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북한 집중호우로 1만여명 사망 대참사"

'좋은벗들', 이재민 백50만명 발생. "범국가적 지원 시급"

북한 전역을 강타한 집중호우로 인해 북한에서 1만명에 달하는 사망.실종자 피해와 1백30만~1백5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재앙적 피해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북지원 민간단체들은 북한 미사일 발사로 정부가 중단한 쌀-비료 등은 물론, 범국민적 대북 지원의 긴급성을 호소하고 나섰다.

노인과 어린이 죽어가도 의료지원 방역대책 전혀 없어

대북지원 민간단체인 '좋은 벗들'은 2일 "1백년 만의 대홍수로 평가되는 이번 집중호우로 인해 이날 현재까지 신고된 실종자는 4천명, 전체 실종 및 사망자 숫자는 1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며 "피해가 심각한 곳은 평안남도의 양덕·신양·성천·맹산, 함경남도의 요덕, 강원도의 금강·창도·김화 등"이라고 밝혔다.

‘좋은벗들’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강원도 금강군에서는 제방이 무너져 그 아래에 있던 살림집은 물론 논밭 수백 정보가 떠내려가고 수백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으며, 같은 달 14~16일 사이에 내린 비로 평안남도 양덕군, 신양군, 맹산군, 함경남도 요덕군에서도 수천명의 사람들이 실종되거나 사망했다.

또 황해남도 해주시에서만 2백여구의 시체를 건져냈으며 함경남도 요덕군에서는 구읍리 마을이 계곡물에 떠내려가 학교와 아파트 2동만 남고 나머지는 전부 자갈밭으로 변했으며, 개성과 해주에서는 말라리아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남도 요덕군 주민들이 집중호우로 끊긴 도로를 복구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촬영사진 ⓒ 연합뉴스


‘좋은벗들’은 “금강군 제방 복구장에서는 진펄이 많아 물에 떠다니는 시체를 보면서도 위험해서 건져내지 못하고 있으며, 대홍수 이후 7월 말부터는 고원, 단천, 원산 등지의 노인과 어린이들이 질병으로 매일 여러 명이 죽어가고 있으나 의료지원이나 방역대책이 전혀 없어 사망자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도로와 철길이 끊겨 피해지역에 비상구호미를 운반하는 문제도 어려운 데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 이후 준전시상황으로 돌입하는 바람에 정부가 주민 지원에 거의 신경을 쓰지 못함에 따라, 식량난으로 인한 주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으며 이 지역에 남아있던 꽃제비들도 고원과 원산, 단천 등지로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좋은벗들’은 “장시간 내린 집중 호우로 대동강 상류 인근의 아파트가 무너지고 단층집들이 떠내려가는 등 피해가 컸으나, 평양을 비롯한 하류 지역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이번 대홍수로 평남 양덕군의 양덕-거차 사이의 기차굴과 철다리(철교) 기둥이 무너지고 교량이 내려앉아 기차운행이 중단된 가운데 긴급 복구에 나서고 있지만 두 달 안에는 열차 운행이 힘들 것으로 보이며, 이로 인해 기본 철도인 평양-고원사이가 막혀 버려, 물량 유통에도 큰 차질이 오고 주민들도 큰 불편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90년대 고난의 행군 시절보다 더 심각"

'좋은 벗들'은 "북한 정부는 나라 안팎의 정세가 긴장되고 민심이 동요하는 것을 우려해 신문·방송에서 피해실태를 상세히 보도하지 않고 있다"며 "현재 상황은 고난의 행군 말기인 1990년대 중·후반과 비교해볼 때 더욱 심각하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조선중앙텔레비전>이 100년 이래의 대홍수로 북한 지역 곳곳에서 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며 “특히 강원도 금강군과 평안남도 양덕군과 신양군 사이에 큰 피해가 발생했으며, 북한 전역에 걸친 큰물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님을 사람들이 등짐으로 흙과 돌을 나르며 복구하는 장면과 함께 방영했다”고 북한상황을 설명했다.

'좋은 벗들'은 “준 전시 동원령 상태여서 전쟁예비물자인 2호미를 풀어 피해 주민들을 구제할 도리가 없고 수해 복구에 군인들이 동원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안 발표 이후 강원도·황해남도·개성에 배치된 일선 군부대들만 아니라 북한 전역의 군대가 준 전시근무상태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좋은벗들'이 집계한 이번 북한의 집중호우 피해 현황 ⓒ 좋은벗들


‘좋은 벗들’은 또 “각 도·시급 2부(증명서 발급부서)에 별도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증명서 취급을 하지 말라는 조치가 취해졌다”며 “이 조치는 철도의 기본선이 마비되어 열차운행이 중단된 이유도 있지만, 수해로 생긴 수재민들이 먹고 살기 위해 여기저기 다니며 홍수 피해와 관련한 소문을 내지 못하도록 하는데 있다”고 분석했다.

'좋은 벗들'은 "북한의 수해피해는 이제까지 알려진 것보다 훨씬 크며, 특히 유엔의 대북 결의안 뒤 준 전시동원령이 내려져 군인들을 투입하지 못해 복구가 더 늦어지고 있다"며 "현재 북한사회는 준전시체제로 긴장된 가운데 수해 피해까지 겹쳐 이러다 무슨 일 일어나는 것 아닌가라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면서, 심각한 북한의 수해 피해상황을 고려해 한국 정부와 민간단체가 긴급구호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좋은 벗'들의 논평 전문.

수해 피해 예상 밖으로 심각, 한국 정부와 민간단체 긴급구호 나서야 한다

북한의 수해 피해가 생각보다 심각하다. 북한 당국도 100년만의 대홍수라고 할 정도로 곳곳의 피해가 심하다. 고난의 행군 시기인 1990년대 중·후반보다도 상황이 더 나쁘다. 지난 주 사망실종자가 3천여 명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으나 새로 들어온 소식에 따르면 현재 등록된 실종자 수만 4천여 명에 이르고, 아직 집계가 정확하지 않지만 인명피해는 만 명 이상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이번 장맛비로 우리도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최첨단 장비와 긴급구호 체계를 갖춘 상태에서도 큰 손실을 입었다. 집과 논밭을 하루아침에 잃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예전으로 돌아갈 꿈도 못 꿀 정도로 입은 피해는 심각하다. 그러나 아픔을 같이 하는 사람이 있어 피해 복구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정부의 지원도 신속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래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희망을 가져볼 수 있다.

북한의 수해 피해는 우리 사정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그래서 그 심각함이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다. 나무 한 그루 없는 민둥산에 퍼부어진 비는 마을을 심키는 토사 덩어리로 변해 모든 것을 삼켜 버렸다. 어느 한 곳의 상황이 아니라 집중 폭우가 내린 북한 전역은 모두 그랬다. 얼마나 많은 인명이 죽고 다쳤는지 아직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철길과 도로가 끊겨 이웃 마을의 소식을 알 수가 없다. 핸드폰과 같은 통신망도 없어 피해 상황이 접수조차 안 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데도 북한 당국은 국제사회의 지원을 선뜻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도 미사일 사건 이후 전개된 남북 사이의 긴장 국면으로 인해 인도주의적 지원 얘기를 공식적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 대신 민간단체가 지원하는 것은 좋다는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러는 사이 북한 주민들은 우리와는 달리 제대로 된 복구 지원을 받지 못한 채 기본적인 삶조차 영위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수재민들은 학교나 토굴에 간신히 잠자리를 마련했지만 먹을 것이 없어 하루하루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수해로 더러워진 강물로 마실 물조차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수습하지 못한 채 방치된 사체로 인해 장티푸스·콜레라와 같은 수인성 전염병이 돌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도로와 철길이 끊겨 지원 물품을 운반하기도 어려운 상태이다. 이렇게 급박한 상황인데도 북한 당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가결된 이후 준전시상태를 선포해 전군을 비상소집하는 바람에 수해복구에 군인들을 동원하지도 못하고 있다.

국제정세가 나쁘고 남북한 사이의 관계가 긴장되어 있다고 해서 수해로 기본적인 삶조차 유지하지 못하는 수많은 주민들을 이대로 내버려둘 수는 없지 않은가. 가는 길 험난하다고 해서 주민들을 버리고 갈 수 없지 않은가. 100년만의 홍수는 북한 당국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다. 큰물만 들지 않았으면, 남한 정부를 윽박질러보기도 하고 미국과 한판 뜨겠다는 벼랑끝 전술을 펼칠 수 있다. 북한식 생각으로 그것이 북한체제를 유지하고 목표를 달성하는데 효율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그런 생각을 지속시킬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그런 전략과 전술을 지속시킬 수 있는 토대 자체를 붕괴시킬 수 있을 정도로 이번 큰물 피해는 심각하다. 대부분의 주민들도 이러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 주민들이 살아나야 우리식 사회주의도 하고 선군정치도 펼칠 수 있다. 지금처럼 가다가는 가는 길 험난하면 주민들을 버리고 간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북한의 자존심이 있어 우리식으로 버틴다고 해서 버텨지는 것이 아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여 국제사회와 한국으로부터의 긴급구호를 신속히 받아들이기를 요청한다. 어느 나라든 누구든 갑작스런 재난을 당할 수 있다. 이 때 어려움을 밝히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도움이 필요할 때 당당히 요청하는 것도 자존심 있는 국가의 모습이다. 지금 가장 필요로 하는 지원 물품이 무엇인지 국제사회에 알려야 한다. 국가의 자존심보다 고통 받는 다수의 주민을 살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우리 정부도 우리가 입은 수해 복구에 만전을 기하는 동시에 북한 주민들이 입은 피해를 긴급구호하는 인도주의적 지원에 적극 나서주기를 요청한다. 북한 미사일 발사로 인해 식량과 비료 지원을 당분간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마당에, 인도적 지원을 재개하겠다는 얘기를 공식적으로 제기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민 정서도 이를 쉽사리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더더욱 지원 재개를 표명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직시해야 한다. 정치적으로 따질 때가 있고,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 큰 비로 인해 적지 않은 사람이 죽고 다친 상황에서 정치적인 명분과 계산에만 매달릴 수 없다. 남북관계를 장기적으로 내다보는 혜안으로 긴급구호 차원의 인도적 지원에 적극 나서주기를 거듭 요청한다.

우리 국민들께도 간곡한 호소를 드리고자 한다. 미사일 발사를 시도해 정성들여 가꾸어 온 남북간 신뢰를 한번에 앗아가는 북한 당국의 의도가 실망스럽고 밉지만, 현재 북한 수해 상황을 이런 마음으로만 볼 수 없음을 호소하고자 한다.

지금 북한 곳곳에서는 기본적인 삶을 유지 못할 정도로 긴급 구호가 필요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긴급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또다시 목격할지 모를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연관시키지 않고 사람의 목숨을 살리기 위한 지원이다. 북한 주민들은 지금 그런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다. 현재 상황은 수백만 명을 굶주림으로 내몰았던 1995년의 큰물 피해에 버금가는 피해이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여, 우리 국민 모두가 다시 한 번 북한 주민들을 돕는 따뜻한 손길을 보내주기 바란다. 그동안 북한 주민의 인권을 염려해 북한에 비판적이었던 미국과 한국의 보수진영도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생존 그 자체의 인권과 연계해서 긴급 구호에 동참해주기를 기대한다.

당장 먹을 비상식량도 없고, 각종 전염병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기다릴 시간이 많지 않다. 우선 살아남기라도 하라고 우리의 작은 정성을 보내야 한다. 긴급 구호 차원에서 밀가루든 라면이든 쌀이든 옥수수든 뭐든 먹을 수 있는 식량을 보내자. 계절이 지난 옷가지도 좋다. 잘 쓰지 않는 양초도 보내자. 해열제와 설사약도 필요하다. 현재 북한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모으고 있는 물품은 고작 자신들이 쓰던 그릇, 숟가락, 젓가락, 밥솥, 칫솔, 치약, 옷, 신발 등인 점을 감안하여 도와줄 수 있는 것부터 빨리 돕자.
김홍국 기자

댓글이 0 개 있습니다.

↑ 맨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