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황금채널 종편'에 노골적 야심
노림수는 지상파 사이 '홈쇼핑 채널', 해당 기업들은 설레설레
"<조선>의 타깃은 황금채널 종편"
<조선일보>가 방송 진출을 준비하며 세운 원칙은 자신이 1대 주주가 돼야 한다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원칙 때문에 지상파 진출은 일찌감치 접었다. 1대 주주가 되는 데 너무 많은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당초안은 신문이 지상파 지분 20%를 소유토록 한다는 것이었다. 이 안대로 할 경우 <조선일보>가 지상파 1대주주가 되는 데에는 최대 1조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조선일보>에는 이만한 돈이 없다. 보유현금과 코리아나호텔 등 부동산을 합쳐도 이만한 돈을 조달할 길이 없다. 유일한 길은 신문사 상장이나, 상장은 기피대상 1호다.
그래서 <조선일보>는 일찌감치 지상파 진출을 접었다. 한나라당 최종안이 지상파 지분 10%로 낮춰질 수 있었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게 정가의 정설이다. 한나라당의 한 문방위 의원은 솔직하게 "<조선>은 애당초 지상파에 관심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대신 <조선일보>는 상대적으로 돈도 덜 들어가고 저항도 적은 '종합편성 채널'로 타깃을 삼았다. 종편은 케이블TV 방식을 택할 뿐, 뉴스와 드라마, 오락 등 지상파와 똑같은 편성을 할 수 있다.
<조선일보>는 종편 성공의 관건을 '채널'로 보고 있다. 현재 MBC-KBS-SBS로 이어지는 지상파 채널 사이마다 케이블 홈쇼핑 채널이 자리잡고 있다. 이 가운데 하나만 차지할 수 있으면 '공중파 못지않은 종편'을 단기간내에 만들 수 있다는 게 <조선>의 판단이다. 시청자들이 공중파 채널을 돌리다가 '신생 종편'을 접하면서, 단기간에 공중파와 동일한 영향력의 방송매체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황금채널 종편' 전략이다.
문제는 케이블 홈쇼핑 채널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 '종편으로의 전환'에 별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다. 홈쇼핑 채널은 말 그대로 황금알 낳는 거위로, 채널 보유기업에 조단위에 가까운 수익을 올려주고 있다. 이런 마당에 수익성도 낮고 정치적 잡음도 부담스러운 종편에 뛰어들 생각이 없는 것이다.
때문에 <조선>은 이들과 최고위층 차원의 물밑 접촉을 수년째 갖고 있으나, 아직은 별무성과로 알려진다.
23일자 지면에 드러난 <조선>의 야심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은 '황금채널 종편'에 사활을 걸고 있는 분위기다. 미디어법이 통과된 뒤 발행한 23일자 <조선일보> 지면에 그 야심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조선일보>의 3면 톱기사 제목은 <지상파 버금가는 '종합편성 채널' 2개 나온다>이다. <조선>은 기사를 통해 "이번 방송법 개정안의 핵심은 새로운 종합편성 채널 사업자가 등장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이라며 "정부는 현재 최대 2개까지의 종편 사업자를 선정한다는 방침으로, 다음 달중 사업자 선정 기준을 마련해 올 12월까지 새로운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조선>은 이어 "새롭게 등장하는 종편 사업자가 위성이나 케이블TV 사업자들로부터 좋은 위치에 채널 번호(예를 들어 MBC에 이어지는 12번 등)를 받을 경우 아주 짧은 시간에 지상파 못지않은 영향력을 가질 수도 있다"며 '황금채널 종편'에 노골적 야심을 드러냈다.
<조선>은 이어 "그러나 이런 '황금채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드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종편 채널이라 할지라도 수많은 케이블채널중 하나로 전락해 현재의 PP(방송채널사업자)들처럼 1~2%대 시청률을 전전할 수 있다"며 '황금채널' 확보가 최대 관건임을 거듭 강조했다.
<조선>은 3면에 <방송진출 후보기업은-방송시장 발 담근 SK-KT-CJ-태광산업 등 거론>이란 기사를 통해 방송 진출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을 열거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들중 상당수가 그동안 <조선>이 방송 진출의 파트너로 삼기 위해 물밑접촉을 해온 것으로 알려진 기업들이란 점이다.
미디어법 통과로 <조선>의 방송진출 행보는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중앙일보>의 공격적 행보도 예상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열세이긴 하나 <동아일보>도 꿈틀댈 전망이다. 하지만 그들이 넘어야 할 현실적 장벽은 <조선> 23일자 기사를 통해서도 감지할 수 있듯, 산 너머 산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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