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의 벽은 높았다. 그러나 그 벽은 단순한 실력의 벽만은 아니었다. '편파 판정'의 벽이 더 높았다.
스위스에 2-0 석패, 승점 4점으로 조 3위 그쳐
한국 대표팀은 2006 독일월드컵 16강 진출 일보 직전에 스위스에 치우친 심판의 노골적인 편파 판정으로 ‘허무하고 억울하게’ 무너졌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지휘하는 대한민국 팀은 24일 오전(한국시간) 독일 하노버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2006 독일월드컵 G조 최종전 스위스와의 경기에서 전반 23분 필리페 센데로스에게 선제골을 내준 뒤 총반격에 나섰으나, 후반 오프사이드를 무시한 주심의 편파판정까지 겹치면서 0-2로 석패했다.
전반전 초반 무기력한 플레이를 펼쳤던 한국은 전반 23분 스위스 장신 수비수 필리프 센데로스가 미드필드에서 올라온 하칸 야킨의 왼발 프리킥 크로스를 한국 문전 왼쪽에서 솟구쳐 튀어올라 헤딩슈팅, 우리팀의 골문 오른쪽 골네트를 갈랐다.
후반 들어 만회골을 노리던 한국은 파상공세를 펼쳤으나, 후반 32분 스위스 공격수 알렉산더 프라이가 후반 32분 아크 정면에서 들어온 스루패스를 이어받은 순간 부심이 프라이에게 오프사이드 반칙 깃발을 들었다. 이에 따라 한국 선수들이 모두 플레이를 멈추는 순간 주심은 이를 무시했고, 프라이가 골키퍼 이운재를 젖힌 뒤 가볍게 차 넣어 골망을 흔들었다. 그러자 주심은 골을 선언했고, 부심은 슬그머니 깃발을 내렸다.
이운재 골키퍼를 비롯해 안정환 등 한국선수들과 아드보카트 감독이 격렬히 항의했으나 호라치오 엘리손도 주심은 못 들은 척 했다.
스위스 출신인 제프 블라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을 의식한 듯한 이같은 심판의 이상한 편파판정에 2002년 한일월드컵 신화를 재현하려는 한국팀은 마지막 희망을 살리지 못한 채 허무하게 무너져야 했다.
24일 새벽(한국시간) 독일 하노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스위스와의 G조 마지막 경기에서 한국선수들이 스위스의 두번째골에 대해 아르헨티나 호라치오 엘리손도 주심에게 강력 항의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날 심판진은 전반전 스위스 선수의 핸들링 반칙을 인정하지 않는, 노골적인 스위스 편들기로 일관해 관객들의 비난을 샀다. 앞서 프랑스-스위스전에서도 심판진은 노골적인 스위스 편들기로 의혹을 샀었다.
같은 시간 쾰른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렸던 G조의 또다른 최종전 프랑스-토고전에서는 프랑스가 토고에 2-0으로 승리, 스위스와 함께 16강전에 진출했다. 프랑스는 후반 10분 파트리크 비에라가 선제골을 넣었고, 후반 16분에는 티에리 앙리가 추가골을 넣어 2-0으로 완승했다.
스위스는 2승1무로 승점 7, 프랑스는 1승2무로 승점 5점으로 각각 G조 1, 2위를 기록하며 16강전에 진출했고, 한국은 1승1무1패로 승점 4점, 토고는 3전전패로 승점 0점으로 탈락했다.
한국, 불필요한 반칙으로 선제골 허용
박주영-조재진-박지성 스리톱에 이천수가 공격을 뒷받침하면서 4-2-4 포메이션으로 나선 한국은 전반 3분 김동진의 패스를 받은 이천수가 왼쪽 측면을 돌파하다 예리한 크로스를 올렸는데 이를 조재진이 쇄도하며 머리를 내밀었지만 맞지 않고 비켜 나갔다.
전반 8분에는 박지성이 아크 정면에서 갑작스런 땅볼 중거리슈팅을 날렸지만 상대 골키퍼가 넘어지며 잡아냈다.
한국이 공세를 이어가는 사이 스위스도 트란퀼로 바르네타와 알렉산더 프라이가 패스를 주고받으며 한국 골문을 노렸지만 최진철, 김진규 등 한국 수비수가 몸을 던지며 막아냈다.
일진일퇴의 공방이 이어졌지만 한국은 불필요한 반칙 하나로 결승골이 될지도 모를 선제골을 허용했다. 전반 23분 미드필드를 돌파해 들어가던 바르네타를 수비하던 박주영이 손으로 잡아 끌며 경고를 받았고, 하칸 야킨이 올린 프리킥 크로스를 문전 앞에 있던 센데로스가 불쑥 튀어 오르며 헤딩 슛, 골문을 갈랐다. 골이 들어갈 당시 센데로스와 최진철이 서로 얼굴을 부딪치며 다쳐 응급치료를 하기도 했다.
한국은 이후 실점을 만회하기 위해 수차례 슈팅을 날렸지만 모두 무산됐다.
전반 42분 스위스 골문 앞에서 혼전 상황에서 김진규가 슈팅을 했지만 공중으로 떴고 전반 종료 직전에는 미드필드에서 박지성의 패스를 이어받은 이천수가 아크 정면에서 슈팅을 날렸지만 골키퍼 선방에 걸렸다.
후반 들어 설기현과 안정환이 투입돼 만회골을 노렸던 한국은 주심의 편파판정까지 겹치면서 결국 만회골을 얻는데 실패해 한국은 16강 진출의 꿈을 접어야 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뒤 이천수 선수가 땅에 누워 통곡하는 등 선수들은 너무나 억울한 탈락에 피눈물을 흘려야 했다.
한편 이날 G조의 최종 2경기를 끝으로 이번 대회 16강 진출국이 모두 확정됐다. G조 1위 스위스는 오는 27일 오전 4시 쾰른에서 우크라이나(H조 2위)와, G조 2위 프랑스는 오는 28일 오전 4시 하노버에서 스페인(H조 1위)과 각각 16강전을 치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