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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조선일보> 보면 불교신문 같아"

<조선일보>, 잇딴 불교계 기사로 '성난 불심' 달래기?

"요즘 <조선일보>를 보면 불교신문 같다."

한 언론계 중진의 말이다. 실제로 최근 <조선일보> 지면을 보면 그의 지적은 그리 큰 과장이 아닌듯 싶다.

15일자 <조선일보>를 보면 2면 톱기사가 '하나된 남북 불심, 금강산에서 꽃 피우다'이다. 남북 불교교류의 상징으로 추진돼온 금강산 신계사 복원공사가 지난 13일 끝나 낙성법회를 가진 것을 소개한 기사다. 이를 위해 <조선일보>는 금강산 현지에 자사 기자를 보내기까지 했다.

이뿐이 아니다. 27면에는 '발원문 낭독때 햇살...서기(瑞氣) 내린 신계사'라는 별도의 스케치 기사까지 대문짝만하게 실었다. 여기에다가 별도로 지관 조계종 총무원장의 "남북화해 계기될 것"이란 기사까지 곁들였다. 앞서 <조선일보>는 지난 11일자에는 '불심, 휴전선을 건너 무너진 역사를 일으킨다'는 신계사 관련 예고기사를 내보내기도 했고, 12일자에는 '만물상'에서도 역시 신계사를 다뤘다.

<조선일보>가 언제부터 남북 불교교류에 그렇게 관심이 많았고 긍정적이었나 하는 의문이 들게 하는 집중적 기사 배치다.

이날만 그런 게 아니다. 지난 11일자는 범어사 관련 기사를 대서특필했다. 12~14일 3일간 이어지는 ‘범어사 개산 선문화 축제’를 소개한 행사 예고기사로, 이례적으로 날자별로 행사 계획을 상세히 소개했다. 이와 별도로 개산 선문화축제 봉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범어사 주지 대성 스님의 인터뷰를 사진과 함께 실었다.

이에 앞서 9일자에는 '백용성 조사 기리는 죽림정사 오늘 낙성식'이라는 행사 예고기사를 싣는 등 최근 들어 호의적인 불교계 기사가 눈에 띄게 두드러지고 있다.

<조선일보>의 두드러진 점은 이뿐이 아니다. <조선일보>는 요즘 불교계에서 거세계 불교 있는 '조선일보 구독 거부 운동'도 이례적으로 '객관 보도'하고 있다. 지난 5일 교구본사주지회의의 <조선일보> 구독 결의를 비롯해 11일 '조선일보 구독거부 현수막 게재' 등 그후 전개되는 양상도 자사 실명까지 그대로 공개하며 '성난 불심'을 가감없이 전하고 있다.

과거 노사모 등의 '안티조선' 운동에 대해 칼 같은 감성적 대응을 하던 것과는 크게 다른 모습이다.

<조선일보> 변신은 근원은 다름아닌 불교계의 구독 거부운동으로 추정되고 있다. <조선일보>는 신정아-변양균 의혹 초기에 영배스님 등의 의혹 등을 잇따라 특종보도했다. 하지만 그후가 문제였다. 근거 약한 신정아에 대한 불교계 여러 곳의 지원의혹 보도에 이어 결정적으로 '월정사 오보'를 내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신정아 사건 초기 뭇매를 맞으면서도 침묵할 수밖에 없던 불교계는 <조선일보>의 잇딴 오보에 격노하며 대대적 구독거부 운동에 돌입한 것.

오비이락인가. 그때부터 <조선일보>의 불교계 관련 기사가 큰 변화를 보이기 시작한 양상이다. <조선일보>의 불교 관련 보도가 향후 어떻게 나올지, 또한 불교계 반응은 어떠할지 관심 갖고 지켜볼 일이다.
5일 오후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조계종 26개 교구본사 주지회의에서 참석자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조선일보> 구독거부 운동을 결의하고 있다.ⓒ연합뉴스
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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