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 칼날, 참여정권 정조준?
장수천 부채 탕감, 강원랜드 비자금 수사...암행감찰 부활도
민주당의 한 당직자가 긴장감을 숨기지 못하며 한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돌아가는 사정당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7일 홍경태(53) 전 청와대 총무행정관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체포에 나섰다. 경찰에 따르면 홍씨는 국유재산을 관리하는 총무행정관으로서 2006년 한국토지공사가 발주하는 영덕-오산간 도로공사를 대우건설이 수주하도록 브로커 서모(55.구속)씨를 통해 김모 전 토공 사장에게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홍씨는 또 2005년 말 대우건설에서 발주하는 부산 신항만 공사 일부를 토목 전문건설사 S업체가 낙찰받도록 박모 전 대우건설 사장에게 부탁해주는 대가로 서씨로부터 5억원의 채무를 탕감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문제는 탕감받은 5억원의 채무가 다름아닌 노무현 전대통령이 야인시절 사업을 하다 망한 생수회사 '장수천'의 채무라는 사실이다. 홍씨는 노 전대통령의 고교 8년 후배로 노 전대통령 후원회 사무국장을 맡기도 했던 최측근이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노 전대통령에게 적잖은 타격이 돌아갈 게 불을 보듯 훤하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26일 강원랜드 김모 전 팀장을 체포하는 동시에 그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김 전 팀장은 250억원 규모의 열병합발전 공사 등 각종 공사를 발주하면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 참여정부 당시 실세 정치인 등에게 로비를 벌인 의혹을 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검찰의 내사를 받고 있는 문제의 실세 정치인은 노 전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전해지고 있다. 이 또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노 전대통령에게 곧바로 도덕적 타격이 가해질 메가톤급 사안이다.
민주당을 긴장케 하는 것은 이뿐이 아니다. 검찰 주위와 정치권에는 노 전대통령과 관련된 여러 풍문이 나돌고 있다. 한 예로 노 전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모 병원도 내사 대상에 올랐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는가 하면, 모 민영화기업의 CEO도 금전상의 이유 등으로 도마 위에 올라 연말을 넘기기 힘들 것이란 풍문 등 각종 루머가 여의도에 나돌고 있다. 아직까지는 풍문 단계이나 거명된 인사들은 당연히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정권 교체후 전임 정권 비리가 불거진 것은 거의 예외없이 되풀이돼온 관행이었다. 특히 이번 정권 교체는 사실상 10년만의 정권 교체인만큼 언젠가는 한번 참여정권 출신들을 향한 강도높은 사정이 있을 것이란 게 일반적 관측이었다. 그러나 그동안 촛불정국 등으로 수성에 급급하던 정부여당이 최근 지지율 반등으로 전렬이 어느 정도 정비되자, 본격적으로 사정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게 정가의 일반적 관측이다.
특히 최근 청와대 기록물 유출을 놓고 청와대와 봉하마을이 전면전을 벌인 직후인 데다가, 청와대가 KBS 등 공기업 인사 교체 진통의 한 원인으로 참여정부 출신들의 조직적 저항을 꼽고 있는만큼 새 정권이 전임정권의 도덕성을 철저히 까보겠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주장도 여권내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 긴장하는 것은 민주당뿐이 아니다. 강도가 좀 덜하기는 하나, 정부여당도 긴장하기란 마찬가지다.
최근 총리실은 과거의 암행감찰반을 부활시켜 청와대를 비롯해 전 부처를 상대로 내사와 감찰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정부여당을 긴장케 하고 있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 등을 사면하면서 앞으로 발생하는 비리 사건은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힌 직후 취해진 조치로, 특히 유한열 한나라당 고문의 수뢰, 김윤옥 여사 사촌누이 김옥희씨 사건, 서울시 등 각종 지자체의 뇌물선거 파문 등 정권초 비리사건이 잇따르자 이 대통령의 특명에 따라 강도높은 감찰 활동이 진행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같은 강도높은 감찰은 참여정권에 대한 비리 수사가 정치보복이 아닌, '법과 질서 확립' 차원에서 단행되는 조치임을 강조하기 위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정가는 분석하고 있다.
이에 청와대 등의 관계자들은 외부인사들과 저녁 술자리는 물론 점심식사까지도 삼가할 정도로 바짝 몸조심을 하고 있다. 만약 감찰에 걸릴 경우 일벌백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여야, 정부 모두가 긴장감을 갖고 이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예의주시하는 삼엄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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