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정몽구 회장 옥중서신 “덕이 부족한 탓”

"각계의견 소홀히 한 것 같다. 새롭게 태어나겠다"

현대차그룹 비자금 사건으로 구속돼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정몽구(68) 현대차그룹 회장이 옥중 서신을 통해 “곤경에 처할수록 근본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일을 교훈삼아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자”고 밝혔다.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구속...검찰 내주초 기소 예정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의 장남인 정의선(36) 기아차 사장이 정 회장과의 몇 차례 면회에서 구술받은 내용들을 편지 형식으로 재구성한 글을 12일 회사 내부통신망에 올렸다. 지난달 28일 서울구치소에 구속수감된 정 회장이 현대차 비자금 사건 발생 후 이번 사태에 대해 구체적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 임직원 여러분께'라는 제목의 편지에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의 참담한 심정으로 여러분께 글을 보낸다"며 "최근의 갑작스런 상황으로 충격과 안타까움과 실망감이 매우 컸을 것이며, 무엇보다도 현대차그룹의 일원으로서 그동안 쌓아온 여러분들의 명예와 자부심이 큰 상처를 입었으리라는 생각이 가장 힘들게 한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또 “지금 이 순간에도 땀흘려 일하는 직원들의 모습들이 유난히 떠오르고 불안해하고 있을 협력사 가족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더욱 착잡하다”며 “이 모두를 덕이 부족한 탓으로 돌릴 수 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창업정신이기도 한 불굴의 의지와 도전정신을 가지고 품질과 기술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한 노력이 오늘의 우리를 있게 했다”면서 “오로지 우리 현대차그룹을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일념으로 일한 나머지, 각계의 의견에 귀 기울이지 못한 점이 많았던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는 이번 일을 교훈으로 삼아 함께 고민하고 힘을 합쳐 현대차그룹이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한다”고 자신의 반성과 각오를 동시에 표명했다.

정 회장은 “비록 지금은 여러분과 함께 있지 못하지만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훨씬 더 함께 하고 있음을 느낀다”며 “지금의 현대차 그룹이 처한 난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맡은 바 책임을 다하는 것이 우리가 취해야 할 근본이고,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는 근본이 있어야 새로운 내일이 있다고 본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회장은 “곤경에 처할수록 이같은 근본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염려해주고 걱정해준 현대차그룹 임직원과 가족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현재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구속돼 있으며, 내주초 기소될 예정이다.

다음은 정 회장의 '옥중서신' 전문.

옥중서신

현대차 그룹 임직원 여러분께

친애하는 현대 기아차 그룹 가족 여러분,

최근의 갑작스러운 상황으로 충격과 안타까움과 실망감이 매우 컸을 것입니다.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의 참담한 심정으로 여러분께 글을 보냅니다.

무엇보다도, 현대차 그룹의 일원으로서 그동안 쌓아온 여러분들의 명예와 자부심이 큰 상처를 입었으리라는 생각이 가장 힘들게 합니다. 이 모두를 덕이 부족한 탓으로 돌릴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오늘의 우리 현대차 그룹은 국내외 사업장에서 땀 흘려 일하는 가족여러분, 물설고 낯설은 해외 각지에서 혼신의 힘을 다하여 일한 여러분들이 만든 자랑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땀 흘려 일하는 직원들의 모습들이 유난히 떠오르고 불안해하고 있을 협력사 가족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더욱 착잡합니다. 아울러 평소 여러분들의 노고에 칭찬과 격려가 많이 소홀했던 것은 아니었나 하는 마음도 가지게 됩니다.

멈춤과 고난의 시간이지만 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 중의 하나인 이곳에서 지나간 일들을 깊이 성찰해보고 지금까지의 경영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무엇보다 현대차 그룹이 세계적인 회사로 성장할 수 있었던 힘은 현대차 가족 여러분들의 땀의 결과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듭니다.

우리의 창업정신이기도한 불굴의 의지와 도전정신을 가지고 품질과 기술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한 노력이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한 것 같습니다.

오로지 우리 현대차 그룹을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일념으로 일한 나머지, 각계의 의견에 귀 기울이지 못한 점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임직원 여러분의 애로사항을 좀더 깊이 헤아리지 못한 점도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앞으로는 이번 일을 교훈으로 삼아 여러분들과 함께 고민하고 힘을 합쳐 우리 현대차 그룹이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비록 지금은 여러분과 함께 있지 못하지만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훨씬 더 함께 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곤경에 처할수록 근본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근본이 있어야 내일을 기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현대차 그룹이 처한 난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맡은 바 책임을 다하는 것이 우리가 취해야 할 근본이고,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는 근본이 있어야 새로운 내일이 있다고 봅니다. 각자 맡은 바 책임을 다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그것이 한결 같이 우리 현대차 그룹을 믿고 사랑해 주신 수많은 고객과 주주, 그리고 세계 속의 현대자동차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우리 사회와 국민의 신뢰에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끝으로, 저를 염려해주고 걱정해주신 현대차 그룹 임직원과 가족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항상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은, 그리고 행복한 시간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회장 정 몽 구
김홍국 기자

댓글이 0 개 있습니다.

↑ 맨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