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혈전 의심' 중3 응급실서 12시간 대기…부모 "현실 절망적"
열사병 증세 40대도 1시간30여분 만에 병원 도착
중학교 3학년인 아들을 이송할 병원을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던 40대 A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29일 이렇게 말했다.
A씨는 지난 27일 오후 8시 30분께 두통을 호소하는 아들을 데리고 부산 영도구의 한 2차 병원 응급실을 찾았는데, 검사 결과 뇌 혈전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받았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상급종합병원으로 이송해야 했지만, 아들을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A씨는 "아들이 소아 신경외과 의료진에게 진료받아야 했는데 인근 대학병원은 의료진 부족 등을 이유로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며 "광역응급의료 상황실을 통해 서울에 있는 병원까지 수소문했지만, 이송이 안 됐다"고 토로했다.
A씨 아들은 결국 12시간 동안 이 병원 응급실에서 대기하다가 다음 날인 지난 28일 오전 9시가 넘어서야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의 중환자실에 외래로 들어갔다.
A씨는 "정밀검사 결과 다행히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 한숨 돌렸지만, 응급실에서 진통제를 맞으며 버텼던 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너진다"며 "아무도 아들을 치료해주지 않은 현실이 개탄스럽고 절망적"이라고 말했다.
의정 갈등이 길어지면서 부산지역 병원 곳곳에서 의료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 잇달아 벌어지고 있다.
의료진이 부족해지면서 응급 환자를 수용하고 이를 치료할 수 있는 구조도 무너졌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7일에도 북구에서 야외 작업을 하던 40대 남성 B씨가 열사병 증세를 보이며 쓰러져 119 구급대가 출동했다.
구급대는 부산지역 응급센터 10여곳에 수용 가능 여부를 문의했으나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결국 구급대는 울산의 한 병원에 가까스로 도착했다. 신고받은 지 1시간 30여분 만이다.
당시 심정지 상태였던 B씨는 치료받다가 며칠 뒤 숨졌다.
의료계 관계자는 "남은 의료진이 일선 병원 현장을 지키는 것도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며 "일부 대학병원 교수들이 잇달아 이탈하는 추세도 이어지고 있어 상황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가 다가오면서 의료 공백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일반 병원들이 연휴로 문을 닫으면서 응급실에 환자가 몰릴 경우 일선 현장에서는 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에 병의원들이 문을 닫는 추석 연휴에도 응급환자 진료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다음 달 11∼25일을 추석 명절 비상 응급 대응 주간으로 정하고, 응급 의료를 지원한다.
정부 관계자는 "추석 명절에 응급실에 더 부하가 걸릴 수 있기 때문에 기존의 응급의료 대책을 강화한다"며 "대책 중 상당수는 추석 이후에도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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