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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산명동에 서일필', 박근혜 테러 배후설

박 대표 피습사건 남는 의문들은 무엇

박근혜 한나라당 피습 사건 발생 일주일 째. 피의자 지충호(50)씨를 둘러싼 의혹은 상당부분 해소되는 분위기다. 지씨가 지난 해 8월 청송감호소 출소 이후 주요 행적, 자금 출처 등 상당부분의 의혹들이 하나씩 풀려나가고 있다.

결론적으로 피의자 지씨를 둘러싼 배후세력 논란은 잠정적으로 ‘사실무근’으로 보는 것이 합수부나 이를 취재하는 기자들의 ‘중론’에 가깝다. 태산명동에 서일필 격이다. 그럼에도 남는 의문들은 무엇일까?

지씨의 원래 범행대상은 오세훈? 박근혜?

현재로서 최대 관심사는 범행 동기다. “왜 지씨는 박 대표를 노렸을까?” 이와 관련해서는 합수부나 언론 모두 전혀 감을 못잡고 있다. 다만 지씨의 주장과 지인들의 증언대로 ‘감호제도에 대한 반감, 이를 만든 전두환 5공 정권에 대한 증오, 바로 이 5공 정권을 이어받은 한나라당에 대한 원초적 불만’이 이번 피습사건의 계기가 되었다는 애매모호한 ‘설’만이 존재할 뿐이다.

다만 범행동기를 차치한다해도 지씨가 “정말 박 대표를 노렸느냐”는 의문점은 아직 명쾌하게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이에 대해서는 지씨가 애초부터 "오세훈 후보를 노렸다"는 것과 "박 대표를 원래부터 노렸다"는 설로 양분된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피습한 혐의로 법정구속된 지충호씨 ⓒ윤동주 사진전문 기자.


첫째로, “애초 지씨의 목표는 박 대표가 아닌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였다”는 설. 지난 3월, 지씨가 인천 갱생보호공단 생활관을 퇴소하고 줄곧 함께 생활했던 친구 정모씨의 입을 통해 나온 말이다. 또 지씨 스스로도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재판관에게 “오세훈 후보를 겨냥했다”는 식의 말을 직접적으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범행 당시 지씨의 행적을 살펴보면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박 대표 피습사건이 발생한 지난 20일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 앞. 지씨는 오전부터 서울에 들러 오세훈 후보 사물실을 방문, 그 날 유세일정을 챙겨뒀다. 따라서 당일 오 후보와 박 대표의 일정을 미리 파악해 둘 수 있었다는 얘기다.

만약 “원래 목표는 오세훈이었다”는 지씨 자신의 고백과 친구 정씨의 주장이 맞다면 왜 갑자기 박 대표에게 흉기를 휘둘렀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이미 오 후보는 신촌 유세현장에 박 대표보다 15분 일찍 나와 있었고, 지씨가 오 후보를 피습하려했다면 충분히 시간이 있었다는 얘기다.

둘째, 거꾸로 지씨가 원래부터 박 대표를 범행대상으로 삼았다는 설. 피해자가 박 대표라는 결론만 가지고 보면 어느정도 설득력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박 대표의 사건 당일 일정을 돌이켜보면 쉽게 납득하기 힘든 구석도 있다.

박 대표는 사건이 발생한 지난 20일 오후 3시, 인천 계양구 유세에 참석했고, 이어 4시에는 인천 강화군 유세에 모습을 나타냈다. 인천 지리에 익숙한 지씨가 굳이 서울 신촌까지 와 범행을 저지를 필요가 없었다는 결론이 나오는 셈이다.

지씨, 정말 박 대표 살해 의도 있었나?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해 남는 또 하나의 의문점은 검찰의 기소내용처럼 “정말 지씨가 박 대표를 살해할 의도가 있었냐”는 것이다. 사건 초기, 지씨가 박 대표를 흉기로 얼굴을 그었다는 경악할 만한 사실 그 자체에 매몰 돼, 무조건적으로 지씨에게 살해혐의를 둔 측면이 크다.

더욱이 한나라당은 ‘세풍, 병풍’ 사건의 담당 검사를 맡았던 이승구 서부지검장이 합수부본부장을 맡았다는 사실만 자체도 문제 삼으며 격앙된 분위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한나라당의 눈치를 안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검찰은 상해혐의와 살인미수혐의를 저울질하다, 결국 지씨에게 ‘미필적 고의’라는 혐의로 ‘살인미수죄’로 기소하기에 이른다. 여기다 현장에서 술에 취해 난동을 피운 박모(52)씨에게도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무리수를 둔다.

그러나 법원은 박씨에 대한 영장을 기각했고, 합수부 또한 범행 당시, 지씨가 흉기를 들고 박 대표에게 달려들며 외쳤다고 한 ‘죽여, 죽여’라는 부분이 지씨의 음성인지 명확치 않다고 결론을 내렸다.

애초 상해부위와 상해정도, 그리고 흉기(문구용 칼) 등을 감안할 때, 지씨에게 살인미수죄를 적용하는 것에는 논란이 많았다. 물론 한나라당은 지씨의 범행수법에 대해 “박 대표의 턱 근육을 테러한 것은 전문 칼잡이가 아니면 안되는 수법”이라며 명백한 살해의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지씨가 정말 박 대표에 대한 살해의도가 있었다면, 범행에 사용한 문구용 칼 이외 다른 흉기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반론도 있다. 더욱이 한나라당의 주장처럼 지씨가 전문 칼잡이였다면 더더욱 문구용 칼로 박 대표에게 달려들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추론이다.

배후세력 나타날까?

현재까지 수사된 내용만으로 볼 때 지씨의 범행에 배후세력은 없는 것으로 잠정적인 결론이 나고있다. 피의자 지씨가 사용한 최근 3개월 동안의 휴대전화 내역, 그가 사용한 통장계좌 등을 살펴봐도 배후세력이 범행을 돕기위해 자금을 댄 흔적은 없다.

그러나 지씨가 수원 모 유흥주점 업주에게 자신의 명의를 빌려주고 5백만원을 받았다는 부분은 납득하기 어려운 구석이 많다. 먼저, 업주는 왜 하필 14년이상을 교도소에서 복역한 지씨 명의를 사용하고 5백만원이라는 돈을 지불했냐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지씨와 업주를 연결시켜준 소개인과 지씨와의 관계도 명확치 않다.

이에대해 합수부는 “오랜 복역 생활로 지씨의 경제적 신용상태가 좋았고, 또 국가가 업주의 전과를 확인하고 사업자등록을 내주고 하는 것도 아니다”며 업주가 지씨 명의를 빌려 쓴 데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보고있다. 또 합수부는 “원래 유흥업주 명의사장(속칭 바지사장)은 1~2달 간격으로 수시로 바꾸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만약 지씨에게 자금을 전달하고 범행을 지시하는 배후가 없다면 이 부분에 대한 의혹이 좀 더 명쾌하게 풀려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모든 의혹에도 불구하고 ‘배후세력 음모론’ 자체에 회의감을 품고 있다. 만약 박 대표나 오 후보를 살해할 의도나 조직적인 정치 테러를 감행하려 했다면 왜 하필 백주대낮에, 그것도 범행 후 붙잡히기 쉬운 유세현장에서 범행을 공모하고 지시했냐는 것이다.

더욱이 지씨가 사용한 문제의 문구용 칼은 조직적인 정치 테러를 감행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조직적 정치 테러론'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또 하나의 이유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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