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시민단체가 시민단체 재정 감시 추진

'가이드스타'(GuideStar) 코리아 도입 추진

시민단체의 재정상태와 회계 투명성 등 시민단체 전반을 감시하는 기구가, 또 다른 시민단체에서 추진되고 있다. 시민단체가 시민단체를 감시하는 셈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 7개 시민단체들은 8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대방동 전문건설회관 29층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비영리민간단체(NPO, Non Profit Organization)의 재정과 운영상황을 담은 관련정보를 대중들에게 제공하는 '가이드스타'(GuideStar)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투명성이 기부문화로 이어질 수 있어”

‘가이드스타’는 지난 1994년 미국에서 처음 선보인 일종의 시민단체 감시.검증 프로그램으로, 비영리민간단체의 재정, 사업현황, 운영 실태 등 관련 정보를 기부자들이나 일반 대중들에게 한데묶어 공개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말로는 ‘시민사회투명성추진기구’ 정도로 번역되며, 이 날 기자회견은 한마디로 한국판 시민사회단체 재정감시기구라 할 수 있는 ‘가이드스타 코리아’ 추진을 선언한 것이다.

정식출범에 앞서 ‘가이드스타 코리아’는 지난 2월 집행위원회를 조직해, 송자 전 연세대 총장(현 ‘아이들과 미래’ 이사장)을 집행위원장에 선임했다. 또 부위원장에 박태규 한국비영리학회 회장, 오재일 한국NGO학회 회장 등을 선임했다.

시민단체의 재정과 운영상황 등에 대한 투명한 공개를 주장하는 '가이드스타 코리아'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김동현


이 날 기자회견 뒤 이어진 ‘가이드스타 코리아’ 세미나에서 송 집행위원장은 “비영리조직에 있어 책무성과 투명성은 다른 분야에 비해 더욱 높게 요구되고 있다”면서 “한국사회에 가이드스타 코리아 시스템을 도입하면 NPO, 기업재단, 기업, 정부관계자, 언론계, 학계, 개인기부자등에게 도움이 될 수 있고 기부문화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이드스타 코리아는 이 날 세미나를 통해 “시민단체의 투명성이 곧 기부문화의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무성 숭실대학교 복지학과 교수는 “이제까지 기업이나 개인 기부자들이 특정 시민단체나 비영리법인에 기부하려 할 때, 그 단체에 대한 재정이나 실태 등 관련정보가 너무 빈약해 늘 기부하던 곳만 기부해왔던 것이 현실”이라며 “가이드스타 코리아가 정착되면 온라인에서 도 쉽게 자신이 기부할 단체의 내역이 낱낱이 드러나 기부에 도움이 된다”고 설립취지를 밝혔다.

정 교수는 앞으로 가이드스타 코리아가 대중에게 온라인을 통해 제공할 주요 서비스 항목으로 ▲비영리단체의 재정정보, 사업내용, 성과 등 개괄적 단체 정보 ▲단체 구성원들의 연봉수준 및 급여내역 ▲수입, 자산에 따른 단체의 구체적 회계 분석 정보 등이라고 설명했다.

송자 전 연세대 총장은 가이드스타 코리아 집행위원장을 맡아, 늦어도 내년 초까지 가이드스타 프로그램을 우리사회에 도입시킨다는 계획이다 ⓒ김동현


문제는 '자발성'과 '검증 방법'... 검증 둘러싸고 공정성 시비 우려도

이러한 가이드스타 코리아 추진을 놓고 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나타내고 있다. 특히 개별 시민단체의 구체적인 재정상황은 물론, 구성원들의 급여까지 공개되는 데 적잖은 부담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다.

이와관련 집행위 간사를 맡고있는 박두준 ‘아이들과 미래’ 재단 사무국장은 “재정내역 공개 등은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은 사안이라 시민단체 등이 자발적으로 나서주는 것이 이 사업의 관건”이라고 밝혔다.

박태규 가이드스타 코리아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연세대 경제학 교수)은 “어디까지나 시민단체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더 많은 기부를 원하는 비영리단체들은 자신들의 재정현황 등 사업전반의 상황 등을 자발적으로 온라인에 게재하고 우리가 취합해 이를 대중에게 전달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가이드스타의 최대 쟁점 사항은 시민단체가 올린 재정내역을 어떻게 검증 할 것인가에 있다. 이와관련 박 부위원장은 “우선은 시민단체의 자발성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자신들이 올린 내역 그대로를 온라인에 게재할 생각이지만, 만약 공시가 허위로 판명이 날 경우 가이드스타 프로그램에서 영구 퇴출시킬 생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박 위원장은 미국이나 영국 등 가이드스타를 먼저 도입한 국가들의 사례를 들며 “아무래도 우리단체 차원에서 시민단체가 올린 정보 등을 검증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않겠냐”며 향후 가이드스타 코리아가 직접적인 검증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특히 가이드스타 코리아가 본격적인 시민단체 재정 검증에 나설 경우, 이와관련한 공정성 시비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가이드스타 코리아 집행위에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등 보수적 인사가 참여하고 있다는 문제가 지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위원장은 “우리가 검증한다는 것은 시민단체의 재정상황 등 기부에 필여한 정보 검증이지, 결코 이념으로 시민단체를 평가하고 줄세우려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이러한 우려를 일축했다.

가이드스타 코리아는 빠르면 올 하반기, 늦어도 내년 초까지는 정식으로 단체를 출범시킨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비영리민간단체 대부분이 정부에 구체적인 재정기록을 일정한 양식으로 신고하고 이를 공개하기 때문에 가이드스타 프로그램이 단기간에 정착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1만4천개에 이르는 비영리공익법인들의 재정상황에 대해 일관된 양식으로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지 않아, 통일된 양식과 검증방식을 기반으로 한 가이드스타가 우리사회에 자리잡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것으로 전망된다.
김동현 기자

댓글이 0 개 있습니다.

↑ 맨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