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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졸업장 반납에 학교측 "법적절차 밟아라"

<현장> 1백여명 졸업생, 강정구 직위해제에 졸업장 반납

동국대 졸업생 1백8명이 이 대학 강정구 교수의 직위해제 처분에 항의해 졸업장을 반납했다. 그러나 학교측은 "졸업장을 반납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며 "(학적에서 삭제되고 싶으면) 정식으로 법적절차를 밟고 오라"고 감정적 대응을 했다.

졸업생들, 강정구 직위해제에 항의해 졸업장 반납

동국대 내 '국가보안법 폐지와 학문의 자유 수호, 강정구 교수 탄압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강정구 대책위)는 17일 오후 동국대 본관 앞에서 학교측의 강정구 교수 직위해제 방침에 반발해 이 대학 1백8명의 졸업동문 졸업장 반납식을 거행했다.

졸업장 반납의사를 밝힌 1백8명의 졸업생들을 대표해서 학교를 방문한 7명의 졸업생들 중에는 경북 영덕에서 하루전에 미리 상경한 직장인을 비롯해 경기도에서 고등학교 교편을 잡고있는 현직 교사도 있었다.

이들은 또 졸업장 반납과 함께 홍기삼 동국대 총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총장실을 찾았으나 학교측은 "홍 총장이 출장을 떠났다"며 면담을 거부했다.강정구 공대위 측과 졸업생 대표들은 총장 면담을 위해 일주일 전 부터 두차례에 걸쳐 이 날 총장 면담을 요청해 놓은 상태였다.

이에 졸업생 대표들은 미리 총장실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학교측 관계자들과 10여분 가까이 논쟁을 벌였다. 이에 학교측 관계자들은 "면담이 불가능하다"며 "우리에게 말하면 총장께 대신 전달해 주겠다"고 말했다.

동국대 졸업생이 졸업장을 반납하기 위해 총장 면담을 위해 홍기삼 동국대 총장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학교측은 홍 총장이 출장중이라며 면담을 거부했다 ⓒ김동현 기자


학교측 "동국대생인 게 그렇게 부끄러우면 법적 절차 밟아 나가라"

이 과정에 백승규 동국대 학생과장은 "그렇게 동국대 학생이었던 것이 부끄럽고, 졸업생이라는 사실이 부끄럽다면 정식으로 법적 절차를 밟고오라"는 감정적 말을 쏟아내, 졸업생들과 강정구 대책위 소속 동국대 재학생들의 반발을 샀다.

백 과장은 "졸업장을 반납한다고 동국대 학적에서 지워지는 것도 아니다"며 "단순히 졸업장 반납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따라서 정식으로 법적 절차를 밟고 와야 학적이 사라질 것"이라고 졸업생들을 자극하는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이에 동국대 졸업생들과 재학생들은 "그런 말씀을 어떻게 할 수 있냐"면서 "그것을 학교측의 공식입장으로 봐도 되냐"고 강하게 항의했다. 그러자 백 과장은 "이는 비공식적 입장"이라며 한 발 물러섰다.

"농사를 지어도 나쁜 거름, 좋은 거름 모두 다 뿌려야 한다"

2002년 동국대 총학생회장을 역임하고 지금은 고향인 경북 영덕에서 사과농사를 짓고있는 주진완(31)씨는 지난 16일 밤 급거 상경해 이 날 졸업장 반납식에 참석했다.

주씨는 "지금은 학교와 멀리 떨어져 있지만 강 교수의 직위해제 소식을 듣고 어떡하든 도와 줄 방법이 없어 안타까웠다"면서 "비록 농사일을 이틀씩이나 제쳐두고 모교까지 달려왔지만 그래도 이렇게라도 하지않으면 정말 내 자신에게 부끄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씨는 "내가 지금 사과농사를 짓고 있는데 농사를 지을 때 거름 쓸 일이 많다. 농부는 거름을 쓸 때, 좋은 거름만 쓰고 나쁜 거름은 안쓰는 법이 없다. 좋은 거름만 쓰면 진정한 농사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동국대는 김일성종합대학과 교류협력을 맺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는데, 수구적 시각에서 볼 때 그런 협력이 강정구 필화사건과 무엇이 다르냐"며 "지금 동국대가 하는 짓이 바로 좋은 거름만 쓰겠다는 것, 아니 자신들에게만 유리한 거름만 선전하고 사용하겠다"는 것이라고 이번 사태를 빗댔다.

동국대 재학생, 졸업생으로 구성되어있는 '강정구 대책위'는 이번 사태의 핵심은 보수신문과 보수세력들의 마녀사냥식 외압'이라고 규정했다 ⓒ김동현 기자


이 날 주씨의 지적처럼 동국대는 김일성종합대학과 인문학 분야에서 교류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홍기삼 동국대 총장은 '개교 1백주년'을 맞은 올 3월, 북한을 직접방문 해 김일성종합대학과 인문학 분야에서 교류협정을 체결해 북한과 만해 한용운과 홍명희 연구를 중심으로 한 국문학 학술회의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동국대는 강정구 교수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이 나오기도 전인 지난 2월 초, 강 교수에 대한 직위해제를 결정했다.

홍 총장, "기업 등 외부압력 때문에..."

하지만 홍 총장의 고민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홍 총장은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당시 학생들의 취업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기업 등 외부의 압력 때문이었다"고 강 교수 직위해제 배경을 털어놨다. 특히 홍 총장은 "강교수의 '6.25는 통일전쟁'이란 발언이 한창 사회적 논란을 빚었을 당시 기업인, 동문으로부터 학생 취업을 담보로 한 압박이 들어와 어쩔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날 졸업생들과 강정구 대책위 재학생들은 두 가지 점에서 홍 총장을 비판했다. 졸업생들은 "총장님도 총장 이전에 강단에서 강의를 하는 학자"라며 "학자적 양심으로 그릇된 일을 결정하는 것은 아무리 외압이 있었다하더라도 기회주의적 처신이라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고 꼬집었다.

또 학생들은 강 교수 문제와 관련 홍 총장이 보수단체들과는 면담을 했음에도, 일주일 전에 면담을 신청한 졸업생들에게는 면담 기회조차 주지않았다는 점은 사실상 홍 총장이 이 문제와 관련해 진정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 졸업생은 "이번 사태는 수구세력과 수구매체에 동국대가 놀아난 것임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며 "수구매체들은 허구한 날 언론자유, 언론자유를 떠벌리고 다니는데 정말 대한민국에서 언론의 자유만 있고 학문의 자유는 없는 것"이냐고 개탄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지난 1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강정구 교수 공판에서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오는 26일 강 교수에 대한 선고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최근 동국대는 교내에서 내년 졸업예정들의 졸업사진 촬영기간이다. 이 날도 졸업예정자들이 동기생들과 교수들과 함께 사진촬영을 하고 있었다 ⓒ김동현 기자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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