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룸살롱-골프장 경기부양이냐?"
정부 '접대비 100만원' 상향추진에 "국민은 죽어나가는데..."
일본은 접대비 한푼도 인정 안해, 미국은 80달러만 인정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22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기업 접대비 한도를 늘리는 문제를 심층 검토하고 있다"면서 "일부 시민단체에서 반대하는 등 논란이 있을 수 있는 문제이고 아직 방침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내년부터 100만 원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며 접대비 상향 추진 방침을 분명히 했다.
접대비 한도 50만원은 참여정부 초기인 2004년 이용섭 당시 국세청장(현 민주당 의원)이 재계, 정치권, 관료, 언론 등의 거센 반발을 이겨내고 뚝심있게 밀어붙여 만든 대표적 세제개혁이다.
당시 이미 일본은 접대비를 한푼도 인정하지 않는 세제개혁을 단행했으며, 미국은 80달러 이상 접대할 경우 만난 사람과 접대목적 등을 작성해 제출토록 하고 있었다. 이용섭 국세청장은 이에 “룸살롱 접대나 골프 접대는 그 자체가 업무 관련성이 희박하다”면서 접대비 한도를 정하는 '접대비 실명제'를 도입하려 했으나, 당시 재계, 정치권, 관료, 언론 등은 한 목소리도 "접대비 상한제를 도입하면 룸살롱, 골프장 장사가 안되면서 경기가 침체된다"는 논리를 앞세워 강력 저항했었다.
하지만 네티즌 등 다수 국민은 이 청장을 전폭 지지했고, 마침내 2004년 접대비 한도가 도입되면서 50만원이 넘을 경우 영수증은 물론, 만난 사람과 접대목적 등을 서류로 작성해 5년간 보관토록 했다. 또한 기업의 접대비 총한도도 매출액의 0.03∼0.20%에 기준금액(1200만원, 중소기업은 1800만원)을 더한 금액으로 제한했다.
MB정권-한나라, 출범때부터 호시탐탐 접대비 상향 추진
그후 참여정부때도 틈만 나면 접대비 상한을 올려야 한다는 반발이 제기됐으나 그때마다 여론의 거센 반발에 밀려났다. 그후 출범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처음부터 접대비 상향 방침을 여러 차례 시사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임직후인 지난 3월4일 기자단과의 첫 간담회에서 “기업 접대비 한도 50만원 제도는 옳은 정책이지만 현실적으로 적용했을 때 문제가 생긴다”며 “기업의 총 접대비 한도를 늘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상률 국세청장은 지난 10월9일 국회 재정위 국정감사에서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이 “접대비 건당 50만원 이상에 대해서는 명세서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는 복잡할 뿐만 아니라 (기밀)노출도 많다”고 주장하자, “재검토할 시기가 됐다고 본다”고 화답했다. 아울러 접대비의 명칭을 바꿔야 한다는 이 의원의 지적에 대해서도 “개인적으로 찬성한다”고 답했다.
정부여당내에선 접대비 한도 상향조정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셈.
"국민은 죽어나가는데 흥청망청 접대 받을 생각이나 하니..."
문제는 기업이 세금을 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접대비 한도를 과연 높일 이유가 있으며, 특히 이 시점에서 높여야 하는가이다.
우선, 접대비 한도를 높이면 그만큼 세수가 줄어들게 된다. 이미 각종 경기부양용 감세와 재정지출로 막대한 재정적자 발생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런 마당에 기업의 경쟁력이나 생산성 제고와 무관한 접대비 한도를 배나 높여 세수 결함을 증폭시키겠다는 발상은 정부여당이 얼마나 현상황을 안이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부패문제에도 둔감한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증거에 다름아니다.
특히 '제2의 IMF'를 방불케 하는 국난을 맞아 무엇보다 국민적 통합이 요구되는 시점에, 다수 국민의 반발을 초래할 접대비 상향조정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정부여당에게 최소한의 '정무적 감각'조차 결여된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기업이 세금을 내지 않고 사용한 접대비는 2004년 5조4천372억이었다가, 접대비 상한제가 실시된 2005년 5조1천626억으로 반짝 줄었다가, 2006년 5조7천481억으로 늘더니, 지난해에는 6조3천647억원으로 전년보다 10.7% 급증했다. 이 가운데 30%가량이 룸살롱-골프장 접대비다. 이런 마당에 접대비 한도를 배나 높인다면 얼마나 늘어날지 예측불허다.
접대비 상향 추진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벌써부터 인터넷상에 "부동산 경기부양에 실패하더니 이번에 룸살롱-골프장 경기부양에 나선 거냐", "국민은 죽어나가는데 흥청망청 접대받을 생각이나 하다니...", "정부여당이 이런 식이니 나라경제가 결딴나지 않을 수 있겠냐"며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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