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미국, 죽었던 북한을 걸어다니게 만들어"

국제위기그룹, '미국엔 북-미대화, 한국엔 인도지원 촉구'

국제분쟁 조정을 전문으로 하는 중도 성향의 비정부기구(NGO)인 국제위기그룹 (ICG, International Crisis Group)은 "북한의 고립이 심화될 경우 추가 미사일 발사나 심지어 핵 실험까지 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할 수 있는 명분을 주라고 미국 부시 정부에 조언했다.

“미국, 죽었던 북한을 걸어다니게 만들었다”

국제위기그룹(회장 가렛 에반스)은 9일자 브뤼셀과 서울발로 된 ‘아시아브리핑-북한 미사일 발사 이후: 핵 대화는 회복 불능인가' 라는 보고서를 통해 "미사일 시험발사 이후 더욱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 주변국들의 제재로 고립이 깊어질 경우 북한은 대립을 더욱 부추기는 길로 나아갈 수 있다"며 미국에 대해 적극적 북-미 대화 노력을 촉구했다.

그룹은 보고서를 통해 미국에 대해 "그동안 북한과의 협상을 통해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상황에서 북한을 경제제재를 통해 압박해 붕괴 또는 체제전환을 시도하고, 6자회담 이외의 장소에서는 만나려하지 않은 데다 인권문제까지 끌어들이면서 결국은 ‘죽었던 이가 걸어다니는’ 상황으로 악화시키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그룹은 따라서 “미국과 북한이 융통성을 보여 협상을 곧 재개하지 않을 경우 양쪽은 충돌로 치닫을 수 있으며 한국은 중간에서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며 “미국이 위조지폐 제조 의혹과 관련해 동결한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의 북한 계좌 동결조치를 해제하고, 한국은 미사일 시험발사 이후 유보한 쌀과 비료 등 인도적 지원을 재개할 것”을 제안했다.

그룹은 또 "부시 행정부가 6자회담만을 전담하는 특사를 임명해 그에게 행정부 내부의 대북한 정책을 조율하면서 협상을 벌일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며 "6자회담 전담 특사의 우선과제는 북한의 핵 계획을 종식시키는 것이어야 하며 미사일과 인권, 화생방 무기, 병력감축, 불법행동 등 북한과 관련한 다른 현안들은 다음순위로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이를 위해 특사가 북한을 방문해 비공식 양자대화를 열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룹은 또한 "북한체제는 불안정하고 외부의 자극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만큼 부시 행정부는 군사행동을 포함한 모든 선택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위협 발언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비방하는 발언은 자제하는 것이 북한 문제의 외교적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국제위기그룹의 가렛 에반스 회장 ⓒ ICG


"한국정부, 미국과 일본에 대한 비판 자제해야"

그룹은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사용하지 못하면 경제지원을 해도 그 성과를 보장할 수 없다"면서 "대북 협력 확대 문제를 북한의 6자회담 복귀에 연계시킬 것"을 권고했다. 그룹은 "최근 상황 악화로 한국과 중국은 조건없는 포용정책을 통해 북한을 끌어내려던 상황이 점점 실패로 돌아가고 있음을 서서히 깨닫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룹은 또한 "한국 정부가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이후 쌀과 비료 지원을 유보한 것은 북한에 강한 메시지를 보낸다는 차원에서 이해할 수 하지만 재고돼야 한다"고 쌀-비료 추가지원 중단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룹은 "지금은 과거 어느 때보다 북한에 대한 공동전선이 필요한 때"라면서 "북한이 6자회담 당사국들 사이의 견해차를 활용하는 것을 더이상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룹은 그런 맥락에서 북한 미사일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에 대한 한국정부의 비판 자제를 주문하기도 했다.

그룹은 결론적으로 미국정부에 대해선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 아시아 은행의 북한 계좌 동결조치 해제 ▲6자회담만을 전담하는 특사를 임명해 대북한 정책을 조율하면서 협상을 벌일 수 있는 권한 부여 ▲ 군사행동 등에 대한 위협발언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비방하는 발언 자제 등 3가지를 실행할 것을 요구했다.

그룹은 또한 다른 어떤 나라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 놓인 한국정부에 대해선 ▲대북 협력 확대 문제를 북한의 6자회담 복귀에 연계 ▲ 남북한 협력과 핵 및 미사일 문제를 연계시키지 않는 인도적 지원 재계와 북한 수해에 대한 인도적 지원 재개 ▲ 비확산 안전보장협정에의 적극 참여를 통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1695의 이행을 적극 지지 ▲ 미국과 일본 등 6자회담 참가국에 대한 비판 자제 등 4가지를 이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북한 관련 보고서를 올려놓은 국제위기그룹 홈페이지 ⓒICG


국제위기그룹은 국제 분쟁지역의 상황을 현장 조사와 분석을 통해 분쟁 방지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펴는 기구로 브뤼셀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1백20여명의 전문가들이 세계 각 지역의 분쟁조사 및 연구에 나서고 있다. 한국은 동북아 지역문제를 담당하는 피터 벡 연구원이 전담하고 있다.
김홍국 기자

댓글이 0 개 있습니다.

↑ 맨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