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탄? 히로시마 원폭 맞았다"
<뷰스칼럼> '설날 민심'은 공포 그 자체...정부는 지금?
의류 관련 비즈니스를 하는 젊은이의 말이다. 일본에서 고급 소재를 들여다 국내에서 옷을 디자인해 잘 팔아왔는데 원-엔 환율이 더블로 뛰면서 한순간에 엉망이 돼 버렸다 했다.
히로시마 원폭설
여행사를 하는 다른 친척도 '히로시마 원폭설'에 공감을 표시했다. "환율 폭탄에 여행사들이 줄줄이 떼도산하고 있다"고 했다. 옆에 있던 의사도 가세했다. "아무리 아파도 의료보험 혜택이 없는 검사를 안받으려 한다. 간간이 애들 감기 정도만 치료받으러 오고 있다."
신촌의 유명 대형갈비집에서 일하는 젊은이는 "주인이 장사 수십년하는 동안 이런 불황은 정말 처음이라 하네요. 설때 상여금도 안 줬고, 오래된 종업원들도 잘랐어요. 정말 장난 아니에요."
제주도에서 어류 양식업을 하는 어업인은 "현지에서 Ikg짜리 넙치가 7천원이다, 2kg짜리는 9천원이고...다들 손해보는 장사하고 있다. 이미 제주 양식장의 30% 가량은 크게 흔들리고 있고, 재력이 탄탄한 전체중 20%만 그럭저럭 견디는 형국이다"라고 했다. 그는 "예전에 자기자본율이 50% 정도 되면 나머지는 은행 돈 등을 빌려 장사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70%는 돼야 유지할 수 있다"며 "은행 이자를 갚을 정도도 돈벌이가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설날 때 접한 '민'의 고달픈 살림살이다.
"올해 어떨 거 같아요?"
"올해 어떨 거 같아요?"
한결같은 질문이다. 모두가 올해가 작년보다 더 나쁠 거란 사실을 잘 알면서도 같은 물음을 던졌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의 표현일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들 자문자답했다.
"그 잘 나가던 삼성전자도 최근 몇달새 1조 적자를 봤다는데, 이러다가 정말 큰일 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삼성전자가 그럴 정도면 다른 기업들도 알조 아니냐."
"오바마 취임하던 날 미국주가가 폭락했던데, 국내주가인들 잘 나가겠어? 미네르바 말처럼 한번 크게 곤두박질치지 않겠나?"
"현대차 노조는 쌍용차 쓰러지는 걸 보고도 지금 이 난세에 파업을 하겠다니...어이가 없다. 아직 정신들 차리려면 한창 멀었어."
모두가 국내외 돌아가는 정세에 정통했고, 나름의 식견을 갖고 있었다. IMF사태 직후 한때 국민 모두가 '경제전문가'가 됐듯...국민이 10년만에 다시 경제전문가가 됐다는 건 비극이다.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정부당국자가 최근 던진 질문이다.
"수출도 처참하게 박살나고 있으니 일단은 국내소비라도 살려야지."
"어떻게?"
"요즘 매일같이 사람들이 민생고때문에 자살하고 있어. 급한대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쿠폰이라도 나눠줘야 할 때야. 먹거리 사고 분유 사고 기저귀 살 수 있는 생필품 쿠폰말이야. 그냥 뒀다간 최근빈층은 말할 것도 없고, 차상위 계층까지도 벼랑끝에서 무더기로 떨어질 판이야. 최소한 차상위층까지 쿠폰이라도 나눠줘야 해."
"쿠폰을 나눠줘도 일본처럼 빚을 갚는 데 쓰면 말짱 도루묵이잖아?"
"시한을 정해주면 되잖아? 언제까지 안쓰면 무효가 되도록 말이야. 동시에 쿠폰을 돈으로 환전하는 것을 엄격히 막고. 일단은 벼랑끝에 몰린 사람들이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건 막아야 해. 정부가 벼랑끝에 서서 두 팔로 필사적으로 막아야 해. 그게 지금 국가가 시급히 할 일이야."
정부는 '최악의 시나리오' 상정해야
앞날은 예측불허다. 생각보다 더 최악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반대로 생각밖으로 세계경제가 불황의 터널에서 빨리 벗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는 양자중 '최악의 시나리오'를 세워야 한다.
싱가포르 정부가 설 직전인 지난 21일 "올해 최악의 경우 -5%까지 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달 들어서만 벌써 두번째 하향조정이다. '최선'과 '최악'중 '최악'을 상정하고 앞장서 경제비상령을 발동한 것이다.
싱가포르 정부의 -5% 전망은 외국계 전망 어느 것보다 비관적인 충격적 전망치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러기에 싱가포르 정부가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얻는 것이다. 외국계 애널리스트들은 한결같이 "싱가포르 정부는 역시 선제적"이라고 호평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요즘 점점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일각에선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까지 시인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싱가포르 정부와 다른 점은 우리 정부는 국내외 애널들의 전망을 뒤늦게 따라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이처럼 끌려가는 모양새를 보이니, 국민의 대정부 신뢰가 나날이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선택해야 한다. 정부의 '최악'이 안 맞았다고 욕할 국민은 없다. '최악'을 상정하고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선'의 대책을 마련해야 비로소 정부의 리더십이 생기는 것이다.
'설날 민심'의 바람은 바로 이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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