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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북한의 '힐 차관보 초청' 거부

북-미 직접대화 거부. 백악관.국무부 잇달아 6자회담 복귀 촉구

미국 정부는 1일(현지시간) 북한이 북핵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평양으로 전격 초청한 것과 관련, “지금 현안은 북미간 직접대화가 아니다. 북한은 대신 6자회담을 거부하는 자세를 버리고 6자회담에 돌아와야할 것”이라며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거듭 촉구, 일단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미국 정부는 그러면서도 "북한의 힐 차관보 초청에 대해 아직까지 언론 보도 이상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지 못한다. 이를 자세히 살펴보고, 정확한 내용이 무엇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거부하면서도 신중한 미국정부, 힐 訪北 추진가능성 배제못해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의 힐 차관보 초청에 대해 “미국은 북한과의 양자 협상을 수용하지 않을 방침”이라며 “미국 정부는 어떠한 협상도 6자회담을 통해서 할 것이며 북한이 다자간 대화에 복귀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으로부터 초청을 받은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주한 미대사 시절부터 북핵문제에 대한 협상전략으로 대북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으나 네오콘 등 강경파들의 견제를 받고 있다. ⓒ 미 국무부


톰 케이시 국무부 대변인 대행도 브리핑에서 “지금 현안은 북미간 직접대화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우리는 6자회담의 틀 속에서 북한과 직접대화를 해왔다”면서 “현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북한이 9.19 공동성명 이행 의지를 분명히 밝히고 6자회담에 조속히 복귀함으로써 이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으로부터 힐 차관보에 대한 외교채널 차원의 초청이 없었다”면서도 북한측과의 채널을 통해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할 용의가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우리는 분명히 이를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로이터 통신은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북핵대화에 관련한 초청을 거부했다”고 보도했고, AFP 통신은 “미국이 북한의 직접대화 요청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미국은 형식적으로는 북한의 힐 차관보 초청을 거부하고 6자회담 틀내 북한과의 직접대화라는 원칙을 재확인하면서도 북한의 제의를 검토할 것이라고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등 대화 의지도 감추지 않고 있다. 이는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파병과 최근 민간인 살해 등 국제적인 악재가 잇따르는 가운데 이란핵 문제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시점을 고려해 힐의 전격적인 방북을 통해 북핵문제의 일괄 타결을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미 국무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제의에 긍정적인 요소가 있는지, 시기적으로 그것이 유용한 제스처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힐 차관보의 방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굉장한 구상'(great idea)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국무부 관계자는 또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최선의 방안은 6자회담이며 그간 6자회담의 틀 속에서 북한과 직접 대화를 해왔다”며 “북미간 직접대화가 지금 정말로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고 보며, 그간 뉴욕 채널을 통한 북한측과 접촉이 없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미국 대내외적 곤경 처함에 따라 북미대화 가능 판단한 듯"

이와 관련 북미 전문가들은 북한의 초청에 대해 최근 미국 부시 행정부가 대내외적인 악재로 인해 곤경에 처해 잇으며 최근 이란과의 핵협상이 진전되는 등 국제정세의 진전에 따라 북미간의 직접대화가 어느 때보다 가능성이 높다는 북한의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부시 행정부가 곤경에 처해 있다는 점을 적절하게 고려해 이같은 대화 제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의 제안이 북핵문제 해결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뷰스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북한 핵 문제와 평화협정 체결을 동시에 논의하는 것을 포함하는 새로운 대북 접근방법을 검토 중이라는 지난 18일 뉴욕타임스(NYT)의 보도에 대해 북한이 뭔가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유화적 제스처이거나 미국내 분위기를 잘못 판단했을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갖고 있다”며 “그러나 북한이 그동안의 강경한 자세를 누그러뜨리고 대화의 제스처를 취했다는 것은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할만 하다”고 분석했다.

백 수석연구위원은 “지난 1일과 2일 워싱턴에서 열린 서울-워싱턴포럼 등 최근 미국내 북한정책 담당자와 전문가들의 분위기 통해 파악한 미국내 분위기는 뉴욕타임스에서 논의된 분위기 정도로 북한과의 새로운 접근을 논의할 수준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며 “미국으로서는 구체적인 보장 없이 힐 차관보가 방북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뉴욕의 북미채널을 통해 북한의 의도 파악에 나서는 한편 이에 대해 논의를 할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힐 차관보가 미국정부의 북한 제안 수용에 따라 방북할 경우 지난 2002년 10월 제일스 켈리 특사의 방문 이래 최고위급 방문이 될 예정이다. 힐 차관보의 방북은 지난해 9월 4차 2단계 6자회담에서 공동성명에 합의한 직후 추진됐지만, 미국 내 강경파들의 반발과 북한의 영변 실험용 원자로 가동 문제 때문에 무산된 바 있다.

한편 힐 차관보의 지휘를 받는 캐슬린 스티븐스 국무부 동아태담당 부차관보가 2일 북한 개성공단을 방문할 예정인 가운데 최근 북한과 개성공단에 대한 비난 발언으로 한국으로부터 격렬한 비난을 받았던 제이 레프코비츠 대북 미 인권특사는 이번 스티븐스 부차관보의 방북에 동행하지 않는다고 주한 미 대사관측이 밝혔다.

백남순 北 외무상, 중국에 6자회담 재개 관련 북한 측 구상 설명

앞서 북한 외무성은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이 진실로 공동성명을 이행할 정치적 결단을 내렸다면 그에 대하여 6자회담 미국측 단장이 평양을 방문하여 우리에게 직접 설명하도록 다시금 초청한다”며 미국과의 직접대화 의지를 강력히 표명했다.

대변인은 또 “우리는 미국이 우리를 적대시하지 않고 조미(북미) 사이에 신뢰가 조성돼 미국의 위협을 더이상 느끼지 않게 되면 단 한개의 핵무기도 필요없게 될 것이라는데 대해 벌써 여러 차례 밝혔다”며 “우리는 핵포기에 대한 전략적 결단을 이미 내렸으며 이것은 6자회담 공동성명에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작년 9월 미 재무부가 달러 위폐문제와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은행(BDA)을 북한의 불법 돈세탁 채널로 지목하고 금융제재에 나선 이후 전 세계 거의 모든 은행들이 BDA와의 거래를 중단하는 등 대대적인 경제 제재에 나선 데 대해 11월 대북비난 성명을 낸 뒤 6자회담에 불참해왔다.

한편 중국을 방문중인 백남순 북한 외무상이 1일 중국의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및 리 자오싱((李肇星) 외교부장과 연쇄회담을 가진 가운데 “백 외무상은 6자회담 재개에 관련된 북한의 구상과 태도에 대해 이들에게 설명했으며 또한 북한의 궁극적인 목적은 한반도의 비핵화라고 반복해 설명했다”고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밝혔다.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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