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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1백원 떨어지면 삼성전자 이익 3조 감소"

중소기업 수출 마비상태, 철강-자동차-조선도 고전

원, 엔, 위안화 등 아시아 주요국의 통화 가치가 달러화에 대해 일제히 초강세를 보이면서 향후 우리 경제에 미칠 우려가 급증하고 있다. 수출주력 업종인 철강과 자동차, 선박 등에 커다란 타격이 가해지고 있으며, 가장 기술력이 뛰어난 삼성전자도 원화환율이 1백원 떨어질 경우 이익이 3조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며 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원, 엔, 위안화 등 아시아 통화 가치, 가파른 상승세 지속

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1.70원 급락한 9백27.9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엔.달러 환율의 하락에 따른 기관투자가들의 매도와 기업 네고 출회, 역외 매도 등 환율 하락 압력이 강하게 작용한 결과였다.

오후 4시 현재 엔.달러 환율은 1백11.69엔으로 지난 5일 뉴욕외환시장에서 기록한 1백12.58엔에서 0.8% 떨어졌다. 한때 엔.달러 환율은 1백11.58엔까지 하락해 지난해 9월23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싱가포르 달러는 0.8% 밀린 1.5644 싱가포르달러를 기록하면서 외환위기 이후 싱가포르 달러 가치가 최고 강세(환율 하락)를 나타냈고, 인도네시아의 루피아 환율은 0.59% 하락하면서 2004년 5월 이후 최고 강세를 기록했다. 또 대만달러는 0.61%, 태국 바트화는 0.86% 각각 하락해 역시 강세를 보였다.

지난주 노동절 연휴 이후 8일 거래가 재개된 위안화도 달러 대비 3주만에 최고치로 상승했다. 위안.달러 환율은 상하이 외환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0.06% 내린 8.0067엔에 거래됐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이번주 미 재무부의 환율 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위안화 가치가 더욱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금리인상 중단 전망, 아시아 빠른 경제회복 등 원인

외환시장에서는 미국이 조만간 금리인상 행진을 중단할 것이란 전망과 함께 지난달 선진 7개국(G7)의 아시아 통화 강세 촉구 및 아시아 각국의 빠른 경제회복이 아시아 통화의 동반 강세를 이끌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 지난주 <블룸버그 통신> 설문조사에서 미국의 프라이머리딜러 22개사 중 17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이번주에 금리를 인상한 뒤 적어도 오는 8월까지 휴지기간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FRB가 지난 2년에 걸쳐 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한 만큼 경제적 충격을 평가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또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2일 올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6.9%에서 7%로 상향조정한다고 밝혀 아시아통화 강세를 예고했다.

수출기업 수익 급감, 중소기업 수출 사실상 마비

환율 하락은 대다수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저하시켜 수출에 직접 부정적인 타격을 가하고 있다. 특히 나름대로의 제품경쟁력을 갖춘 대기업과 달리 가격 경쟁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에 환율 하락은 치명적이다.

최근 산업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9백28원이 되면 중소기업들의 수출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분석했다. 상공회의소도 "9백7원이 수출 마지노선이 될 것"이라는 분석자료를 제시해, 원화환율이 추가 하락할 경우 중소기업의 수출이 사실상 마비될 것으로 내다봤다.

대기업의 경우도 환율쇼크로 비상이 걸리기는 마찬가지다. 이미 철강-자동차 등은 직격탄을 맞은 상태도, 조선업계도 이익률 감소로 초긴장상태다. 국내에서 가장 경쟁력이 뛰어난 삼성전자도 "원화환율이 달러당 1백원 절상되면 이익이 3조원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환율 하락이 지속될 경우 수출은 줄어드는 반면 원화 강세로 해외여행이 증가하면서 서비스 수지 적자폭이 확대되고 수입도 늘어나 경상수지도 위협하게 된다. 또 수출 저조에 따른 기업의 채산성 악화는 투자 부진, 고용 침체, 소비심리 위축으로 악순환을 거듭하면서 경제성장률까지 위협하게 되다.

산업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5% 하락하면 수출의 물량 증가율이 1.6%포인트 떨어지고 수입물량 증가율은 1.7%포인트 올라가 경상수지 흑자는 연각 29억달러 줄어들며 국내총생산 증가율 역시 0.35%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재경부 마침내 거시경제 기조 재검검 착수

경기상황을 낙관하던 재경부 등 관련부처에도 마침내 비상이 걸렸다.

한덕수 경제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이날 간부회의에서 "환율.유가 등 여러 변수들이 급변하고 있다. 경제운용과 관련해 면밀하게 점검하라"고 지시했고, 재경부는 최근 국민경제자문회의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국제유가 등 대외여건이 크게 악화되면 거시경제 정책 기조를 재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원화 절상이 당연한 추세적 흐름이지만 절상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것이 문제라며 일선기업들은 생산성 향상과 환 헤지 등의 대응책을 마련하고, 정부는 감독 시스템을 갖추되 해외투자가 활발해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한편 중소기업이 환율 변동보험 등 관련 상품에 적극 가입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또 원화강세에 따른 정부 개입이 단기적으로는 필요하지만 지속되기는 어렵다는 점을 고려, 해외투자가 생산적인 투자쪽으로 연결되도록 유도하고, 국내 외환보유고를 달러가 필요한 금융기관이나 기업에 여신으로 제공해 수급을 조절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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