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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연, 지하철시위 멈추고 삭발식. "이준석, 갈라치기 사과하라"

장애인의 날 4월20일까지 삭발식 이어가기로

"민들레꽃처럼 살아야 한다. 내 가슴에 새긴 불타는 투혼, 무수한 발길에 짓밟힌대도 민들레처럼…."

30일 오전 8시 30분께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한 여성 활동가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꽃다지의 노래 '민들레처럼'을 부르기 시작하자 역사 곳곳에서 착잡함 섞인 탄식이 터져 나왔다.

짧게 잘린 머리에 '예산 없이 권리 없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보자기처럼 두른 이형숙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붉어진 눈을 연신 껌뻑였다.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둘러싸고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논쟁을 벌여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제1차 삭발 투쟁 결의식'을 연 이날, 경복궁역은 장애인단체 활동가와 취재진, 시민 등 70여 명이 몰려 북적였다.

오전 8시께 발언에 나선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인수위에서 우리가 제출한 장애인 권리예산 요구안을 충분히 검토하겠으니 출근길 지하철 행동을 멈춰달라고 요구해왔다"며 "오늘부터 다음 달 20일까지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멈추고 삭발투쟁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준석 대표는 어제 우리가 인수위 요구에 따라 지하철 타기를 멈추고 삭발식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듣고 전장연이 국민들의 비난 여론에 굴복하고, 자신이 승리했다는 내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며 "정중하게 공개 사과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또 "이 대표는 지체장애인협회(지장협)와 진지한 정책적 협력관계를 구축해나가겠다고 선언했다"며 "특정 단체만 거명하고, 전장연의 시위방식을 트집 잡아 갈라치는 것은 일제 식민지 시절 한국인 일본 순사보다 못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삭발에 나선 이형숙 회장은 철제 사다리와 쇠사슬을 어깨에 건 채 발언에 나섰다.

이 회장은 "우리가 처음 이동권 투쟁을 시작하면서 지하철 선로에 내려갔다. 해산을 시도하는 경찰에 끌려가지 않으려고 쇠사슬과 사다리를 건 채 버텼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가 시민들에게 욕설을 들을 때마다 하는 말이 '불편을 끼쳐 죄송합니다'인데, 왜 장애인은 세상을 살면서 매번 미안해야 하나"라며 "우리는 21년 동안 외쳤고 작게나마 세상을 바꿔내고 있다.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을 위해 더 끈질기게 외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삭발식은 약 7분간 진행됐다. 현장에 있던 장애인 활동가들은 '민들레처럼'을 부르며 눈시울을 붉히거나 감정에 북받친 듯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전장연은 오전 8시 47분께 행사를 마치고 아침 선전전이 열리는 4호선 혜화역으로 지하철을 타고 이동했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전장연의 지하철 행사로 3호선 하선 방향 열차가 지연되고 있다"는 안내 방송을 했지만, 이날 전장연 회원들이 종전처럼 줄을 지어 열차에 타는 방식 대신 각 승강장으로 흩어져 열차에 탑승하면서 별다른 열차 지연은 발생하지 않았다.

전장연은 4월 20일까지 매일 오전 경복궁역에서 릴레이 방식으로 삭발식을 이어갈 방침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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