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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야구사 새로 쓰는 김인식의 '토종 리더쉽'

"약팀에겐 긴장하고, 강팀에게 마음 푹 놓고 경기"

최근 한국야구를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 6전 전승이라는 경이적인 성적으로 4강 준결승에 올려놓은 김인식 감독의 리더쉽이 세간의 큰 화제가 되고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신화를 이끌었던 거스 히딩크 감독의 '히딩크식 리더쉽'이 재계와 정가를 강타했던 것과 흡사하다.

히딩크 감독과 김인식 감독이 축구와 야구라는 각기 다른 종목의 지도자이긴 하나, 두 감독 공히 한국대표팀을 맡아 불가능해보이던 '꿈'을 현실로 이루어냈다는 점에서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동시에 김감독은 히딩크와 다른 '토종 리더쉽'의 지도자이기도 하다.

한 번 믿으면 끝까지 믿어주는 '무한신뢰 리더쉽'

히딩크 감독은 2002년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발굴해 낸 최진철, 송종국, 김남일, 박지성 등 당시에는 무명에 가까웠던 선수들을 대표팀에 합류시키고, 전지훈련에도 동행시켰다. 이들은 전지훈련 기간 중 가진 외국의 강호들과의 평가전에서 번번히 실수를 범하면서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그러나 히딩크는 이들의 플레이를 지켜본 축구팬들과 언론의 뭇매를 맞아가면서도 자신이 발굴한 신예선수들을 '믿음'으로 지켜냈다. 그 결과 2002년 월드컵 본선무대에서는 이들 신예 선수들이 추축이 되어 세계4강이라는 믿기지 않는 신화를 만들어 냈다.

한국대표팀을 WBC 4강에 올려놓은 김인식 감독 ⓒ연합뉴스


김인식 감독 역시 ‘믿음’의 야구를 하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지난 일본과의 지역예선에서 경기 내내 부진했던 이승엽을 끝까지 믿고 경기 막판까지 기용한 결과 이승엽은 8회 극적인 역전 결승홈런을 치며 김감독의 믿음에 화답했다. 또한 대회기간 내내 부진한 모습을 보이던 이병규를 끝까지 믿고 선발출장시킨 결과, 이병규는 지난 16일 일본과의 8강리그에서 안타를 기록하며 2대 1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진인사 대천명'이라는 말도 있듯 때를 기다려주면 반드시 보답할 것이라는 김인식 감독 특유의 ‘기다릴 줄 아는 지혜’가 없이는 만들어 낼 수 없는 극적인 장면들이었다. 결국 선수와 감독 사이에 형성된 ‘말하지 않아도 아는’ 무형의 신뢰감이 피를 말리는 승부처에서 최고의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이다.

김인식의 '토종 리더쉽', 중요한 승부처에 던지는 단 한마디

히딩크와 다른 점도 있다. 김인식 감독은 평소 작전에 대해 이런저런 간섭을 잘 하지 않는다. 미리 준비한 선수기용과 작전이 준비한대로 경기장에서 펼쳐지는지 지켜보고, 경우에 따라 코치진의 의견을 듣고 결정할 뿐이다.

한국 가정의 전통적인 가부장은 ‘침묵의 카리스마’와 맞닿아 있다. 집안의 큰 어른은 평소 집안의 소소한 일에는 말을 아끼지만, 가족의 어떤 중요한 일을 결정해야 하는 순간에는 가끔씩 마음에 담아둔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 메시지는 곧 가족의 원칙이 되고 법이 된다.

김인식 감독에게선 세계적인 명장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깔끔하고 매끈한 세련미를 찾아보긴 힘들다. 경기 내내 어딘지 모르게 불만섞인 어정쩡한 표정과 어눌한 옷차림이 전부다. 그러나 외국인 용병조차도 김감독 앞에선 그저 순한 양으로 돌변하며 그에게 존경을 표한다. 한국인 특유의 가부장적인 카리스마와 리더쉽을 외국에서 온 용병들조차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평소 돌출행동 잘하기로 소문난 한화의 용병 데이비스가 김감독 앞에서 느닷없는 충성맹세를 한 일화는 야구계에서 유명하다.

평소에 시시콜콜한 간섭보다 중요한 순간에 던지는 ‘한마디’의 위력이 곧 리더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2002월드컵 4강신화를 일궈낸 거스 히딩크 감독 ⓒ연합뉴스


이런 점은 끊임없이 선수들에게 자신의 스타일을 주입시키고, 적절한 언론 플레이와 강력한 카리스마로 선수단 전체를 장악하며, 끝까지 본인이 정한 로드맵대로 팀운영을 관철시켰던 히딩크의 세련된 스타일을 바탕으로 한 리더쉽과는 차이가 나는 대목이다. 그런 면에서 김인식 감독의 리더쉽은 일종의 '토종 리더쉽'이라 할 수 있다.

김인식의 '허허실실' 야구철학에 미국기자들 진지한 반응

지난 15일 WBC 8강리그 A조 한국과 미국의 경기에서 우리팀이 미국에게 7대 3 충격의 패배를 안긴 직후 기자회견장의 미국기자들은 한국팀의 김인식 감독에게 그의 야구철학에 대해 물었다.

잠시 난감한 표정을 지어 보인 후 “철학적일 것까지는 없고…” 라면서 운을 뗀 뒤 김인식감독이 내놓은 답변은 철학적이라기보다는 농담에 가까웠다.

“ 약팀과 상대할 때 긴장하고, 강팀과 상대할 때 마음 푹 놓고 한다.”

"약팀이라 생각하는 상대에겐 방심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플레이하고, 강하다고 생각하는 상대에겐 져도 본전이라는 여유를 가지고 마음 편하게 플레이하라"는 김인식 감독 특유의 배짱과 겸손함을 드러난 표현이자, 그가 지닌 리더쉽의 원천을 보여주는 한마디였다.

미국기자들은 김감독의 메시지를 진지한 표정으로 받아들였다. 한국야구를 마이너리그급으로 치부하며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미국이 뒤늦게 보인 자성어린 반응이었다.

미국대표팀은 지금 한국과의 4강전에 대비해 홈런왕 배리 본즈(샌프란시스코)와 에릭 차베스(오클란드)를 대표팀에 긴급투입하기로 하는 등 최강의 전력을 구축하기 위해 분주하다. 그러나 "강팀과 상대할 때 마음 푹 놓고 하는" 김인식 야구에 과연 미국의 총동원령이 얼마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만큼 김인식 야구의 잠재적 폭발력은 예측불허이기 때문이다.
임재훈 기자

댓글이 2 개 있습니다.

  • 0 0
    천지창조주

    https://youtu.be/xMrz078PGX0

    배고프시죠? 밥먹으러 오세요

  • 2 2
    방위출신

    리더쉽이 아니라
    리더십이 맞습니다. 참고하시길.
    (오자는 기사의 신뢰성에 상처를 주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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