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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딴 선물행렬. 누워 보고받으며 호통"

[전문] 한 블로거기자가 목격한 '서울시의회 체육대회 백태'

한 블로거 기자가 평일인 17일(수요일) 서울 잠실보조경기장에서 열린 서울시 의회 체육대회를 현장 스케치한 르포 글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며 정치권에서까지 서울시 의회체육대회를 비판하고 나서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다음블로거 기자 '몽구'씨는 18일 '서울시의회 체육대회 하던 날 무슨 일이?'란 제목의 글을 동영상과 함께 올렸다.

지난해 서울시 의원들은 회기 중에 체육대회를 열어 호된 질타를 받은 바 있다. 그런 탓인지 올해는 임시의회가 끝난 바로 다음날인 17일 행사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오세훈 서울시장 등이 참석해 축하인사를 하기도 했다.

블로거 기자의 눈에 비친 올해 체육대회 역시 꼴불견이었다. 가장 먼저 눈에 두드러진 것은 각 구청에 보낸 공무원들의 잇딴 선물행렬이었다. 그는 그 풍광을 이렇게 기록했다.

"방문 행렬은 계속됐습니다. 경기장안으로 들어와서도 지역구 출신 시의원들을 못 찾아 계속 경기장 주변을 돌아다니는...찾으면 아무 꺼리낌 없이 '어디 구청,구청장이 보내서 왔습니다' '아..네 고맙습니다' 인사를 주고 받으며 시의원이 직접 선물을 받던데 관행처럼 이어져 온 건지 그 모습이 너무 자연스러웠습니다."

또다른 목불인견은 구청 공무원들을 함부로 대하는 일부 의원들의 군왕적 행태였다. 그는 이 장면을 이렇게 기록했다.

"멀리 경기장 구석을 보니 몇 군데서 시의원들과 구청직원들이 모여 뭘 의논하고 있던데 한곳을 가까이 가서 보니깐 ,도시계획과 관련된 현안을 시의원 3명이 참석한 가운데 부구청장을 비롯한 도시개발국장이 보고하는데, 한 시의원은 누워서 담배 피며 듣고 있고.. 보고가 끝나자 손가락질과 고함을 지르며 부구청장과 도시개발국장을 야단(?)치는데, 듣고 있는 구청 관계자들은 무슨 죄인처럼 두손을 앞에 모으고 고개를 숙이며 네네 하고만 있더군요. 시의원들의 파워가 이 정도로 셀까? 정말 놀랐습니다. 아무 소리도 못 하고 호통치는 시의원들에게 계속 굽신거리며 네네 잘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는데, 구청장들이 왜 이 행사에 참석했나 이제 느낌이 팍 오더군요."

그는 서울시 의회 체육대회 르포 마지막을 "욕을 먹으면서도 이런 일을 강행하고 세금은 세금대로 축 내고 구청장들을 상대로 힘을 과시하고...사람들이 "나라 돌아가는 꼬라지하고는.." 말하는 게 이런 것이구나 느낀...그런 체육대회였습니다"로 끝맺었다.

이 글이 오르자 인터넷에서는 서울시 의원들을 글들이 빗발치고 있다.

글을 접한 민주노동당 서울시당은 즉각 성명을 통해 한나라당이 절대다수인 서울시 의원들을 질타하고 나섰다.

민노당은 "현장을 취재한 한 블로거 기자의 이야기를 보면 ‘추태만상’이다. 누워서 담배 피면서 공무원한테 보고를 받고, 공무원들이 자기집 ‘하인’인냥 손가락질하고 고함지르고"라며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수준 좀 높이자"고 질타했다.

민노당은 이어 "시의원들이 체육대회를 한 어제는 어떤 일들이 있었나"라고 물은 뒤, "시청 앞에서는 텐트 시위가 있었고, 노숙인들은 서울시의 정책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또 물을 '상품화'하는 서울시의 상수도 공사화 계획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도 열렸다. 지난 수요일 2년후 가판대를 없애는 조례가 시의회를 통과하면서 상인들은 분노하고 있다. 고양에서는 시청 단속에 못이겨 노점상 한분이 자살하셨다. 이게 어디 고양시청만의 문제인가. 이런데도 공무원들 대접 받으며 놀고 싶을까"라고 꼬집었다.

민노당은 "지난 9월에는 시의회가 상임위원장 직인크기를 0.3cm 키우는 조례를 통과시켜 빈축을 산 바 있다"며 "무슨 '텔레토비'도 아니고 '쇠귀에 경읽기'도 지겹다. 문제를 지적하면 자성하고 고치면 안 될까. 우리도 생산적 토론 좀 해보자"고 힐난했다.

ⓒ블로거기자 '몽구'

다음은 블로거기자 '몽구'씨가 쓴 글 전문.

서울시 의회 체육대회 하던 날 무슨 일이?

작년 체육대회때 시민들의 따가운 눈총과 관련 기사로 인해 네티즌들의 비난을 샀던 서울시 의회가 올해에도 (평일인) 잠실보조경기장에서 체육대회를 열었는데, 시민들의 따가운 눈총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체육대회를 열게 된 이유와 무엇을 하는지 보기위해 현장을 찾아 가봤습니다.

서울시장, 각 구청장, 구의회 의장등이 체육대회를 축하해 주기 위해 방문했던데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왜 서울시 고위 공무원들이 총 출동해 축하해 줄까? 알아보니, 시의원들에게 잘 좀 부탁해 달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 참석한 것이더군요. 오세훈 시장도 축사를 통해 많은 도움을 바란다는 말을 한 이유가 이를 뒷받침하듯이...

개회 선언을 시작으로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경기장 입구쪽을 보니깐, 각 구청에서 온 직원들이 종이가방을 들고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음료수와 과일바구니, 박스, 종이가방 등을 들고 경기장을 찾았는데 다가가 이게 뭐냐고 구청에서 왔냐고 물었더니 다들 그렇다 내용물은 음료나 먹을 꺼다고 말하는데 박스나 종이가방 안에다가 먹을 껄 갖다 줄까? 생각이 들면서 보여달라 하니깐, 보여줄 수 없다며 경기장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몇몇 구청도 아닌 서울에 구청이 몇개야? 할 정도로 방문 행렬은 계속됐습니다. 경기장안으로 들어와서도 지역구 출신 시의원들을 못 찾아 계속 경기장 주변을 돌아다니는...찾으면 아무 꺼리낌 없이 "어디 구청,구청장이 보내서 왔습니다" "아..네 고맙습니다" 인사를 주고 받으며 시의원이 직접 선물을 받던데 관행처럼 이어져 온 건지 그 모습이 너무 자연스러웠습니다.

그리고 멀리 경기장 구석을 보니 몇 군데서 시의원들과 구청직원들이 모여 뭘 의논하고 있던데 한곳을 가까이 가서 보니깐 ,도시계획과 관련된 현안을 시의원 3명이 참석한 가운데 부구청장을 비롯한 도시개발국장이 보고 하는데, 한 시의원은 누워서 담배 피며 듣고 있고.. 보고가 끝나자 손가락질과 고함을 지르며 부구청장과 도시개발국장을 야단(?)치는데, 듣고 있는 구청 관계자들은 무슨 죄인처럼 두손을 앞에 모으고 고개를 숙이며 네네 하고만 있더군요. 시의원들의 파워가 이 정도로 셀까? 정말 놀랐습니다. 아무 소리도 못 하고 호통치는 시의원들에게 계속 굽신거리며 네네 잘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는데, 구청장들이 왜 이 행사에 참석했나 이제 느낌이 팍 오더군요.

또 다른 시의원은 진행자가 경기에 임하는 각오를 묻자 마이크를 직접 뺏으며 뜬끔없이 거기에 참석해 있는 구청장들에게 불만이 많이 쌓였는지 명령조로 불만을 얘기하다 "구청장들은 시의원들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대해달라" 말해 모든 시의원들로부터 박수를 받는 상황이 벌여 지기도 했습니다. 구청장을 향한 발언 수위가 높아지자 진행자가 마이크를 뺏을려고 진땀을 흘리더군요.

그렇게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시간이 흐르자 한두명의 시의원들이 이탈하고,경기진행하는 데 있어 비협조적이고,진행자는 빨리 모여달라 다른 종목을 해야 하니깐 하는데도 말을 안 듣는 상황이 계속되자 근처로 운동을 왔다가 구경하는 한 아주머니가 하는 말이 "모여라 모여라 하는데도 말도 안 듣고 배웠다는 의원들이 아이들보다 말을 안 들으니"하면서 쓴 웃음을 지을 정도로 경기 진행이 원활하지 못했습니다.

이번 체육대회는 오전 10시부터오후 4시 30분까지 진행 되었는데, 체육대회를 보면서 느꼈던 건 작년에 욕을 먹었으면서도 올해 또 체육대회를 할까? 그것도 국정감사가 (시의원들과 상관은 없겠지만) 시작되는날 평일에 하는지...휴일도 있는데...또 경기내내 구청에서 뭘 그렇게 많이 보내는지 내용물이 궁금할 정도로 말이죠!! 먹을꺼라고 하기엔 종이 가방들이 작고...경기 진행에 적극적으로 따라 주지도 않고...욕을 먹으면서도 이런 일을 강행하고 세금은 세금대로 축 내고 구청장들을 상대로 힘을 과시하고...사람들이 "나라 돌아가는 꼬라지하고는.." 말하는 게 이런 것이구나 느낀...그런 체육대회였습니다.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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