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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열기, 이라크도 예외 아니다

위성방송 시청, 정전대비 발전기 준비, 테러공포는 여전

종파간 폭력사태와 아부 무사부 알 자르카위의 피살로 테러 위험이 가중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월드컵은 축구 마니아인 이라크 인들에게도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이라크는 지난 1986년까지만 해도 한국 등과 함께 월드컵에 출전한 아시아 지역의 축구 강호였지만 지금은 전쟁으로 축구는 꿈도 꾸지 못한다. 이라크에서 전쟁과 종파간 분쟁의 상처가 아물고 또 다시 축구가 이라크 인들에게 희망을 안겨다 줄 수 있을 때까진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호주 <더 에이지>는 10일(현지시간) 특집기사를 통해 이라크가 이번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식지 않는 이라크의 축구 열기를 전했다. 신문은 최근 통행금지가 다시 발효되는 등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일부 이라크 열성 축구팬들은 늦게까지 식당 문을 열고 축구경기를 볼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를 위해 많은 돈을 주고 위성 방송을 볼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하고 있는 곳도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종파간 분쟁으로 인한 폭력사태에도 불구하고 지난 4년 동안 월드컵만을 기다려왔다는 아드난 매소(35)는 "최근 폭력사태를 자행해온 반군이건 아니면 그 배후에 있는 사람이건 이번 경기가 있는 동안만이라도 폭력을 잠시 중단하고 축구를 즐겨라"고 충고했다. 그는 "월드컵이 열리는 동안 테러로 인한 사상자가 감소할 것"이라며 월드컵이 전 세계인의 축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라크에는 비관적인 시각도 팽배해 있다. 바그다드에서 교직에 몸을 담고 있는 아둘 마흐만 무하메드(42)는 "테러리스트들은 스포츠를 신경 쓰지 않는다"며 "그들이 관심 있는 것은 폭력뿐"이라고 말해 축구보단 이라크의 폭력 상황에 대한 우려를 먼저 나타냈다.

반면 바그다드에 거주하고 있는 팔란 무하마드 카림(40)은 "친구들과 집에서 위성 중계로 축구를 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라크의 치안 상황은 불안정하고 언제 어디서 테러가 발생할지 모른다" "축구경기가 있을 때 식당에 있기가 두렵다"고 말해 치안 부재 상황을 걱정했다.

그러나 수많은 이라크 인들이 폭력사태이외에 걱정하는 것이 또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단전. 이라크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후 전기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제한적으로 전기 공급이 이뤄지고 있으며 정전되는 일도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고 없는 단전을 경험해온 이라크 인들은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정전에 대비해 낡은 발전기라도 준비하고 월드컵 축구경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임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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