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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정권, 페리의 '대북 선제공격' 외면

체니 부통령-허들리 보좌관, 일단 북한위협 '무시 전술' 구사

딕 체니 미국 부통령과 스티븐 허들리 대통령국가안보보좌관 등 부시정부 수뇌부들이 북한이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하려 할 경우 미사일 발사전에 무수단리(구 대포동) 미사일 기지를 `선제공격'해야 한다는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의 <워싱턴포스트>지 기고문에 대해 22일(현지시간) 일제히 반대입장을 밝혔다.

체니 "페리 충고는 고맙지만..."

체니 부통령은 이날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페리 전장관의 충고는 고맙지만 현단계에서 우리가 이 문제를 적절한 방식으로 다루고 있다고 본다"며 대북 선제공격론을 일축했다.

체니 부통령은 또 페리가 대포동 기지만 공격하면 된다고 주장한 데 대해 "만일 다른 나라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려면, 분명히 단 '한 방'을 쏘는 것 이상으로 더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상반된 입장을 밝혔다. 북한 선제공격시 '전면전'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에 대한 미국측 준비가 부족함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그는 또 "북한은 여러해에 걸쳐 스커드 미사일 등을 개발해왔지만 이제까지의 시험발사는 주목할 만큼 성공적이지 못했다"며 "북한의 미사일 성능이 상당히 초보적이라고 말하는 게 타당할 것으로 본다"고 말해, 북한의 위협을 일축하는 태도를 보였다. 외신들은 체니의 이 발언을 "북한이 미국에 도달가능한 미사일 기술과 핵폭탄을 소형화하는 기술 획득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했다.

그는 대포동2호 미사일의 성능에 대해서는 "3단계라는 건 믿지만 탑재물이 무엇인지는 모른다"면서도 "핵무기를 개발한 것으로 믿어지는 불투명한 정권이 위성을 쏘려는 건지, 단순한 시험을 하려는 건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채 미사일을 발사대에 올려놓은 건 우려 사항 중의 하나"라고 북한을 비난했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해 일단 무시 작전으로 대응하고 있는 딕 체니 미부통령. ⓒ연합뉴스


허들리 "외교적 해결이 정답"

부시 대통령을 수행해 스페인을 방문중인 스티븐 허들리 대통령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페리의 '선제공격론'에 대해 "외교적 해결이 올바른 해답이며, 우리는 그것을 추구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그는 "북한이 실제로 미사일 발사 실험을 계획하고 있는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며 "그러나 미국 정부는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발사 준비가 상당히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북한의 능력을 볼 때 발사는 가능할 것"이라고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북한의 의도가 우리들에게 분명치 않으나, 발사하지 말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허들리 보좌관은 이어 북한이 대포동 2호를 발사할 경우 미본토에 배치돼 있는 미사일방어시스템(MD)을 가동해 대포동 2호를 요격하는 문제와 관련, "장거리 마시일 요격 시스템의 작전 능력은 한정적"이라고 말해, 미국이 MD의 성능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동시 전쟁' 수행능력 부재

부시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체니 부통령과 허들리 보좌관의 이같은 발언은 부시대통령의 심중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즉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으나, 감정적인 '선제 공격'을 단행할 경우 그후 발생할지도 모를 '한반도 전면전' 같은 최악의 사태를 감당할 자신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체니 부통령은 대북 문제에 관해서 대표적 초강경파였다는 점이 이같은 해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선제공격으로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발발할 경우 한국-중국-러시아 등 주변국의 강력반발에 직면하는 것은 물론, 미정부가 현실적으로 막대한 전비와 미군 전사에 따른 비난여론을 감당할 능력이 부재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부시정부는 현재 이라크-아프간 전에서만 지난 3년간 4천억달러의 막대한 전비와 2천5백명의 미군 전사로 사상최악의 지지율 하락 위기를 맞고 있다. 또한 이란의 핵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으며, 중남미에서는 베네수엘라 차베스 정권으로부의 도전에도 직면한 상황이다.

이런 마당에 이라크전보다 막대한 전비와 미군 전사가 예상되는 한반도 전면전이 발생할 경우 과연 미국에게 '동시 전쟁'을 수행할 능력이 있는가에 대해 부시정부가 심각한 고민에 빠졌고 따라서 부시정부는 일단 북한의 위협을 '무시'하는 전술을 구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민주당 시절 북핵위기때 마지막 순간까지 대화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대화중시 노선을 취해온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이 '선제 공격론'을 제기했다는 사실은 워싱턴의 기류가 강경론으로 급속히 기울고 있음을 보여주는 적신호에 다름아니다.

동시에 페리가 대북 선제공격시 한국정부를 배제해야 하고 독자적 작전을 전개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미국의 조야가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동맹국'에서 '비동맹국'으로 이전하는 과정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향후 한-미 관계의 진통을 의미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한 체니 부통령 등 부시정부가 현재는 '무시 전술'을 구사하고 있으나, 북한이 실제로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에 성공하면서 미대륙이 북한의 사정권에 들어갈 경우 정책기류가 급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대포동 위기'는 앞으로도 그 강도를 계속 높여갈 전망이다.
박태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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