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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장관, 야스쿠니 '몰래 참배'에 日정치권 일제히 우려

가토 전 간사장 “참배해서는 안됐다. 심각한 수준이다” 비판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이 지난 4월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신사에 참배한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일본 정치권과 언론은 아베 장관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과 함께 한국 및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잇따라 제기하는 등 야스쿠니 참배가 일본 정가의 핵심 현안으로 떠올랐다.

간자키 공명당 대표 “극히 유감, 한중 양국 갈등 우려”

4일 <마이니치(每日)신문> <요미우리(讀賣)신문>에 따르면 자민당의 가토 고이치(加藤 紘一) 전 간사장은 "관방 장관은 다른 각료와 다르며 정부를 대표하는 각료이므로 가서는 안됐다"며 "아베 장관의 저서를 읽어보면 어떻게 해서라도 참배하겠다는 신념이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A급 전범에 관계없이 특공대원에게 추도의 마음을 바친다는 생각이나, 아베 장관은 도쿄전범재판에 대한 부정이 근저에 있기 때문에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가토 전 간사장은 또 “(아베 장관 식으로 해서는) 아시아 외교가 잘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아베 독주로 가는 것이 좋은 것일까라는 의문이 든다”고 지적하며 아베 장관의 총리 선출 시 주변국과의 갈등이 계속될 것을 우려했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간자키 다케노리(神崎武法) 대표는 "이미 총리와 외상, 관방장관은 참배를 자제해야 한다고 말해왔다"며 “아베씨의 참배는 극히 유감스럽다. 한국과 중국 양국이 어떻게 반응할 지 걱정된다. 일.중, 일.한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 우려된다”라고 말해 대한국 및 대중 관계가 한층 더 악화될 가능성에 대해 염려했다.

이 신문은 아베 장관과 함께 '포스트 고이즈미'의 경쟁자인 다니가키 사타카즈(谷垣楨一) 재무상은 이날 "개인적 참배, 종교의 자유라는 형태의 참배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어떤 범위의 사람이 그렇게 되는가. 개인적인가, 그렇지 않는가의 선을 긋는 것은 외국에서 보면 알기 어려운 문제가 남는다"고 암암리에 비판적인 지적을 제시하며, 아베 장관의 참배에 대해 현직 내각의 각료 중 가장 강력한 비판에 나섰다고 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요사노 가오루(輿謝野馨) 경제재정상은 “자신의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것에는 논평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등 내각 각료들이 대부분 “노코멘트” 입장을 보였고,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경제산업상은 “(중일 관계에 대한 영향은) 특별한 것은 없다”라고 말해 가토 전 간사장의 발언을 반박하며 다소 아베 장관의 편에 기우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했다.

반면 아베 장관을 지원하고 있는 야마모토 유지(山本有二) 중의원 의원은 “지금 단계에서 밝혀짐으로써 출마 표명 시에 집중 조명을 받게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좋은 타이밍이다”라며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의 쟁점화를 회피하기 위해 아베 장관이 4월에 참배했다는 의미를 강조했으며, 아베 장관이 소속된 파벌 모리파의 한 간부는 “8월15일에 참배했던 것은 아니고, 4월이니까 좋다. 납득된다”라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또 최근 출마설이 제기되면서 제4의 '포스트 고이즈미'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 방위청장관은 회견에서 "나는 신중히 대처하려고 생각하고 있다"며 8.15 참배계획에 대해서도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는 고이즈미 총리와 차기 총리의 참배 여부에 대해서는 "나는 정치적인 의미에서 교착상태인 일.중, 일.한 관계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신중히 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왕이 中대사 “이웃 싫어하는 일 안하는 것이 동양 전통” 강력 비판

한편 전날 아베 장관과 한 토론회에서 치열한 논전을 벌였던 왕이(王毅) 주일 중국대사는 이날 니가타현 나가오카시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이웃이 가장 싫어하는 것을 삼가는 것이 동양인의 전통"이라며 "피해자는 가급적 잊으려고 노력한다. 가해자는 가급적 기억한다. 그래서 양자가 서로 양보한다. 하지만 조금 유감스럽게도 가해자가 기억하려는 것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며 아베 장관의 참배를 비판했다.

이와 관련 <교도(共同)통신>은 "9월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야스쿠니참배의 시비가 주요 쟁점이 되고, 후계 총리 선거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 같다"며 "현직 관방장관의 참배에 한국과 중국이 격렬하게 반발할 것이 확실시된다"고 내다봤다.

한편 아베 장관은 이날 회견에서 자신의 4월 참배가 밝혀진데 대해 "전몰자, 나라를 위해 싸웠던 분들에게 손을 모아 명복을 빌고 존숭의 뜻을 표하는 기분은 계속 가져가겠다고 말해왔다"며 "그런 기분에 변화는 없다. 갔다거나, 가지않는다거나, 간다거나를 말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방명록에 '관방장관'을 명시한 것은 '공인'으로서의 참배를 의미하느냐는 질문에는 "직책을 기입했다고 해서 개인의 입장을 떠난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는 1978년 일본 정부 관방장관의 답변을 들어, 자신의 참배가 사실상 개인으로서의 참배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총리나 그 외 각료의 지위에 있는 사람이라도 개인으로서 헌법상 종교의 자유가 보장돼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고 주장, 총리 취임 이후에도 야스쿠니를 참배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 두었다.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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