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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행정개혁 완수는 차기 총리에게"

행정개혁법 日국회 통과. '성역 없는 구조개혁'

‘작은 정부’ ‘관(官)에서 민(民)으로’ 등 시장주의 개혁을 추구하는 '고이즈미 개혁'의 핵심이자 완결편인 행정개혁추진법이 26일 일본 국회에서 통과됐다.

이날 법안의 국회통과는 집권 이후 성역 없는 구조개혁을 표방하며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해 온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9월 퇴임한 이후에도 개혁이 지속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우정(郵政)개혁에 이은 고이즈미식 시장주의 개혁의 승리를 상징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 언론 “우정 개혁에 이은 고이즈미 개혁의 완결판”

27일 <요미우리(讀賣)> <아사히(朝日)신문> <마이니치(每日)신문> <산케이(産經등)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일본 참의원이 26일 열린 본회의에서 행정개혁추진법을 여당의 찬성 다수와 공명당 등 야당의 찬성 가세로 통과시켰으며, 공공서비스 개혁법과 공익법인개혁법 등 4개 관련법도 함께 가결했다고 보도했다.

고이즈미 총리가 2001년 출범 직후 간소하고 효율적인 정부를 만들기 위해 마련된 행정개혁추진법은 각종 정부 업무 개혁의 방향성과 일정을 담은 일종의 개혁 교범과 일정표로, 고이즈미 총리는 당내외 반발 세력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히자, 작년 8월 중의원 해산과 9월 총선의 대승으로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고이즈미 총리는 법안 통과 후 파푸아뉴기니와 피지 등 태평양제도포럼(PIF)에 가맹한 14개국, 2지역의 정상과 각료들을 오키나와(沖繩) 현 나고(名護) 시로 초청해 가진 ‘태평양·섬 정상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차기 총리가 법률의 취지와 방침에 따라 개혁을 계속 실행해주기 바란다”며 '포스트 고이즈미'가 적극적으로 개혁을 계승해 줄 것을 촉구했다.

일본 정부는 정부계 금융개혁 실시법을 가을 임시국회에 제출하는 등 행정개혁추진법을 구체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후속 조치를 신속하게 진행할 방침이다. 일본 참의원은 행정개혁추진법과 함께 정부 사업을 민간으로 이양하기 위해 이른바 ‘시장화(市場化) 테스트’를 도입한 공공서비스개혁법 등 정부 구조조정 관련 4개 법안을 통과시켰다. 집권 자민당은 또 공무원 급여 삭감과 일반 직장인보다 더 많이 받는 공무원 공제연금 개혁도 함께 추진 중이다.

행정개혁추진법은 ▲국가공무원의 삭감 ▲정부계 정책금융기관의 개혁 ▲특별회계 통폐합 등 개혁 ▲국가의 자산과 채무 정리 ▲독립행정법인 개혁 등 ‘정부 구조조정’ 계획을 구체적인 시한과 수치를 못박아 의무화했다. 국가적 과제에 대한 완결판으로 향후 10년간의 일정표를 제시하는 한편 특히 국가공무원의 삭감에 대해서는 향후 5년 동안 공무원의 숫자를 5%이상 줄인다는 구체적인 수치 목표도 포함하고 있다.

국가공무원 5% 이상 삭감, 정부계 정책금융기관의 통폐합 등 담아

구체적으로는 ▲5년간 국가공무원은 5% 이상, 지방공무원은 4.6% 이상 감축 ▲2008년까지 8개 정책금융기관의 통폐합과 민영화를 통한 원칙적 일원화, 2개 정책금융기관의 완전민영화, 1개 정책금융기관의 지방 이전, 낙하산 인사를 원칙적으로 금지 ▲정책금융기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대출잔고를 2004년도의 절반 이하로 감축 ▲31개 특별회계를 12~17개로 감축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거품경제 붕괴 후 15년 동안 민간 기업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일본 공무원사회는 예전에 누리던 혜택을 그대로 유지해 왔으며, 그 결과 공무원사회의 관료주의의 폐해가 개선되지 않았고 주요 인재들이 효율성이 떨어지는 공무원 사회에 몰리는 비정상적 현상이 지속돼왔다.

이에 따라 고이즈미 총리는 2001년 취임 이후 정권의 운명을 거는 승부수를 연달아 던지며 우정업무와 도로공단의 민영화, 각종 규제 완화, 경제 특구 등을 추진하고 지방 재정을 개선하는 '삼위일체 개혁' 등 총체적인 행ㆍ재정 개혁을 추진해왔다.

특히 고이즈미 총리는 방만한 재정운영, 공무원 및 공기업의 비효율성, 선거를 위한 예산배려 등을 '잃어버린 10년'이라 불리는 장기 경기침체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하고, 행정개혁을 통해 정부 자원을 민간으로 돌리고 민간의 창의성과 경쟁력을 살려내 경제회복의 기관차로 삼겠다며 각종 개혁을 대대적으로 추진해왔다.

고이즈미 총리는 ‘우정개혁’에 이어 이날 행정개혁추진법 등 관련 5개 법안 가결로 취임 초기에 내건 개혁 목표를 사실상 달성한 가운데, 9월 선출될 차기 총리에 대해 ‘(시장주의) 개혁 노선을 계승할 인물’로 규정하고 보수적 행보와 확고한 소신으로 자신과 유사한 스타일을 가진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을 내심 점찍고 있다고 일본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개혁입법에 반발해온 관료-정치인 저항 극복이 과제

그러나 고이즈미 총리가 구상한 향후 일본의 정치일정이 각계의 반발을 사고 있어 행정개혁추진법 등 개혁입법의 장래가 밝은 것만은 아니다. 개혁입법에 반발해온 관료와 정치인들이 행정개혁 관련 후속 법 제정 과정에서 결사 반대에 나설 수 있는 데다, 고이즈미라는 강력한 지도자가 없을 경우 본래 파벌적 성격과 보수적 색채가 짙은 자민당 내에서 반대세력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는 점에서 향후 일정은 자칫 불확실성의 바다에 빠져들 수도 있다.

특히 행정개혁법이 입법 취지대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수십개의 후속 법률 입법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일부 관료들은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하고 있고, 특히 그동안 혜택을 누려온 지방 관료들의 격렬한 저항이 잇따를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또 고이즈미 총리가 내심 후계자로 꼽는 아베 신조 관방방관이 최근 자신의 지지율이 하락하자 "격차를 느끼는 사람들이나 지역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며 개혁의 일부 수정을 시사하는 등 고이즈미 총리가 없는 상황에서 ‘고이즈미식 개혁 드라이브’가 추진력을 받을 수 있을 지는 아무도 자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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