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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불확실성' 증폭에 한은도 움찔

세달 연속 콜금리 동결, 민간연구소들 "착시 벗어나 비상 걸어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1일 오전 회의를 열고 5월 중 콜금리 정책 목표를 전월과 같은 4.0%로 동결했다. 지난 2월 0.25%포인트 인상 후 3개월 연속 동결이다. 이로써 몇 시간 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금리를 5%로 인상함에 따라 한미간 금리차는 1%포인트로 확대됐다.

한은 "수출-내수는 괜찮으나 환율-유가가 문제"

한은은 11일 금융통화위원회에 보고한 `최근의 국내외 경제동향' 자료에서 종합의견을 통해 "국내 경기는 수출의 견실한 증가와 소비 등 내수회복에 힘입어 상승기조가 지속되고, 생산면에서도 제조업과 서비스업 모두 호조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그러나 경제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유가와 환율 등이 급변동하고 있어 이들 변수의 움직임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 금리동결 원인이 고유가-원화환율 급락이었음을 밝혔다.

한은은 또 "경상수지는 수출의 견실한 증가에도 불구, 원유 등 수입이 크게 늘고 서비스수지 적자폭도 확대돼 연간 흑자 규모가 예상보다 크게 줄어들 전망"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또 "부동산가격은 선호지역을 중심으로 불안요인이 상존하고 있다"고 불안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은도 속으론 '위기감'

한은의 이같은 발표만 보면 우리 경제는 아직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처럼 비친다. 그러나 이성태 한은 총재가 총재 취임 전부터 '선제적 통화정책'을 중요성을 강조해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총재 취임후 두번째 금통위에서도 금리인상을 하지 못했다는 대목은 내심 한은이 향후 경기에 대해 상당한 불안감을 갖고 있음을 드러낸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향후 경기에 대한 자신감이 있으면, 부동산-주식 등 자산인플레가 여전한 상황에서 미 연준처럼 금리를 인상해야 마땅했기 때문이다.

최근의 두자릿수 수출 증가와 관련, 민간연구소에서는 "수출 물량보다는 기업의 수익성에 주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해를 보면서도 밀어내기 수출을 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연합뉴스


이성태 총재는 금통위 회의후 기자 회견에서 "최근 들어 원유가격이 단기간 급등, 향후 전망도 엇갈린다. 원화의 달러에 대한 환율이 단기간에 상당폭 하락했다. 그래서 최근 일어난 중요한 현상들이 앞으로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달러가치나 원유가격 향방 상당히 불확실하다"며 "따라서 한국은행으로서는 조금더 향방을 지켜볼필요가 있고 실물이나 금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신중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측면에서 이번달에는 일단 동결하자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향후 경기전망이 안개속이어서 일단 '관망'을 선택했다는 얘기다.

이 총재는 이어 "이 시점에서 볼때는 당초 우리가 전망했던 것과 상황이 달라져 경제성장률 측면에서는 다소 낮추는 방향으로 바뀌었다고 말할 수 있다"며 "구체적 계수로 보는 전망 수정은 7월에 할 것"이라고 말해 2.4분기 실적까지 본 뒤 당초 경제성장률 전망치 5%를 소폭 하향조정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물가는 환율-유가를 고려하면 크게 바뀌지 않겠으나 경상 흑자는 크게 줄어들 것 같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경제연구소들 "기대심리 급랭할까봐 수정전망 작업 유보"

한은의 상대적 낙관론과 대조적으로, 민간연구기관들은 지난해말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를 뽑을 때의 기준잣대가 다 붕괴하면서 극도로 당황해하는 분위기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임원은 "환율-유가가 당초 예상을 완전히 벗어나 움직이고 있는 만큼 경제성장률을 하향조정해야 당연하나, 지난 1.4분기 성장률이 6.2%로 당초 전망치보다 1%포인트 정도 높게 나온 데다가 지금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경우 기대심리가 급랭하면서 경기하강 속도가 빨라질까봐 조정작업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1.4분기에 정점을 찍었다는 데에는 국책-민간연구소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며 "2.4분기 숫자가 좋지 않게 나오면 모두가 수정작업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요즘 가장 웃기는 이야기는 원화환율이 급락함에도 불구하고 석유 등 수입물가가 싸짐으로써 경기에 미치는 악영향이 상쇄되고 있다는 정부와 일부 언론의 주장"이라며 "내수 없는 수출은 가능하나, 수출 없는 내수는 없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여론조작"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삼성 등 대기업의 수출의존도가 80%에 달하는 상황에서 원화환율은 기업 수익성 급락을 초래할 것이고, 그 결과 소비도 급랭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지난연말부터 1.4분기까지 성장률이 높게 나온 것과 관련해서도 "대기업들이 연말에 보너스를 지급하면서 대기업 임직원들이 보너스로 자동차 등 내구성 소비재를 사고 백화점 쇼핑을 즐겼기 때문"이라며 "경기 양극화에 따른 착시현상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그는 "고용개선이 안되는 마당에 어떻게 소비가 살아날 수 있겠냐"고 반문한 뒤, "가계부채가 그대로 있고 카드 리볼빙 서비스가 늘어나는 대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대기업 임원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조사결과 우리나라 경쟁력이 중국-인도보다 떨어졌다는 사실은 대단히 충격적인 사실"이라며 "일본, 싱가폴 등과 경쟁을 해도 시원찮을 마당에 중국-인도보다 뒤졌다는 사실은 앞으로 한국경제가 설 땅이 없어졌다는 얘기"라고 탄식했다. 그는 "IMD 조사결과는 우리 경제가 가격경쟁력에서뿐 아니라 제도경쟁력, 정부경쟁력에서도 중국-인도보다 뒤쳐지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적신호"라며 "1백30여개 항목을 축소심의해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부가 적신호를 적신호로 받아들여야 비로소 해법 모색이 가능하리라는 지적이다.
박태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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