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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건설노동자들 “인권위 문턱넘기가 이리 어렵나”

고 하중근 대책위, 항의서한 접수 위해 경찰과 30분 실랑이

“진상조사를 미루는 인권위에 항의서한 전달하는데 경찰이 왜 막나.”(대책위 관계자)
“범죄예방 차원에서 나왔다. 대표자들 외에 누구도 들어갈 수 없다.”(경찰 관계자)

9일 오전 서울시 중구 무교동 금세기 빌딩 국가인권위원회 앞. 51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포항지역건설노조 파업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관계자 20여명이 인권위 출입을 통제한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공대위는 이날 오전 10시 인권위 앞에서 고 하중근씨 관련 진정에 대한 조속한 조사개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뒤 인권위에 항의서한을 전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경찰 50여명은 이들의 기자회견이 끝나기도 전에 인권위가 위치한 금세기 빌딩의 모든 통로와 엘리베이터 등 인권위로 통하는 모든 통로를 차단하고 일반인들의 출입마저 불허했다.

이 과정에서 공대위는 “인권위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는 게 경찰이 막아설 일인가. 경찰의 폭력에 의해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이번 사안에 대해 조속한 조사를 촉구하는 것은 기본권의 영역”이라고 항의하며 경찰 관계자와 실랑이를 벌였다.

"언제부터 인권위가 경찰의 비호를 받으며 시민들 통제했나"

포항에서 상경한 한 건설노동자는 “언제부터 인권위가 경찰의 비호를 받으며 시민들을 통제하게 됐냐”고 분통을 터트리며 “직접 현장으로 내려와 건설노동자들이 어떻게 공권력의 탄압을 받고 있는지 확인하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입구 봉쇄의 이유를 묻는 공대위 측에게 여러 차례 말을 바꾸며 거짓 해명을 하고 나중에는 “범죄 발생 우려가 있어 막는 것”이라고 막말을 해 공대위 측의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공대위 관계자와 8일부터 상경투쟁에 돌입한 포항건설노조 조합원 20여명이 경찰의 인권위 출입 봉쇄에 항의하며 대치하고 있다.ⓒ뷰스앤뉴스


경찰은 처음에 금세기 빌딩의 소유주가 시설물 보호요청을 했고 인권위 측에서도 출입차단을 요청해왔다며 입구 봉쇄를 풀지 않았다. 하지만 이 같은 경찰의 주장은 현장에 나온 인권위 관계자가 경찰 측에 출입 차단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밝혀 허위였음이 드러났다.

경찰은 다시 “범죄 발생 염려가 있고 시민단체들의 점거가 우려돼 막을 수밖에 없다”며 말을 바꿨고 이에 공대위는 인권위 앞에서 경찰과 대치하며 경찰 병력의 철수를 요구했다.

결국 공대위와 경찰의 실랑이는 30여분만에 인권위 관계자의 중재로 일단락됐다.

공대위 "노동자 죽음으로 몰고 간 경찰의 폭력진압 명확히 규명해야"

앞서 공대위는 기자회견을 통해 “진상조사단의 자체 조사결과 하씨는 집회 현장에서 머리 뒷부분을 가격당해 출혈성 뇌좌상과 뇌부종이 생겨 숨졌고 수차례의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당시 방패와 곤봉을 휘두르며 폭력진압에 나섰던 경찰의 책임을 명확히 규명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지난 달 17일 경찰의 폭력진압에 대해 인권위에 진정했으나 20일이 넘도록 아무런 발표가 없고 그 사이 공권력에 의한 폭력사태는 반복됐다”며 인권위의 늑장대응을 비판했다.

이와 관련 지난 2일 고 하중근씨 사망 관련 진정을 접수한 인권위는 현재까지 기초조사 외에 이렇다 할 조사의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해 고 전용철.홍덕표 농민 사망 관련 진정과 마찬가지로 인권침해조사 1과가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아직까지 현장조사나 관계자 대면조사 등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

농민 사망 사건과 관련해 11월 29일 조사 착수에 들어가 12월 26일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한 것에 비교해도 상당히 더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인권위 조사 지연은 인권유린을 방조하는 것"

이와 관련 공대위는 “사안의 엄중함과 시급성에 비추어 조속한 진상조사를 기대했지만 20일이 지난 아직까지 조사가 지연되고 있다”며 “만약 인권위의 조속한 진상조사와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는 의무의 행태이며 인권유린에 대한 방조”라고 맹성토했다.

대책위는 이날 오후부터 11일까지 매일 오후 4시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규탄집회를 열고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는 촛불문화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또한 11일에는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언론정보학회가 ‘포스코 사태에서 본 권.경.언 유착의 문제점과 대책’을 주제로 토론회를 공동개최한다.

한편 9일로 파업 41일째를 맞고 있는 포항건설노조 사태는 포스코 측의 교섭 거부로 인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포항건설노조 파업 장기화 조짐, 포스코 계속해서 교섭회피

포항건설노조는 원청업체인 포스코와의 교섭을 요구하고 있지만 포스코 측은 교섭불가 원칙으로 일관하고 있어 사태 해결을 위한 실마리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는 것.

이날도 포항건설노조는 포항시 북구 죽도2동 동국대병원 앞에서 ‘폭력진압 경찰 책임자 처벌’과 ‘구속 노동자 석방’을 요구하는 2차 결의대회를 가졌다.

포항건설노조와 민주노총은 이날 집회에 이어 15일에는 서울 광화문, 19일은 다시 포항에서 1만명 이상이 참가하는 대규모 결의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특히 15일에는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 이외에도 농민.시민단체가 결합하는 대규모 집회가 예정되어있어 경찰과의 격렬한 충돌에 대한 우려가 커져가고 있다.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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