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차 정국' 도래! 파국으로 치닫나
정부여당 "더 단호히" vs 시민들 "반드시 항복선언 받겠다"
6.29 선언 21주년인 29일 새벽, 광화문 일대는 말 그대로 계엄 상황을 방불케 하는 전쟁터였다. 빗줄기 속에서 벌어진 경찰의 무차별 진압작전으로 3백여명의 시민이 크고작은 부상을 입었고 53명이 연행됐다. 수많은 이름없는 시민들이 비명속에 방패에 찍히고 곤봉에 맞은 것은 물론, 현역의원까지 경찰의 곤봉을 맞았고 많은 기자들도 다쳤다. 경찰 역시 자신들도 105명이 다치고 경찰차 31대가 파손됐다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여당 분위기는 '여기서 더 밀리면 죽는다'는 식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최소한의 법질서는 지켜져야 한다"며 "다음 주 월요일부터 불법 폭력시위에 대해선 더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의 조윤선 대변인 역시 "통합민주당이 진실한 촛불이 사라지고, 반정부 구호에 선동적 깃발이 나부끼는 폭력과 불법으로 얼룩진 과격시위대의 선두에 서고 있다"고 민주당을 맹비난했다.
이에 맞서 강기정 의원 등이 경찰 곤봉에 맞은 통합민주당의 차영 대변인은 "밤사이 광화문 일대는 계엄령을 발포한 것 같은 계엄상황을 방불케 했다"며 "선량한 시민들을 폭도로 몰아부치고 무자비하게 짓밟는 공권력을 보면서 야당과 국민들은 1980년의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며 이명박 정권을 전두환 정권에 비유하기까지 했다. 차 대변인은 "이명박 정권은 전두환 정권을 흉내내려고 하지 마라"며 거듭 현 정권을 전두환 정권에 비유한 뒤, "이 모든 사태의 책임은 전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에게 있다. 이 대통령은 독재 정권의 말로를 똑똑히 기억해야 할 것"이라는 초강경 경고와 함께 대국민항복을 촉구했다.
일찌감치 대정부 퇴진투쟁을 선언한 민주노동당은 말할 것도 없고, 자유선진당의 박현하 부대변인조차 논평을 통해 " 6.29선언 21주년을 맞이하는 오늘, 이명박 정권은 그 선언의 배경과 의미가 진정 무엇이었는지 곱씹어 보기 바란다"며 "우리는 이명박 정부가 현 난국을 하루빨리 수습하고, 성공하기를 기원한다. 그것은 국민의 준엄한 뜻을 사려깊게 살피고, 국정전반에 반영하는 것이다. 오늘 이명박 정부가 제2의 6.29선언을 결단하기를 촉구한다"며 이 대통령에게 제2의 6.29선언을 압박했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 또한 경찰이 지도부 체포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오는 7월2일, 7월5일 100만명이 다시 모이는 대규모집회를 조직해내 반드시 정부의 항복선언을 받아내겠다고 전의를 다지고 있다. 대책회의는 28일 빗속에도 최대 20만명의 시민이 모여들어 경찰의 무차별 진압에도 수만여 시민이 새벽까지 자리를 지킨 것은 분노한 국민이 다시 일어서기 시작한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듯 6.29 선언 21주년을 맞은 29일, 시계추는 다시 정확히 21년 전으로 돌아갔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금주내 상황이 종료될 것"이라고 호언했었다. 하지만 상황은 정반대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며칠만 밀어붙이면 촛불을 끌 수 있다고 판단한 정부여당 계산은 또다시 뒤틀리기 시작한 것이다.
CNN, NHK 등 외신들도 한국에 대규모 특별취재진을 파견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동물적 후각으로 사태가 심상치 않은 국면으로 치닫고 있음을 감지한 것이다.
21년전인 1987년, 6.29선언이 나오기까지 한국은 석달간 치열한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다. 2008년 지금, 매일같이 밤샘대치를 한지가 두달이 지났다. 오는 7월 한달도 치열한 불면의 밤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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