. 우리 야구를 더블에이 수준으로 얕잡아 보던 미국인들에게 우리의 가능성을 보여준 좋은 기회였다. 4강 한일전 또한 비록 졌지만 멋있는 경기였다.

박찬호 선수가 말했다. “정말 멋진 경기였다. 이번엔 우리가 일본에 지긴 했지만 이전에 일본에게 두 번 이겼다. 일본은 그 패배로 많은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우리를 이겨 체면치레는 했겠지만 일본도 우리 야구의 진정한 힘을 보았을 것이다.

우리는 다시 3년을 기다릴 것이다. 이번 대회로 한국 팀은 많은 것을 얻었다. 더 많은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을 것이고 우리 팀은 분명 지금보다 더 강해져 있을 것이다. 다음에는 희한한 대진표의 희생자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우리는 다시 ‘대~한민국’을 힘차게 외칠 것이다.
임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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