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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우리는 형들 말 따르는 어린애 아니다"

김계관 北부상, 독자적 외교노선 추구 분명히 해

6자회담 북한 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지난 5일 미사일 발사직후 "지금 형들(Big Brothers)이 동생(Little Brother)에게 ‘그런 일을 하지 마라’고 말하는 식이지만 우리는 어린 아이가 아니다. 우리는 핵무기를 갖고 있다"며 독자적 외교노선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대표적 비둘기파인 김 부상의 이같은 발언은 미국, 중국 등의 압박이 결국 군부의 발언권을 강화시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초래했다는 의미로 해석가능해 주목된다.

그는 미사일 발사로 노무현대통령의 운신 폭이 좁아지면서 햇볕정책이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그 점을 우리는 이해한다"면서도 "문제는 지난 9.19 성명에서 지적한 모든 쟁점들에 대해 확인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특히 미사일 발사와 관련, 나는 6자회담의 다른 당사자들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해, 이번 미사일 발사가 미-일을 겨냥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우리는 모든 조치가 동시에 취해져야 한다고 고집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접근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합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하나씩 주고 받는 단계별 협상방식을 선호하고 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같은 김계관 부상의 발언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당시 평양에 머물고 있던 미국의 안보·평화 분야 기부금 조성 재단인 ‘플라우쉐어(Ploughshare)펀드’의 폴 캐럴 프로그램 담당자가 21일 노틸러스연구소의 홈페이지에 올린 ‘폴 캐럴의 방북 보고서’라는 제목의 방북기를 통해 알려졌다. 노틸러스 연구소는 호주 왕립 멜버른 공과대학의 피터 헤이즈 교수가 운영하는 한반도 관련 싱크탱크다.

폴 캐럴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날인 4일부터 9일까지 캘리포니아대의 토니 남궁 북미관계연구소 소장 등과 함께 재단의 대북관계 사업 등에 대한 협의차 북한을 방문했었다.

폴 캐럴 플라우쉐어 프로그램 담당자가 북한 방문 도중 평양시내 개선문 앞에서 촬영한 기념사진이 실린 풀라우쉐어재단 홈페이지 ⓒ 플라우쉐어펀드


다음은 방북기 요지.

우리는 4일 오후 늦게 평양에 도착했다. 처음 몇 시간은 외무성측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는 것으로 보냈다. 저녁이 되자 우리는 지쳤고 각자 방으로 흩어졌다.

5일 새벽 호텔방에서 NHK TV에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 두 발이 동해에 떨어졌다'는 자막이 뜬 것을 보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알게 됐다. 아침에 만난 북측 관계자들은 우리를 보자마자 "CNN을 봤느냐"고 물으며 그 사건에 대해 우리와 토론하고 우리 반응을 알아보고 싶어했다.

5일 저녁 만난 북한 외무성 산하 군축평화연구소의 정 부위원장은 "미사일 발사가 법적으로 정당할 뿐만 아니라 우리들의 고유권한이라며 우려할 일도 아니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그는 "미사일 발사는 인민군의 권한 아래 실시된 군부의 일"이라며, 외무성은 잘 모르며 개입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미사일 발사 사태와 거리를 두려고 했다.

우리 일행은 이 문제를 놓고 과연 외무성이 사전에 미사일 발사에 관한 정보를 어느 정도나 갖고 있었는지, 아니면 미사일 발사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았는지에 대한 토론을 벌였다. 우리가 만난 외무성 사람들은 허를 찔린 것 같지는 않았지만 어딘가 딴 데 정신이 팔려 있는 듯 했기 때문이다.

6일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이근 미국 국장을 만난 자리에서 우리 일행은 이번 미사일 발사를 놓고 익숙한 주제인 북측의 법적 정당성, 북한의 고유권한, 평상적인 군사훈련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6자회담이 어떻게 재개돼야할지를 놓고 토론을 벌였다.

이 토론에서 한 가지 쟁점이 명확해졌다. 북한측은 "작년 9.19 6자회담 공동성명에도 불구하고 작년말 미국 재무부가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에 나선 것은 신의를 바탕으로 한 협상의 면전에서 뺨을 때린 행위로, 6자회담 복귀에 대한 대가로 미국은 금융 제재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금융제재가 6자회담과 완전히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지만 북한 측의 입장은 완전히 달랐다.

이날 오후 북한 외무성에서 우리 일행 중 한 명이 "미사일 발사가 한국 노무현 대통령의 입지를 약화시킬 것이다. 그는 이미 지방선거에서 (입지가) 약화됐다. 이번 발사는 햇볕정책을 더욱 위기에 처하게 하고 이것은 북한에도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부상은 "당신이 말한 그 점을 우리는 이해한다. 문제는 지난 9.19 성명에서 지적한 모든 쟁점들에 대해 확인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특히 미사일 발사와 관련, 나는 6자회담의 다른 당사자들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모든 조치가 동시에 취해져야 한다고 고집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접근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합의를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포기를 확인하려면 북한에 대해 경수로를 제공해야 한다. 모든 당사국들은 경수로를 제공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부상은 이어 북한과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지금 형들이 동생에게 `그런 일을 하지 마라'고 말하는 식이지만 우리는 어린아이가 아니다. 핵무기들을 갖고 있다"고 말해 중국을 비롯한 6자회담 당사국들이 북한에 대해 무조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억제하도록 압박을 가하는 데 대한 북한의 반발 강도를 그대로 드러냈다.

이후 이틀 동안 외무성 관리들로부터 미사일 발사가 자신들의 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며, 북한의 힘이 커지면서 동북아 지역에서 `힘의 균형'을 이루게 되면 지역안정을 가져온다는 두 가지 주장을 들었다.

이번 미사일 발사가 단지 그들의 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서 향후 잠재적인 공격을 할 가능성이 있는 미국의 태도에 대한 사전 감지능력에 맞서 지속적인 경계를 강조하겠다는 첫째 주장과, 이같은 미사일 발사 시험이 전체적으로 북한의 힘을 키우고 이를 통해 지역의 안정을 가져온다는 두 번째 주장 모두 우리 일행에게는 최근 정황을 무시한 것이었고, 또한 중국, 일본, 한국 등과 비교해 북한 국력의 현실에서는 벗어난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진정으로 북한은 다른 주변국들의 군사력과 경제력에 맞서겠다는 그런 믿음을 갖고 있거나 야망을 갖고 있다는 것인지 믿기 어려웠다.

북한을 떠나기에 앞서 우리 일행들은 이처럼 미사일 발사가 이뤄지는 민감한 시기에 3명의 미국인들의 방북이 허용됐고, 3일 동안 10시간이 넘게 북한 외무성의 최고위급 관리들과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것은 경이로웠고 놀랍기까지 했다.

비록 사태를 지켜보는 관찰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공식 관계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북한 관련 현안에 지속적으로 관여해야할 필요성을 확신하게 됐다.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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