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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집 "시민들, 이제는 숨 고를 때"

"MB, 적당히 넘어가려 하다간 100일 정권 퇴진할 수도"

진보학계 태두인 최장집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65)가 '100만 촛불대행진'에 경이로움을 표시하며 “거리의 정치는 오늘 이 선에서 그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장집 "시민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충분히 했다"

최장집 교수는 10일 밤 광화문 촛불대행진 현장에서 <경향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이번 시위로 시민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충분히 했다고 본다. 이 문제는 ‘끝이 없는 시위’가 아니라 제도권 내 정당이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 정치를 통해 풀어야지 이 단계를 넘어서는 시위가 계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시민들이 이제는 숨을 고르고 지켜봐야 한다”며 “내가 시민들에게 여기서 자제해야 된다고 하는 뜻은 이런 것이다. 시민들이 숨 고르고 있는 사이 이명박 정부가 여론이 사그라들고 이렇게 그냥 넘어간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때야말로 이 정부는 존립 자체를 진지하게 걱정하는 사태를 맞을 것이라는 점”이라며, 이명박 정부가 미봉책으로 넘어가려할 경우 정권 퇴진의 위기에 직면할 것임을 강력 경고했다.

그는 거듭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내각과 청와대 보좌진이 총사퇴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사람들을 바꿔서 해결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정책 기조 전반에 대한 대전환이 필요하다. 그간 시민들의 요구를 전혀 들으려 하지 않던 태도를 버리고 이들의 구체적인 요구에 어떻게 반응하고, 목소리를 담아낼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100일도 안된 정권이 정말로 퇴진하는 세계사적인 기록을 세울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민주당, 군중의 한 부분으로 앉아있더라. 정말 참담했다"

그는 통합민주당 등 야당에 대해서도 “아까 지나가다 보니 통합민주당 등 야당은 군중의 한 부분으로 앉아있더라. 정말 참담한 느낌이 들었다"며 "정당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다양한 시민들의 소리를 적극 반영하고 대안을 제시하지 못해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온 것 아닌가”라고 질타했다. 그는 “수가 적다는 게 문제가 아니다. 단 몇 사람이라도 좋으니 제대로 된 대안을 갖고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제시하고 요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아주 얘기도 안하고 시민들 집회만 따라나와 있는 일이 반복되면 보수정당 체제만 강화되는 일이 쳇바퀴 돌 듯 이어지는 결과를 허용할 뿐”이라고 거듭 꾸짖었다.

그는 정부여당에 대해서도 “세계적으로도 민주화됐다고 평가 받는 국가에서, 어째서 100일밖에 안된 정부에 대해 이 정도의 대규모 시위가 일어날 수 있는지 민주주의사적으로도 연구할 거리가 될 것”이라며 “민주화는 20년 전에 이뤄냈지만 아직도 보수정당이 집권해 민주적으로 국가를 운영하는 통치 방식은 전혀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점이 백일하에 드러났다”며 보수집권세력의 무능을 힐난했다. 그는 “이것으로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자신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깨달아야 하고 그것이 정치적인 결과로 표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6월항쟁을 넘어서는 규모"

최 교수는 이날 '100만 촛불대행진'에 대해선 “동서를 통틀어 민주주의가 공고화된 나라에서 이렇게 대규모로 시위 인파가 거리로 나오는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며 “6월 항쟁을 훨씬 넘어서는 규모”라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그는 “프랑스의 68년 5월은 혁명적 사태가 전개된 측면이 있다고 하지만, 오늘 이 자리는 그와는 다른 의미에서 뜨거운 목소리와 함께 질서있고 평화적이며 냉정한 분위기가 조화된 매우 특이한 현상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사태의 근원을 김대중-노무현 정권때부터 시작돼 이명박 정부때 정점에 달할 조짐을 보인 '신자유주의'에서 찾았다.

그는 “그간 우리 정당들은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시민들의 사회 경제적 요구에 반응하는 수준에까지 이르지 못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신자유주의 정책을 과격하게 폈지만 시민들이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이번 사태로 시민들이 구체적인 정책에 대해 첨예한 관심을 갖고 개입하기 시작했음이 분명해지면서 정당들은 이러한 구체적인 요구에 관심을 갖고 정책을 만들지 않으면 안되는 전환의 계기에 처했다. 이젠 진보와 보수 정당이 분명히 차이를 갖고 시민들의 요구에 반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21년 전처럼 독재정부에서 민주정부로 정치체제를 변화시킨다든가, 지금처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쇠고기 문제 등 거대 이슈에 대해서는 이렇게 대규모로 거리에 나와 ‘이건 안된다’고 말해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 가능하다”며 “하지만 섬세한 대안을 만들어 내는 일에는 ‘거리의 정치’만으로는 어렵다. 이제는 정치권이 나서서 전체 공익에 부응하는 제도 조건에서 선택할 대안, 현실적 대안을 만들어낼 단계가 됐다”며 거듭 정당정치 복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시민사회단체들에 대해서도 “촛불집회가 지금까지도 시민사회 단체들이 많이 개입한 운동은 아니었지만 앞으로도 계속 자제하고 정치권을 끝없이 압박하면서 지켜보는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조은아 기자

댓글이 4 개 있습니다.

  • 24 23
    좌빨

    장집이도 수령님 앞에선 일개 졸병이야
    너도 김철수처럼 비밀 정치국원은 아니지?

  • 39 19
    빈바위

    태두가 무어야
    최교수가 언제부터 왜 진보학계의 태두가 되었지. 기자가 고대출신인가봐
    진보학계가 뭐지. 뭐 어떤 사람이 진보학자냐?
    민주주의의 위기를 말하면 진보내고? 유럽에는 극우파도 민주주의의 위기를 말하거든.
    민주주의의 위기를 극복할 대안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 진보야?
    노무현이 자기 분수를 알고 대연정해서 한나라당하고 같이 한미FTA하고 선거구 개혁이
    나 하려고 하니까, 최교수가 적극 반대하더만.
    민주화를 발전시킬 전략적 머리가 전혀 없는 사람이 민주주의의 위기만 말하면
    진보인가? 왜 거리시위로 민주주의의 위기가 종착역까지 가야지 뭔가 돌파구가 있지.
    쇠고기파동에서 대의제민주주의의 근본을 바꿀 정국으로 나가도록 선동 정도는 해야지
    태두 소릴 듣지. 죽도 밥도 안된 상태에서 그만하라고. 그러니 대안 없는 비판만 하
    고 폼만 잡고, 주위 모자란 자들이 태두니 뭐니 추겨세우지.
    진보학자라면 뜻밖의 상황으로 진전된 촛불시위를 민주화의 전진으로 방향을 잡아줄
    정도의 이야길 해야 태둔지 중진이 되지.
    프랑스 '68'년의 샤트르르 정도의 학자는 진정 우리에겐 없는가

  • 38 18
    독자

    최장집이 이래라 저래라 할 사안은 아님
    시민들의 저항은 자발적인 것이므로 최장집 교수가 나서서 "그만두라"고 말할 사안이 아니라고 봄. 시민들 보고 물러가라고 할 일이 아니라 한나라당과 민주당 총수들에게 대책 없으면, 대책 세우지 않으면 물러나라고 해야 할 사항임. 최 교수 인터뷰는 그래서 동의하기 어려움.

  • 24 23
    나도 태두

    진보학계의 태두?
    최장집교수의 인터뷰 내용은 백번 지당하신 말씀.
    진보학계의 중심 인물답게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말씀을 하셨네요.
    경향신문도 그렇게 표현했는지 확인은 못했으나 '진보학계의 태두'라는 표현은 좀 거슬립니다.
    기사도 적재적소의 단어와 표현이 기사의 가치를 높여주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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