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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값 오르자 외제차로 싹 바뀌더라"

3천cc이상 고급승용차 절반이 외제차, 한미FTA체결시 싹쓸이 우려

5월 국내 자동차 산업이 내수와 수출 모두 소폭의 증가세에 머무르며 부진한 모습을 나타낸 반면, 수입차는 국내시장 점유율을 큰 폭으로 늘리며 국내 고급승용차 시장을 무서운 속도로 잠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3천cc 이상 고급승용차 시장은 외제차가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원화강세를 계기로 가격인하 공세를 본격화해 국내 자동차업체를 크게 긴장케 하고 있다.

부가 특정계층으로 쏠리면서 나타나는 양극화의 또다른 얼굴이다.

수입차 시장 점유율 14.5%. 3천cc 이상 승용차는 45.6% 차지

2일 한국자동차공업협회가 발표한 '2006년 5월 국내 자동차산업 동향'에 따르면, 5월 자동차 내수판매는 9만3천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6% 증가에 그쳤다. 올해 5월까지 총 내수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 증가한 45만8천대를 기록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뉴카렌스와 렉스턴Ⅱ 등 신차 출시에도 불구하고 유가의 고공행진에 경기부진이 겹치면서 위축된 소비심리가 내수판매 부진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수출도 주춤했다. 5월 자동차 수출은 22만9천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 증가에 그쳤다. 환율급락에 따른 가격경쟁력 약화와 해외 현지생산 본격화, 현대차 사태로 인한 대외신인도 하락 등이 수출 부진의 원인으로 분석됐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는 앞서 또다른 보고서 ‘급증하는 국내 수입차시장’ 보고서를 통해 "올 1.4분기 매출액 기준 수입승용차의 국내시장 점유율이 지난해말 11.8%에서 14.5%로 높아졌으며, 3천cc 이상 승용차의 경우에는 45.6%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협회는 "원화 강세로 국내시판 수입차의 가격경쟁력이 더욱 강화되어 향후 수입차 판매는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외제차 수입업체는 최근의 원고를 반영, 수입가격을 낮추면서 국내시장 공략을 더욱 본격화하고 있다.

다임러크라이슬러 코리아(대표: 웨인 첨리)는 2일 PT 크루저 카브리오의 가격을 기존 3천4백50만원에서 3천1백90만원으로 2백60만원 낮추고, 세브링 컨버터블은 기존 3천9백90만원에서 3천7백90만원으로 2백만원 낮춘다고 발표했다. 또한 프리미엄 세단인 300C의 2.7 리터 모델의 가격은 기존 5천2백80만원에서 1백만원 낮추고, 헤미(HEMI) 엔진이 장착된 5.7리터 모델은 7천4백80만원에서 5백만원 낮춘다고 발표했다.

다른 수입업체들도 곧 수입차 가격을 인하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10월28일 영종도에서 열린 2005수입자동차 시승회에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왼쪽)이 관계자들과 함께 수입차들을 살펴보고 있다.ⓒ연합뉴스


"아파트값 오르자 단지내 차가 외제차로 바뀌더라"

이처럼 고급승용차 시장을 외제차가 무서운 속도로 싹슬이하는 것은 수입차에 대한 거부감이 희석된 측면도 한 요인이나, 그보다는 부가 특정계층으로 쏠리는 양극화가 결정적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지난 수년간의 아파트값 폭등에 따른 특정계층의 불로소득 급증이 결적적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금융연구원의 박재하 박사는 "내가 사는 강남 아파트 단지들을 보면, 아파트값이 오를 때마다 단지내의 승용차들이 외제차로 바뀌더라"며 "아파트값 폭등에 따른 불로소득 증가가 외제차 수입 급증의 근본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박 박사는 "상류층은 이미 국내에서 생산되는 최고의 내구성 소비재를 쓰고 있는만큼 불로소득 증가는 곧바로 외국산 제품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며, 불로소득의 또다른 폐해를 지적했다.

현대차 전전긍긍 "한미FTA 체결되면 국내시장 미국산 일제차가 싹쓸이"

외제차의 고급승용차 싹쓸이 움직임에 비상이 걸린 곳은 당연히 현대-기아차. 현대-기아차는 설상가상으로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한미FTA(자유무역협정)가 체결되면 국내 고급승용차시장을 외제차, 그것도 일본차가 싹쓸이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벌써부터 미국의 수입차 개방압력이 거세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한미 FTA가 체결되면 국내 고급승용차시장은 거의 외제차, 그것도 일본차에게 완전 잠식될 가능성이 높다"며 "한미 FTA가 체결될 경우 미국에서 생산되는 도요다의 렉서스 등 미국산 일본차들이 봇물터진 듯 밀려들 게 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미 미국산 일본차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가공스러울 정도"라며 "여기에다가 한미 FTA로 수입차 가격이 대폭 인하되면 과연 공직자 등을 제외하고 우리나라 승용차를 탈 상류층이 얼마나 될 지 아찔하다"고 밝혔다.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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