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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이종범, 일본 두 번 죽이다.

[WBC] 일본에 2-1 승리. '기사회생' 미국과 19일 4강전 전망

16일 에너하임에서의 한-일전은 앞선 한국의 ‘도쿄돔 대첩’이 결코 우연이 아닌 실력이었음을 입증하는 한 판 승부였다.

우리 야구국가대표 대표팀은 16일(한국시간) 오후 미국 캘리포니아 에너하임 에인절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리그 일본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박찬호의 선발역투와 이종범의 천금 같은 2타점 적시타에 힘입어 2대 1로 승리를 거두었다.

이로써 우리 팀은 예선전적 포함 6전 전승의 화려한 기록으로 A조 1위를 마크하면서 대회 4강에 오르며, 오는 17일 미국과 멕시코전의 승자와 결승 진출을 놓고 운명의 대결을 펼치게 되었다.

일본과의 경기에서 결승타점을 기록한 이종범 ⓒ연합


팽팽한 투수전 속 이진영, 일본 두 번 죽이다

16일 한-일전은 이번 대회 들어 일찌기 볼 수 없었던 팽팽한 투수전이었다.

한국의 선발투수 박찬호는 5이닝을 산발 4안타 무사사구 무실점으로 잘 막아냈다. 일본팀 역시 아시아지역 예선에서 한국과의 경기에 선발등판했던 와타나베가 다시 선발등판해서 한국팀에 6이닝동안 단 1안타만을 허용하며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경기전 “1점도 허용하지 않겠다”고 한 스스로의 다짐을 지켜냈다.

한국은 2회말 일본의 이와무라가 내야안타를 치고 진루한 뒤 후속타자의 희생타로 2사 2루까지 진출하며 최대위기를 맞았다. 이때 사토자키가 우전안타를 치자 2루에 있던 이와무라가 홈으로 파고들었다. 이때 우익수 이진영이 공을 잡아 홈으로 정확하게 원바운드로 송구했고 이와무라의 주루진로를 블로킹 하던 조인성이 공을 포구해 정확히 태그하면서 아웃시켰다.

앞서 열린 일본과의 아시아지역 예선에서 그림같은 다이빙캐치로 만루위기를 넘기며 경기의 흐름을 일순간 한국쪽으로 가져오면서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던 이진영이 이번에도 일본의 기를 꺾어버리며 초반 위기에서 한국팀을 위기에서 구출해낸 것이다. 이때부터 운명의 여신은 우리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멋진 홈송구로 실점을 막아낸 대표팀 우익수 이진영 ⓒ연합


김민재 '행운의 파울볼' 이후 이종범 적시타로 승부 갈라

한국팀의 타선은 간간히 볼넷으로 진루를 할 뿐 일본의 잠수함투수 와타나베에게 철저하게 농락당하며 이렇다할 챤스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러다가 드디어 8회초에 기회를 맞았다. 1사 주자없는 가운데 타석에 들어선 김민재가 일본의 두번째투수 스기우치와 끈질긴 승부를 펼친 끝에 볼넷을 얻어 출루했다. 김민재는 2-3 풀카운트에서 이치로쪽으로 날린 파울볼이 간신히 잡히지 않으면서 기사회생했다.

이치로는 펜스부근에 있던 관중들에게 화풀이를 하며 다급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파울볼이 결국 한국팀의 승리를 가져다주는 ‘럭키볼’이 되고 말았다.

김민재 다음타석에 들어선 이병규가 기나긴 부진을 씻어내는 중전 안타를 때려냈고, 김민재는 3루까지 내달렸다. 김민재가 3루에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는 순간 공은 이미 3루스의 글러브에 들어가 있었고 김민재는 아웃되는듯 하였으나 김민재를 태그하던 일본 3루수의 글러브에서 공이 빠지며 세이프. 1사에 주자 2, 3루의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다.

큰 경기에 강한 면모를 보여왔던 이종범의 진가는 여기에서 드러났다. 이종범은 일본의 바뀐투수 후지카와의 대결에서 볼카운트 1-2에서 후지카와의 직구를 통타하여 좌중간을 가르는 적시타를 만들어 내었고, 타구가 펜스까지 굴러가는 사이 3루에 있던 김민재와 2루에 있던 이병규를 모두 불러들였다.

타자주자 이종범은 3루까지 내달리다 아쉽게도 태그아웃 되었지만 덕아웃으로 돌아오는 이종범은 득의양양했다. 한국의 2-0 리드.

오승환 철벽마무리 '30년 망언'이치로 덕아웃에서 화풀이

한국은 9회말에 구대성이 일본의 니시오카에게 좌월솔로홈런을 맞고, 후속타자인 마쓰나카에게 안타를 맞으며 위기를 맞았으나 1사 1루 상황에서 마무리투수로 구원등판한 오승환이 배짱투구로 나머지 두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짧지만 긴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오승환의 마지막 투구가 포수 조인성의 미트에 박히며 한국팀의 승리가 확정된 순간 덕아웃에 있던 한국의 선수들과 코칭스테프는 모두 그라운드로 뛰어나와 기쁨을 나누었으며, 반대로 일본측 덕아웃은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 그 자체였다.

그라운드를 응시하던 ‘30년 망언’의 주인공 이치로가 분을 삭이지 못하고 성난 표정으로 고함을 치며 화풀이하는 모습이 중계카메라에 잡히기도 하였다.

일본은 이로써 철저히 한국에게 패했으며, 국제야구무대에서 '아시아의 2인자'로 내려앉게 된 것이다.

기사회생한 미국과 결승행 놓고 재대결 예상

한국은 오는 19일 박찬호의 소속팀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홈구장인 팻코파크에서 오는 17일 미국과 멕시코의 경기결과에 따라 결정되는 A조 2위팀과 결승행을 놓고 한 판 승부를 펼치게 되었다. 현재로서는 미국이 우리의 준결승 상대가 될 확률이 높다.

미국으로서는 한국이 일본을 이겨줌으로써 기사회생할 기회를 잡게 되었고, 한국은 다시 한 번 미국과의 일전을 준비하게 되었다. 과연 한국이 세계최강 미국을 또 한 번 제압하고 결승행을 이룰 수 있을지 국내외 야구팬의 모든 시선이 한국팀에게 쏠리고 있다.
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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