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결승전 때 이탈리아 수비수 마르코 마테라치를 박치기해 퇴장당한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은 12일(현지시간) 마테라치가 자신의 어머니와 누이를 모욕하는 심한 말을 하는 데 격분해 그런 행동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지단, "차라리 마테라치의 턱에 주먹을 날렸을 것"

지단은 프랑스 TV <카날 플뤼스>와 회견에서 이같이 진상을 밝혔다.

지단은 "마테라치가 몇 차례 나의 셔츠를 잡아 당겨 '셔츠를 원한다면 경기 끝나고 교환할 수 있다'고 하자 마테라치가 나의 어머니와 누이에 대해 매우 거친 말을 했다. 나는 그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는데 마테라치가 말을 반복했다"고 밝혔다. 그는 "(누구라도) 그런 말을 듣느니 차라리 마테라치의 턱에 주먹을 날렸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단은 "나의 마지막 경기였고 시합이 10분 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순식간에 일이 벌어졌다"며 "나는 무엇보다도 한 사람의 인간이었다"고 말했다.

지단은 그러나 마테라치가 구체적으로 어떤 말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마테라치가 자신을 '이슬람 테러리스트'로 불렀다는 일부 소문은 부인했다. 지단은 알제리 이민자 2세로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지단이 이날 "마테라치가 어머니와 누이를 모욕했다"고 밝힘으로써 "마테라치가 지단의 어머니와 누이를 매춘부라고 모욕했다"는 언론들의 보도가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마테라치 "어머니 욕 안했다" 발뺌

한편 지단은 국제축구연맹(FIFA)의 징계 청문회에 나갈 준비가 돼 있고 결과에 자신 있다고 말했다.

지단은 "누군가 마테라치의 입술을 읽을 수 있다면 내가 진실을 이야기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진정으로 죄가 있는 사람이 벌을 받아야 한다"며 "나는 어느 누구도 공격하고 싶지 않고 내 자신을 보호하길 바란다. 나는 잘못된 행동으로 이미 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나는 자극을 받은 뒤 대응한 사람이다. 대응을 한 사람이 늘 벌을 받고 분노를 유발한 사람은 절대 벌을 받지 않는데 이는 공평하지 못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란 점을 안다. 전세계 20억 인구와 수백만명의 어린이들이 그 장면을 지켜봤기 때문에 나는 이를(사과의 말) 분명히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지단은 그러나 "팬들에게 사과하고 싶지만 나의 행동을 후회할 수는 없다"며 "후회한다면 이는 마테라치가 옳았다고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타인을 존중해야 되고 또 타인으로부터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고 내 아이들에게 가르쳤다. 아무 대응도 없이 그런 일이 일어나게 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앞서 마테라치는 이탈리아의 가제타 델로 스포츠와 회견에서 지단을 모욕하는 말을 했다고 인정했지만 인종차별적, 종교적, 정치적 발언이나 지단의 어머니와 관련된 욕은 하지 않았다고 상반된 주장을 펴, FIFA의 진상 조사 결과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