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달러 환상'...영국의 현실을 보라!
[송기균의 '마켓 뷰'] 영국, 재정확대-통화공급에 급제동
금융위기로 야기된 70년 만에 최악의 불황을 완화하려는 정책은 크게 두 가지였다. 금리를 사상 초유의 제로금리까지 낮추고 돈을 무제한 찍어내는 극단적인 통화정책이 그 하나요, 금융기관 구제와 경기부양을 위해 천문학적인 규모의 재정적자를 감수하는 재정정책이 다른 하나였다.
이러한 극단적인 정부정책을 오랫동안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 대두되고 있다. 가장 먼저 문제에 봉착한 국가는 영국이다. 영국이 금융위기의 피해가 가장 큰 나라 중 하나이고, 이의 해결을 위한 통화발행 규모와 재정부담이 가장 컸던 국가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재정적자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경고한 곳은 민간기관인 재정연구원이다. 이 기관은 지난 6일자 보고서를 통해 작년 11월 영국 재무장관이 제시한 2015년까지 재정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올해부터 소득세율을 8%p 인상해야 한다고 경고하였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영국 GDP의 2.7%에 해당하는 4백억 파운드의 정부지출을 올해부터 삭감해야 한다.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경우 적자가 적자를 낳아 재정적자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증대되는 악순환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재정연구원은 지적하고 있다.
문제는 세금을 늘리든 정부지출을 줄이든 어느 방법을 택하든 그 결과는 현재의 심각한 경기침체를 더 악화시키게 된다는 점이다.
만약 이것을 우려하여 두 가지 정책 중 어느 하나도 택하지 않는다면 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인플레이션의 가속화와 재정적자를 메꾸기 위한 국채발행의 어려움이 그것이다.
영국은 선진국 중에서 유일하게 인플레이션의 문제를 안고 있는 국가다. 지난 1월 영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0%로 선진 7개국(G7)의 평균인 0.5%의 6배에 달했다. 영란은행(Bank Of England)의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를 1%포인트나 초과하고 있다. 2월은 3.2%로 다른 선진국과 달리 인플레이션이 더 악화되는 추세다.
인플레이션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영란은행의 입장은 완고하다. 지난 달 머빈 킹 영란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여 정부가 추가 부양책을 자제할 것을 공개적이고도 강력하게 제기한 바 있다.
또한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 파운드화가 폭락하고 재정적자를 메꾸기 위한 국채발행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3월27일자 송기균의 ‘마켓 뷰’ 참조)
재정연구원의 경고처럼 영국정부는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라는 두 가지 난제를 앞에 두고 재정지출을 줄여야 하는 진퇴양난에 처해 있다. 어느 정책을 택할지는 예산확정일인 오는 22일까지 결정해야 한다.
영국정부가 어떤 기발한 정책을 생각해낼 수 있을지 2주일 후면 알게 되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지금까지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렀던 극단적인 통화발행과 경기부양책의 칼날이 향후에는 훨씬 무뎌질 것이라는 점이다.
G20 정상회담에서 내년까지 5조달러의 경기부양 자금을 쏟아붓기로 합의했으나, 이를 '립서비스'로 받아들일 뿐 실현 가능성에 대해 세계 경제전문가들이 냉랭한 시선을 던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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