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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언론들 "고이즈미 참 한심"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인디펜던트> <리베라시옹> 맹성토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에 대해 국제여론이 일본의 군국주의적 성향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거세게 비판하는 등 반일여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은 고이즈미의 도발적 행동이 일본을 동아시아에서 더욱 고립시킬 것이라고 비판했고, 유럽의 <인디펜던트> <리베라시옹> 등은 과거 전쟁을 미화한 유럽지역의 극우파를 예시하며 고이즈미 총리가 전범들을 미화하며 선전포고를 했다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전세계 주요언론 일제히 고이즈미 맹성토

<뉴욕타임스>는 16일자 도쿄발 기사에서 “고이즈미 총리가 주변국들의 경고를 무릅쓰고 정치적으로 민감하고 외교적으로 폭발적인 날 아침 야스쿠니를 참배했다”며 “과거 일본의 제국주의시절과 연계된 전쟁기념시설인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함으로써 결국 주변국인 한국과 중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키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고이즈미 총리는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결국 이번 참배로 한국과 중국을 감정을 극도로 악화시켰고 왜 이들 주변국들이 더 강해지려는 일본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과거의 기억들과 함께 보여줬다”며 “국내적으로는 정치적 승리를 가져다 줄지 모르지만 일본을 동아시아에서 더욱 고립시키는 도전적 행동을 계속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또 “미국 관리들도 연례적인 참배로 중국과의 관계를 필요없이 긴장시키는 데 대해 우려하고 있다”면서 “고이즈미는 점점 호전적인 방식을 택할 뿐 아니라 자신을 비판하는 여론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일본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의 지위를 획득하려는 노력에 대해 이들 나라들이 반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이즈미 총리는 자신이 이들 국가의 지도자들을 만날 준비가 돼있다고 밝히고 있다”며 “특히 고이즈미 총리는 이들 국가의 반발에 대해 도리어 한국과 중국이 관계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이즈미의 야스쿠니 신사참배 직후인 15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시민과 학생들이 이를 규탄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


<워싱턴 포스트>도 “그의 이번 ‘도발적’ 참배는 그 같은 행위가 ‘일본의 군국주의 과거에 대한 미화’라고 비판해 온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고별사’”라고 평가하고 일본과 다른 주변국 사이의 갈등이 첨예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의 <인디펜던트>는 16일자 칼럼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정기적으로 히틀러의 전시 지하벙커를 방문한다면, 영국과 세계 각국이 가질 불쾌감을 상상해 보라”며, “고이즈미 총리는 많은 일본인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양심에서 불편한 진실을 털어내기로 했다”고 비판했다.

<인디펜던트>는 이번 참배가 “자민당 지지세력의 5분의 1이 2차 대전 참전군인과 직접 관련이 있는 점을 고려한 정치적 결정”이라고 분석했다.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 역시 16일 사설 '오래된 귀신들'에서 “프랑스 집권 대중운동연합(UMP)이 2005년 식민정책의 긍정적 성격에 관한 법안을 채택한 전례가 있었으며, 이같은 역사 수정주의는 아주 널리 퍼진 유혹”이라며 “고이즈미가 자신이 영광스럽게 생각하는 전쟁에서 저질러진 범죄의 긍정적 성격들을 감히 공개적으로 말하지는 않겠지만 그 의도는 같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이는 '기억의 깊은 곳에 달콤하게 포장된 선전포고'와 같다”라며 "사람들이 권력의 자리에서 곧 떠나는 고이즈미를 빗질을 하며 열심히 멋을 내는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하는 인물로 기억하고 싶었겠지만, 불행하게도 그는 머리 다듬는 것을 제외하곤 현대 유럽에서 잘 알려진 수정주의자 외르크 하이더(오스트리아 극우 정치인)와 많은 것들을 공유하고 있다"고 거세게 비난했다.

<리베라시옹>은 "야스쿠니의 '오래된 귀신들'을 되살아나게 하는 것은 미래를 준비하는 최악의 방식이다. 중국에서 가장 편협한 민족주의 조류의 복귀를 정당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고이즈미 총리가 전사자들과 그들의 범죄를 명예롭게 하면서 상대를 조롱하고 야유하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의 <신화통신>은 고이즈미 총리가 일본과 아시아 관계사에 있어 ‘반면교사(反面敎師)’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고, <인민일보> 역시 논평에서 “이제 막 약간의 온기를 되찾으려는 중·일 관계에 다시 어두운 그림자를 덮어씌웠다”고 지적했다.

호주의 일간 <에이지>는 고이즈미의 행동으로 인해 “후임 총리는 일본이 국제 문제에서 더 큰 일을 할 자격이 있는지를 비판적으로 보는 국제사회를 다시 납득시키는 일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일본 <아사히>도 "고이즈미 참 한심"

일본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는 거세게 나오고 있다.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은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에 관한 ‘변명’을 5개항에 걸쳐 반박하며 야스쿠니 문제는 ‘하나의 의견 차이’가 아니며, 과거 침략과 식민지 지배를 일본의 정치지도자가 어떻게 받아들이냐 하는 역사인식의 문제와 직결돼 있다고 지적했다.

<아사히신문>은 또 이날 사설에서 “고이즈미 총리가 ‘A급 전범을 위해 가고 있지 않다’라고 했으나, 이것이 국내적으로도 국제적으로도 통용되는 도리가 아닌 것을 총리는 끝까지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다. 총리는 곧 바깥 무대로 떠난다. 5년여에 걸친 고이즈미 정권의 결말로 이런 참배가 강행된 것을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고이즈미 총리를 성토했다.

이 신문은 이어 “앞으로 한 달 지나면 끝날 정권이니까 외교나 내정에 대한 영향이 적을 것이라고 본 행동이었다면 더욱 한심스럽다. 6회에 걸친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는 오류였다. 전몰자 추도라는 큰 문제로 국내에 균열을 낳아 편협한 국수주의를 자극해 외교를 벽에 부딪히게 했다”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아사히신문>은 또 17일에는 고이즈미 총리에 대한 비판발언에 대해 일본 우익단체의 방화로 가토 고이치(67.加藤紘一) 집권 자민당 전 간사장의 자택과 사무실이 전소된 사건에 대해 “전쟁 전 총리 등 정치가들이 차례로 테러로 쓰러져 정당 정치가 붕괴됐다. 그렇게 어두웠던 시대를 두 번 다시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도 테러를 허락해서는 안된다”며 고이즈미 총리를 비롯한 극우파들이 촉발시키고 있는 일본 사회의 극우보수화 경향에 대해 경고했다 .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일본 국내는 물론 미국과 유럽, 중국, 호주 등 세계 각국 언론들까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일본은 동아시아 뿐 아니라 세계에서 비판과 함께 고립될 가능성이 더 커지면서 동북아시아의 불안정성이 더 커졌다는 것이 이들 언론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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