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의 불소통, 대한민국 병 깊게 만들 것"
올해의 사자성어 '호질기의', "남의 쓴소리 좋아하지 않아"
호질기의...자신의 병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라 했거늘
<교수신문>은 지난 8~16일 <교수신문> 필진, 주요 일간지 칼럼니스트, 주요 학회장, 교수협의회 회장 등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응답자 180명 가운데 30%가 ‘호질기의’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았다고 22일 발표했다.
자신의 병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라는 말이 있다. 명의도 고치지 못하는 병을, 뜻밖의 장소에서 치료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소통의 중요성을 가리키는 것. '호질기의'는 이같은 세상 이치에 어긋나는 행태를 꼬집는 사자성어다.
‘호질기의’는 중국 북송시대 유학자 주돈이가 <통서(通書)>에서 남의 충고를 귀담아 듣지 않는 세태를 비판하면서 “요즘 사람들은 잘못이 있어도 다른 사람들이 바로 잡아 주는 것을 기뻐하지 않는다"며 "이는 마치 병을 감싸 안아 숨기면서 의원을 기피해 자신의 몸을 망치면서도 깨닫지 못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 데서 비롯된 사자성어다.
"MB의 불소통, 대한민국 병 깊게 만들 것"
응답자들은 미국산 쇠고기 파문, 촛불시위, 미국발 금융위기를 처리하는 이명박 정부의 대응 방식을 ‘호질기의’에 빗대 비판했다.
김풍기 강원대 교수(국어교육학)는 “호질기의는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얼른 귀를 열고 국민들과 전문가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조국 서울대 교수(법학)는 “이명박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려는 ‘우향우’정책이 만들어 낸 문제에 많은 비판과 우려가 제기되고 있음에도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런 불소통 현상은 대한민국의 병을 더욱 깊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종철 연세대 교수(법학)는 “2008년은 정부출범과 뒤이은 촛불시위, 금융위기로 대표되는데 정치, 경제, 사회 지도층이 상황에 걸맞은 현실진단과 내놓는 전망이 바람직하지 못했다”면서 “사익을 우선하거나 무능력한 모습을 보이면서 본질을 간파하지 못하고 미봉과 임기응변으로 대응한 것이 문제를 키웠다”고 꼬집었다.
김정래 부산대 교수(유아교육학)는 “이명박 정부는 실용을 내세우면서도 국가기강을 다시 세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이에 대한 충고를 이념 대결인 양 치부하고 있다”고 ‘호질기의’ 선정 이유를 밝혔다.
구승회 성균관대 교수(의학)는 “자신을 낮추고 남의 말을 듣는 자세가 부족하고, 자신의 능력에 대한 맹신이 올 한 해 우리사회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이었는데 호질기의가 이를 잘 요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수신문> "국민염원, 새정부 첫해에 산산이 부서져"
<교수신문>은 이같은 학자들의 반응을 전한 뒤, "희망을 품고 시작했다가 경제 위기에 절망한 한해였다"며 "경제를 살려달라는 국민들의 염원은 새 정부 첫해에 산산이 부서졌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상반기에는 미국산 쇠고기 파동과 촛불시위가 한국사회를 뒤흔들었다. 정책 혼선과 미흡한 대응은 정권 불신을 부추겼다. 촛불시위는 민주주주의 일대 진전이라는 평가와 국론 분열을 부추겼다는 이념 갈등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며 "남북관계는 금강산 관광 중단, 개성 공단 폐쇄 등으로 더 악화되지는 않을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부동산 정책, 언론정책, 역사교과서 개정 등으로 곳곳에서 갈등이 일고 있다. 정부는 고위 공직자 물갈이를 시작으로 내년부터 역사교과서 문제나 사학 정상화 문제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 태세"라고 갈등 악화를 우려했다.
신문은 "응답자들은 국민과 전문가들의 조언을 귀담아 듣지 않은 정부와 지도층의 태도가 위기와 갈등을 되려 키웠다는 지적"이라며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소통의 부재와 일방통행식 정책 추진은 개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며 불도저식 정책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토붕와해, 욕속부달, 일엽장목, 설상가상...
한편 이밖에 올해의 사자성어 후보 가운데 전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의 후유증을 비유한 ‘토붕와해(土崩瓦解)’가 24%, 일을 서두르면 도리어 이루지 못한다는 뜻의 ‘욕속부달(慾速不達)’이 17%, 나뭇잎 하나로 눈을 가린다는 의미의 ‘일엽장목(一葉障目)’이 16%,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설상가상(雪上加想)’이 11%를 기록했다. 한결같이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에 비판적 시각을 담고 있는 사자성어들이다.
‘올 한 해 동안 가장 안타까운 일’에는 미국산 쇠고기 파동과 촛불시위를 꼽은 응답자가 35%로 가장 많았다. '가장 기쁜 일'로는 응답자 46%가 ‘베이징 올림픽에서 야구 우승과 스포츠 선수들의 활약’을 꼽았다. 베이징 올림픽에서의 한국선수들 선전 외에는 즐거운 일이 없었다는 의미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