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시민단체, 국고보조금으로 손녀 말 구입·유령직원 월급"
10개 비영리 민간단체 16명 횡령·사기·보조금법 등 위반혐의 수사 요청
또 부정행위를 도운 21개 거래 업체와 직원 36명에 관련한 내용도 경찰에 전달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은 작년 8월부터 정부의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 실태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다. 무소속 윤미향 의원이 대표로 있던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정부 보조금 유용 혐의 재판이 일부 계기가 됐다.
일반 시민으로부터 제보를 받았으며 행정안전부, 통일부, 외교부, 문화체육관광부, 환경부, 여성가족부 등 8개 정부 기관에 대해서도 조사가 진행됐다.
감사에서는 강사료·인건비 돌려받기, 허위 용역계약 체결하고 보조금 받기, 근무일 허위 작성 등 다양한 횡령 수법이 드러났다.
◇ 지인에게 400회 이상 강사료 주고 돌려받아…빼돌린 돈으로 손녀 유학비
감사원에 따르면 2017∼2021년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방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은 한 민간 단체는 본부장과 회계 간사가 공모해 총 약 10억5천300여만원을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 단체는 국군 장병들에게 문화지원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이 단체의 실질적인 대표 역할을 한 본부장은 회계 간사 지인 등을 강사로 등록하게 하고 400회 넘게 강사료를 지급한 뒤 그 돈을 다시 가족 등을 통해 되돌려받는 방법으로 1억3천여만원을 횡령했다.
물품·용역 대금 부풀리기도 적발됐다.
이들은 영상 제작업체 등 16개 업체에 81회에 걸쳐 물품·용역 대금을 주고는 사업 취소 등 이유를 대면서 가족 등을 통해 일부 대금을 되돌려받았다.
현수막 제작 업체 등에도 18회에 걸쳐 대금을 부풀려서 지급하고 남는 돈을 돌려받았다.
이 단체가 이런 식으로 가져간 국고보조금은 본부장 자녀의 사업과 주택구입, 손녀 말 구입 및 유학비, 본부장과 가족의 골프·콘도 이용 등에 쓰였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 퇴직 직원에게 인건비 주고 현금카드 '내 것처럼'
단체에서 일하지 않는 직원에게 허위로 인건비를 지급한 후 되돌려 받는 수법도 다수 적발됐다.
한 공공외교 관련 보조단체 대표는 행사 지원차 나온 인원에게 회당 500만∼800만원씩 근무비를 준 뒤 바로 계좌이체로 이 돈을 돌려받고도, 국고보조금통합관리시스템에 다시 인건비 지급 사항을 올려 정부 보조금을 수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이들 지원 인원이 대표에게서 인건비를 받자마자 단체 사무실 건물에 있는 은행에서 현금을 출금한 사례도 13차례 더 포착됐다며 경찰 수사 참고사항으로 첨부했다.
한 여성 인권 관련 보조단체 비상근 대표는 여성가족부 보조사업에 참여하면서 해외여행을 하고도 근무한 것처럼 확인서를 작성했다. 근무일 총 100일 중 73일은 근무를 하지 않았는데도 인건비 665만원을 받아 갔다.
이미 퇴직한 직원들이 정부 보조금으로 계속해서 인건비를 받도록 한 뒤, 수령 계좌와 연결된 현금카드를 자기 돈처럼 쓰고 다닌 동·식물 보전사업 단체 대표와 회계담당자도 포착됐다.
이들은 퇴직 직원의 현금카드를 103회 사용해 인건비 2억9천900만원을 빼돌렸다. 이렇게 빼돌린 돈은 자동차 구입 등에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 가족·지인 운영 업체에 허위 계약 발주하고 1억 이상 '꿀꺽'
자기 가족이나 지인이 운영하는 업체에 허위 용역계약을 발주하고 1억여원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사례도 나왔다.
2013∼2021년 여성가족부에서 억대 지원금을 받은 한 청소년보호 관련 단체 대표는 자신과 이 단체 이사가 운영하는 기업 각각에 전산 용역계약과 허위 홍보물 제작 계약을 체결해 1억6천200여만원을 돌려받았다. 전산 개발이나 홍보물 제작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한 한류사업 참여 업체는 프로게이머 등과 협업한 PC 케이스를 개발·제작해 해외에 진출하겠다는 사업 계획을 내고 지원금 1억1천만원을 받았는데, 이미 해외에 출시된 제품을 거짓으로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는 정부 보조금을 '눈먼 돈'으로 인식하는 행태에 경종을 울리고자 실시했다"며 "감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감사결과를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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