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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콘 "미군이 이라크 주둔하는 한 석유위기는 없다"

[김동석의 뉴욕통신] AIPAC에서 확인한 네오콘의 '석유패권론'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이 이끌고 있는 '국가 에너지 정책개발 그룹'은 최근 "미국내 석유생산은 앞으로 20년간 매년 12%씩 감소하여 현재 52%에 달하는 수입석유 의존도는 2020년에는 거의 70%에 달할 것이다. 따라서 걸프지역의 원유공급량은 세계의 68%에 이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면서, 에너지 문제가 향후 미국의 가장 큰 위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카고에서 보스톤에 이르는 미국 북동부 지역의 겨울 난방 연료 소비량은 같은 기간 전세계 총 사용량의 4분의 1 정도이다. 미국의 에너지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 수 있다. 미국은 세계 에너지 소비량의 25%를 소비하고 있으며, 그 중 50%는 석유가 차지하고 있다. 세계 1위의 석유소비국이다.

미국은 석유의 대부분을 중동에서 수입하고 있다. 중동지역은 세계 석유 생산량의 3분의 2를 생산하고 있다. 미국의 석유 공급선일 뿐만이 아니라 세계 에너지의 생명선이다. 따라서 미국의 대외정책 전문가들은 중동지역의 석유를 에너지원으로 보다는 힘의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

현재 중동지역 석유의 3분의 2는 서방 선진공업국으로 공급되고 있다. 2002년 미 중앙정보국(CIA) 보고서에선 2015년까지 이 지역 석유의 70% 정도가 아시아 국가들, 특히 중국에 공급될 것이라고 했으며 중국의 이 지역 석유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중국은 신속하게 이란과 이라크와 군사적 유대관계를 강화시켜 나가게 될 것이라 했다. 그래서 중동지역의 석유를 장악하는 것은 유럽, 일본, 중국을 통제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를 갖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백악관의 주인이 누가 되든 미국의 대외정책 가운데에 가장 중요한 부분은 '중동의 석유'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네오콘(신자유주의자)들은 중동지역의 석유를 차지하는 것이 미국의 세계지배 선결조건으로 생각했다. 1973년과 74년 석유파동으로 인하여 제럴드 포드 대통령은 재선을 포기해야만 했다. 포드 행정부에서 비서실장과 국방장관을 역임한 도널드 럼즈펠드와 딕 체니는 중동지역의 석유가 얼마나 중요한지 몸으로 깨달았다. 카터 행정부때 잠시 밀렸다가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백악관 입성을 기점으로 이들은 외교안보 라인의 요직을 차지했다.

이들은 레이건 대통령의 비위를 잘 조정하면서 중동지역에 대한 미국의 군사력을 점차적으로 증강시켰다. 미 국방부(펜타곤)에 중부사령부를 창설하여 동부아프리카, 중동, 아프가니스탄을 관할했고 터키와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를 연결하여 반소동맹을 구축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수백억 달러 어치의 최첨단 무기를 판매했고 1987년엔 이라크와 이란의 전쟁을 핑개삼아 미 해군의 주력인 항공모함을 포함한 40여척 규모의 합동기동부대를 걸프만에 배치했다.

1991년 1차 걸프전이 발발하자 미국은 오랜 숙원인 중동지역 미군주둔을 성사시켰다. 중동지역의 미군주둔은 미국기업의 대중동 투자를 촉진시켰다. 유전개발과 송유관 매설이다. 중동에 투자를 목적으로 진출한 미국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 중동지역엔 거미줄 같이 미군기지가 들어섰다.

중동지역에서 특별히 이라크는 석유자원의 보고이다. 얼어붙은 툰트라 지역의 땅 밑에 있어 채굴이 어려운 알래스카에 비하면 이라크의 석유는 그야말로 노다지다. 이라크의 원유 매장량은 1천1백20억 배럴로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2위이다. 이라크의 원유는 세계 최고의 양질이며 게다가 채굴의 비용이 배럴당 1달러 50센트로 가장 싸다. 부시 행정부가 아니었더라도, 또한 9.11사태가 없었더라도 이라크는 미국이 반드시 차지해야 할 먹잇감이었다. 2003년 영국의 <BBC방송> 신년 특집은 '미국의 세계전략 분석'이었다. 미국의 이라크 전쟁 진짜의 속셈은 이라크의 유전 장악이라고 했다.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전쟁이 실패라고 하지만 미국을 위한 중동지역의 중요성을 감안해 볼 때 자본의 논리로는 결코 실패가 아니다. 기업가들의 돈벌이가 늘었고 네오콘들의 전략으론 자신들의 예상에 맞아 떨어졌다.

유태인공공정책위원회(AIPAC)에서 연설을 한 198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엘리 위젤(왼쪽) 보스톤 대학 교수와 부시 대통령의 '도덕교사'로 통하는 나탄 샤란스키 ⓒ 유태인공공정책위원회

지난 10월 27일부터 나흘 동안 필라델피아에서 개최된 유태인시민로비단체인 유태인공공정책위원회(AIPAC)의 전국 모임에 나타난 네오콘 핵심들은 미국의 목표는 국제사회 속에서의 도덕적 평판이 아니고, 국익을 위한 실리 확보이기 때문에 이라크 전쟁은 성공이라고 주장했다.

그들은 권력을 잡는 것이 목표가 아니고 강한 미국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네오콘들이 주도한 이라크 전쟁 덕분에 미국은 이라크에 군대를 주둔시켰고 그럼으로써 중동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요충지를 차지했다고 했다.

<낙원과 권력에 대하여>와 <여명의 투쟁(A Twilight Struggle)>의 저자이며 부시행정부의 가장 탁월한 외교안보 이론가로 소문난 <워싱턴포스트(WP)>의 컬럼니스트인 로버트 케이컨은 에이팩 전국 모임의 연설에서 "과거엔 석유수급에 차질이 많았지만 이라크에 미군이 주둔하는 한 석유로 인한 경제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석유 확보와 미국기업의 해외진출, 전략요충지 확보 등 미국의 국익을 위해서라면 "전쟁도 마다않는다"며 큰소리쳐온 네오콘들이 여전히 건재함을 확인할 수 있었던 씁쓸하면서도 개운치 않은 현장이었다.

필자

김동석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 김홍국 기자

김동석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겸 본지 편집위원은 1985년 미국으로 건너간 뒤 한인들의 정치 참여를 통한 권리 찾기와 한인들의 정치적 위상 높이기를 목표로 93년 뉴욕 등 미 동부 대도시에 ‘한인유권자센터’를 만들어 14년째 활동해온 대표적인 정치 비정부기구(NGO) 운동가다.

한인들의 정치력을 높여온 김 소장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93년 당시 7%에 불과하던 한인들의 평균 투표율은 2004년 25%로 뛰어올랐고, 미국의 상원과 하원의원들이 한국어 정치광고를 할 정도로 한국의 위상을 높임에 따라 워싱턴 정가에서 미국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한국인 출신 시민운동가로 꼽히고 있다. 최근에는 미하원의 '종군위안부 결의안' 통과와 한국국민 비자면제프로그램(VWP) 성사에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 미국 정가의 주목을 받고 있다.
김동석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댓글이 1 개 있습니다.

  • 94 76
    양수겸장

    석유줍고 돈벌고
    고유가에 무기장사 대박.
    서민들은 패리스 힐튼 치마속에 더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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