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리용호 처형 사실이면 北엘리트층, 김정은과 결별"
"김정은 정권 내에서 협상파 입지 좁아졌다는 의미"
북한 외교관 출신인 태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10년 김정은 정권을 돌아보면 임기 전반기인 2012년~2017년에는 무자비한 처형이 잦았다. 그러나 그 이후부터는 황병서 전 인민군 총정치국장 해임 등 좌천 혹은 회전식 인사교체가 대부분이었고 고위 간부에 대한 처형은 드물었다. 2019년 미북 하노이회담이 ‘노딜’로 끝난 후 미북협상에 관여했던 여러 외교관들이 사라졌지만 대부분은 ‘농촌혁명화’로 내려갔지 처형까지는 아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리용호는 북한 외교관들 사이에서 김정은 정권에 충실하면서도, 합리적인 협상파, 실력파로 평가받았다. 김정은 부친인 김정일의 외교책사이기도 했다. 1994년 제네바 미-북 고위급회담부터 2019년 하노이 회담까지 북한과 미국의 모든 협상에서 리용호는 브레인 역할을 수행했다"며 "미국을 알고 세상을 아는 몇 안되는 북한 외교관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나는 리용호와 영국에서 2004년부터 2007년까지 함께 근무했다"며 "리용호는 대사이고 내가 참사였다. 그는 하루종일 책 속에 파묻혀 살았다. 그가 애독한 책들은 미국 대통령과 국무장관 자서전들이었다. 내가 옆에서 지켜보니 그는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전두환 대통령의 12.12 사태와 대통령 취임까지의 과정을 매우 깊이 연구했다"고 회상했다.
또한 "리용호의 부친은 3층 서기실의 실장이었다. 3층 서기실 실장이라면 우리나라로 치면 대통령의 총무비서관 자리이고 김정일 가정의 집사 자리이다. 리용호 부친인 리명제 3층 서기실 실장은 김정은의 생모 고용희와도 연고가 깊었고 김정은을 어릴 때부터 돌봐주었다"며 "리용호가 외무상으로까지 승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리용호 아버지와 김정은 생모 고용희와의 연고도 관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런데 그런 리용호마저 처형했다?"라고 반문한 뒤, "무슨 죄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처형됐다면 많은 북한 엘리트층이 더 이상은 김정은과 갈 수 없을 거라 속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다만 리용호에 대한 처형설에 대한 사실 여부 확인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것이다. 리용호와 그의 동료들이 처형 되었다면 김정은 정권 내에서 협상파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는 의미"라면서 "그에 맞는 우리의 대북 전략도 면밀히 세워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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