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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km 철조망에 갇힌 '통곡의 땅' 평택

4백명 연행-1백20명 부상. '610일간의 저항' 공권력으로 붕괴

1만6천여명의 국방부와 경찰이 4일 새벽 미군기지확장 이전 지역 내 대추분교(평택시 팽성읍 대추리)에 대한 강제퇴거에 들어가 12시간30분만에 시위대를 전원 연행하고 건물철거작업에 들어감으로써 행정대집행을 완료했다.

국방부는 경찰의 행정대집행에 따라 기지이전 터에 철조망 설치작업에 전격 착수해 이날 한국 사상 최장의 29km에 달하는 '철조망 장성'을 설치해 주민들의 영농행위를 막고 민간인의 출입을 금지했다.

경찰은 대추분교에서 시위에 나섰던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 등 시민단체와 학생, 주민 등 2백50여명을 포함, 모두 4백여명을 연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1백20명의 부상자가 속출했다.

이로써 미군기지 이전이 확정된 지난 2004년 8월 전국 시민사회단체 간담회와 함께 미군기지 이전 반대투쟁에 나선 뒤 사상 유례 없는 6백10일 동안 촛불집회를 갖는 등 전국적으로 확산됐던 ‘평택 미군기지이전 반대투쟁’은 물리력으로 막을 내리게 됐다.

평택은 이제 수대를 거쳐 살아온 주민들이 들어갈 수 없는 '통곡의 땅'이 됐다.

4일 평택시 팽성읍 내리 들판에서 주민들의 영농행위를 막기 위해 국방부 공병부대가 원형 철조망을 치고 있다. 그 길이가 장장 29km에 달했다. 한국 역사상 전무후무한 '철조망 장성'이다. ⓒ연합뉴스


경찰 새백 4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12시간30분 걸쳐 시위대 진압

경찰은 이날 오전 4시30분께 1백15개 중대와 경찰관 1천4백여명 등 1만3천여명의 병력을 대추분교 진입로인 원정삼거리와 본정농협, K-6(캠프 험프리스) 미군기지내에 배치했다.

이 가운데 원정삼거리에 집결한 경찰 34개 중대는 시위대와의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고, 6시50분께 시위대가 후퇴한 대추분교를 포위한 뒤 오전 9시20분께 물대포를 쏘며 학교 운동장에서 시위를 벌이던 주민 등 1백여명을 연행했다.

오후 2시30분께 경찰은 본관 2층으로 올라가 돌과 화분 등을 던지며 대치한 시위대 3백여명 전원을 2차로 연행하고 옥상의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등을 추가 연행, 12시간30분만에 행정대집행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경찰의 대추분교 진입 과정에서 1백20여명이 부상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13명(전의경 6명, 시위대 7명)은 골절 등 중상을 입었다.

4일 오후 경기도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반대 농성자들이 대추분교에서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정부는 이들에 대한 엄벌의지를 밝혔다. ⓒ연합뉴스


29km 철조망 장성에 갇힌 평택 들판

경찰은 앞서 지난달 29일 특수공무집행방해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대추분교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팽성대책위원회 3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각각 발부받아 경력투입의 법적근거를 마련했다.

국방부도 오전 7시30분께부터 병력 2천8백여명(보병 2천여명, 공병 600여명, 헌병 150여명, 의무병 60여명 등)과 용역경비 7백여명, 중장비(굴착기 2대, 습지도저 2대) 등을 투입, 주민들의 영농행위를 막기 위한 철조망 설치작업을 시작했다.

국방부 병력은 경찰 50여개 중대의 호위를 받으며 본정리 본정농협 앞길과 도두리 배밭길을 통해 도두리와 대추리 등 기지이전지역 농지에 진입, UH-60 헬기가 공중투하한 높이 1.8m의 철조망을 장장 29km에 걸쳐 설치했다. 이로써 이날부터 평택 들판은 이곳에서 수대를 살아온 주민들이 접근할 수 없는 '절대금지'가 됐다.

시민사회단체와 평택 주민들, 거세게 반발. 4일 저녁 전국 촛불집회

평택 대추리에 경찰과 군 부대·용역직원을 대거 투입한 것에 대해 전국 각 지역별로 전교조, 민주노총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정부를 비판하는 한편 연행자 전원 석방 및 경찰 책임자 문책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국방부는 대화하자고 말하면서도 뒷전에서는 군 부대 투입과 행정대집행을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었다”며 “평택 현지에 있는 군 병력·경찰·용역경비 철수, 윤광웅 국방부 장관과 이택순 경찰청장 문책, 미군기지 이전을 백지화하고 주민들 및 '평택미군기지 확장이전 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와 대화에 나설 것 등을 정부에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저녁 7시 평택 대추리와 함께 각 주요 도시에서 이번 사태를 규탄하는 '촛불 집회'를 열고 정부의 조치를 규탄할 예정이며, 민주노동당은 이날 저녁 긴급의원총회를 열고 향후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문정현 신부는 옥상에서 내려온 뒤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정부는 대추리와 도두리에서 국민들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평택 주민들은 일본에 땅을 빼앗긴 데 이어 이제는 미국에게 자신들의 소중한 땅을 빼앗기게 됐다”면서 “큰 범죄를 저지른 한국정부와 맞서 내일부터 다시 싸우기 위해 내려왔으며 본격적인 대국민적인 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날 옥상에서 시위대와 함께 농성을 벌였던 천영세 민주노동당 원내대표는 “국방부가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약속한 지 하룻만에 유례 없이 군을 동원해 강제 철거한 데 대해 절대 묵과할 수 없으며 민주노동당은 윤광웅 국방장관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낼 것을 검토하겠다”며 “경찰을 포함한 정부는 옥상에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과 약속한 바 있는 연행자 전원 석방, 1백여명 부상자에 대한 치료 및 보상조치, 상황 악화 및 강제연행과 시위자 부상 속출 등에 대한 책임자의 문책이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종인 열린우리당 의원은 “정부는 미국과 재협상에 나서야 하며 이 재협상을 통해 제공 부지를 줄이는 방안으로 가야 한다”며 “오늘 사태는 경찰과 군은 마름, 주민이나 학생 노동자는 소작농. 미국이 지주 역할을 하면서 지주를 위해 소작농과 마름이 서로 싸우는 소모적이면서 슬픈 날이 됐다”고 밝혔다.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공사 착수

이날 국방부와 경찰의 행정대집행이 완료됨에 따라 계성초등학교 대추분교를 이날 중으로 용역경비와 중장비 등을 동원해 철거에 나섰고, 이 과정에 대추리 주민 40-50여명이 모여 오열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국방부는 또 주민들의 영농행위를 막기 위해 대추리와 도두리 등 5개리 29km에 걸쳐 철조망을 설치하고, 철조망을 친 지역을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설정하는 한편 군병력을 배치하고 경찰은 철조망 훼손에 대비해 외곽 거점지역에서 상시경계근무를 설 계획이다.

정부는 이 달부터 이 지역에 대해 환경영향평가와 문화재 시굴조사에 착수한 뒤 마스터플랜 작성과 함께 부지성토 등 기반공사에 들어가기 전까지 지질조사와 진입도로 개설 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국방부 지도부는 이로써 큰 짐을 벗었다는 표정이며,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도 마찬가지 분위기다.
평택=최병성 기자

댓글이 1 개 있습니다.

  • 2 1
    독자

    뷰스앤뉴스도 자기 무덤 파네요
    연합뉴스 사진 쓰지 마세요. 결국 인터넷신문 무덤 파는 일입니다.
    현장 생생한 사진, 인터넷신문 사진 많은데 연합 사진 쓰나요?
    개념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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