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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개혁적 보수', '보수적 개혁' 이기다

귀족출신 캐머런 압승, 블레어 노동당 지지율 3위로 몰락

'개혁적 보수'를 지향하는 데이비드 캐머런이 이끄는 보수당이 '보수적 개혁'을 주창해온 출신 토니 블레어 총리의 노동당에게 대참패를 안겨줬다.

블레어의 노동당, 지지율 3위로 전락

BBC 등 외신에 따르면, 4일(현지시간) 1백76개 지방의회의 4천3백60명의 지방의원을 새로 뽑는 지방선거에서 보수당은 2백53개 의석을 추가해 1천5백71명의 의원을 당선시킨 반면 노동당은 2백57석을 잃어 1천61석만을 당선시키는 데 그쳤다.

영국 제 2야당인 자유민주당은 17석을 추가해 7백80석을 당선시켰으며, 반이민정책을 추구하는 극우정당인 영국국민당도 13석, 친환경정책을 추구하는 녹색당도 14석을 추가했다.

전체 유권자 2천3백만명중 36%가 투표에 참가한 이번 선거에서의 압승으로 보수당은 정권교체의 중요 교두보를 확보해는 데 성공한 반면, 블레어 총리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렸다. 특히 정당지지율에서 노동당의 지지율은 26%에 그쳐, 40%를 차지한 보수당은 물론 27%를 차지한 자유민주당에게도 밀려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BBC는 이번 선거결과를 "영국역사상 지방선거에서의 노동당 최악의 참패"라고 평가했다.

5.4 지방선거 참패로 사퇴압력을 받고 있는 블레어 총리(왼쪽)와 압승을 거둔 캐머론 보수당 당수. ⓒ Geography in the News


'부시의 푸들' 블레어 책임 회피에 급급

선거직후 <BBC>가 1천2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36%의 응답자가 블레어 총리가 사임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블레어 총리는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내무, 외무, 교육, 통상, 국방 장관등을 경질하는 대폭의 문책성 개각을 단행함으로써 사퇴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블레어 총리는 우선 지방선거전 외국인 범죄자들을 강제추방하지 않고 석방해 선거패배의 원인을 제공한 찰스 클라크 내무장관을 해임하고 존 리드 국방장관을 후임으로 임명했다. 또한 잭 스트로 외무장관의 후임으로는 마가렛 베켓이 최초의 여성 외무장관으로 임명됐다.

그러나 여비서와의 추문으로 노동당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힌 존 프레스콧 부총리는 유임시키는가 하면, 교체장관들을 모두 자신의 측근세력들로 채움으로써 블레어 총리가 아직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노동당 의원들의 비난이 이어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블레어 총리가 지나치게 미국에 끌려가고 있다"며, 이번 선거 참패의 근원을 '부시의 푸들'로까지 불리는 블레어의 친미적 외교정책에서 찾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지난달 3일 <텔레그래프>의 여론조사 결과, 영국 국민의 55%이상이 "이라크에서 영국군이 철수해야 한다"고 답하는 등 영국인들이 블레어 총리의 대이라크 정책에 비판적이다.

캐머런 차기 총리에 청신호

반면에 캐머런 보수당 당수는 "현재 영국에 필요한 것은 개각이 아니라 정권교체"라며 블레어 총리의 개각을 비난하며 선거승리의 여세를 몰아 정치공세를 강화했다.

지난해 12월 보수당 당수로 선출된 이후 젊은 나이와 귀족출신이라는 이유로 대중적 지지도에도 불구하고 그의 지도력에 대한 의문이 계속 제기돼 왔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승리로 당내 보수파의 반발을 제압하고 당내 입지를 확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보수당의 프랜시스 모드 의장은 "이번 선거를 통해 새 지도자 캐머런의 메시지가 유권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음을 확인했다"며"아무도 우리가 총리관저가 있는 다우닝가로 돌진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지 않으나 이것(선거결과)은 아주 좋은 출발"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지금 같은 지지도를 이어갈 경우 캐머런 보수당 당수가 차기 영국 총리가 될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전망하는 등 영국 정치지형의 일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캐머론, '인간의 얼굴을 한 보수주의' 표방

영국 정치전문가들은 이번 선거에서의 블레어 참패는 이미 오래 전 예고된 것이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보수당의 젊은 당수 데이비드 캐머론의 인기가 대단해, 8년만에 처음으로 집권 노동당의 인기를 앞질렀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39살의 젊은 나이의 초선의원으로 지난해말 12월 보수당 당수로 선출된 캐머론은 보수당의 정신적 지주인 대처 전총리의 '신자유주의'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대신 그가 내세운 캐치프레이즈는 '인간의 얼굴을 한 보수주의'로, 실제로 그는 당수 취임후 시장만능주의에서 벗어나 분배와 복지 등 경제정의 정책을 적극 수용하기 시작했다.

그는 또 "보수당은 이제 불평불만을 그만하고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웨스트민스터(영국 의회)에서 일상사가 된 뒷다리 잡고 물고 늘어지는 인형극 같은 정치에 신물이 났다"며 집권당인 노동당의 정책이 옳다고 판단되면 적극 협조하는 소신을 보였다. 신선한 충격을 받은 영국국민들이 캐머론에게 환호했고, 이번 5.4 지방선거를 통해 블레어에게 결정타를 가한 것이다.

캐머론의 대약진과 관련,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는 최근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캐머론 총리를 언급하는 등 국내 보수세력에서도 캐머론에 대한 관심이 급속히 높아지고 있기도 하다.
임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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