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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 블럭공법'과 'DJ 블럭공법'의 차이

<뷰스 칼럼> 제3 신당, '민심의 바다' 위에 과연 뜰까

'정주영 공법'과 'DJ 공법'의 차이

수십만톤급 초대형 유조선이나 운반선을 만들 때 쓰는 공법 중 '블럭 공법'이라는 게 있다.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이 만들었다 해 세칭 '정주영 공법'이라고도 불리는 공법이다.

배를 수십개 블럭으로 쪼갠 뒤 지상에서 용접 등을 해 블럭을 만들어 나중에 짜맞추어 바다에 배를 띄우는 방식이다. 일의 효율성을 극도로 높일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현대조선 초기엔 하두 정 회장이 닥달해 군화발로 조인트를 까며 밤낮으로 정신없이 일을 하다보니 배에 필요한 것보다 블럭을 더 만들었고, 나중에 이 사실을 안 정회장이 머쓱해하며 "창고에 보관했다가 다음에 쓰면 되지 뭐"라고 말했다는 일화도 전해지는 공법이다.

요즘 범여권에서 진행중인 '제3지대 신당' 창당작업을 보면 이 블럭공법이 연상된다. 번갯불에 콩 구어 먹겠다는 식이다. 여러 정파가 각각 블럭을 형성한 뒤 이를 합쳐 거대한 '반(反)한나라당호'를 만들어 연말 대선때 한나라당과 한판 대회전을 벌이자는 것이다.

반한나라당호 그림을 그린 DJ를 필두로 한 범여권 신당 추진세력의 처음 그림, 세칭 'DJ 공법'은 그럴듯 했다. 탈당파까지 포함하는 범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손학규 등 한나라당 이탈세력, 그리고 재야까지 합하면 의석 숫자에서도 한나라당을 추월하는 거대정치세력이 재건되면서 한번 해볼만하다는 것이었다. 이때부터 이를 목표로 한 무수한 헤쳐모여가 진행됐고, 온갖 잡음에도 불구하고 5일 대통합민주신당이 출범하게 됨으로써 어느 정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처럼 보인다. 범여권 여기저기서 "이제 해볼만 하다"는 소리도 나왔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여러 블럭을 어렵게 짜맞춰 배를 물위에 띄우는 진수식을 하려는 데 관중석이 썰렁하다. 언론도 도통 관심을 안 보인다. 게다가 블럭을 만든 정파들은 각자 "이 배는 내 배"라며 연일 침방울을 튀기며 아귀다툼이다. 이게 잔칫집인지 상가집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왜 그럴까. 원인은 간단하다. 배를 만드는 데 쓰는 '산업 블럭공법'과 정당을 만드는 데 쓰는 '정치 블럭공법'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배는 설계도대로 정확히 만들어 짜맞추면 물에 뜬다. 그러나 정당은 그렇지 않다. 정당이란 '민심'이란 바다위에 뜨는 배이기 때문이다. '민심'이라는 밀물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아무리 거대한 정당을 만들어도 바다위에 뜨지 못하는 고철덩어리일 뿐이다.

정대철, 문희상, 김근태 등 대통합민주신당 소속 중진들이 3일 국회에서 열린 전원회의에서 밝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신당의 양대갈등, '비노 대 친노' '손학규 대 반손학규'

지금 신당은 내부적으로 두가지 전선이 복잡하게 엉켜있다. '비노 대 친노', '손학규 대 반손학규'가 그것이다.

'비노 대 친노' 대립은 해묵은 갈등이다. 감정적 갈등인 동시에, 노선 갈등이다. 갈등의 근간은 '노무현 5년'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이다. 비노진영은 "반노가 대다수 국민정서인 상황에서 친노로는 대선을 치룰 수 없다"고 말한다. 국민감정에 대향하는 모양새가 된다는 주장이다. 온갖 내홍과 스캔들에도 한나라당이 50%대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것도 이때문이라는 주장이다. 한마디로 "대선에서 이기려면 노무현을 밟고 가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노무현 사수를 외치는 친노진영은 펄쩍 뛴다. "차라리 정권 재창출을 포기하면 포기했지 그럴 순 없다"고 한다.

이들의 물밑갈등은 박상천 대표 등 비DJ 세력의 통합민주당을 끌어들이려는 협상과정에 끝내 대폭발했다. 정대철 등 비노세력은 박상천 대표를 만나 "통합민주당이 열린우리당보다 먼저 들어와 우리와 힘을 합쳐 열린우리당과 국정실패 세력 등 이질세력이 못 오게 하자"고 제안했다. 통합민주당에 대해 '비노세력 연대'를 제안한 것. 당연히 친노세력이 펄쩍 뛰었다. 이해찬, 한명숙, 김혁규, 신기남, 김두관 등 친노 5인방이 강력반발하며 신당 행사에 일체 불참키로 했다. 열린우리당의 신당 참여까지도 불투명해졌다.

신당에 '비노 대 친노' 갈등만 있냐하면 그것도 아니다. '손학규 대 반손학규' 갈등도 병존하고 있다. 범여권 입장에서 보면 손학규는 '굴러들어온 돌'이다. 그런데 이 돌의 위세가 만만치 않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도통 범여권후보 1위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다. 다른 범여권주자들이 아무리 뛰어봤자 도통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DJ 지원설'까지 나돌면서 '손학규 대세론'으로 발전, 범여권 의원들과 재야 사이에 '쏠림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당연히 손학규는 여타 범여권대선주자들의 공동의 적이 됐다. 연일 험악한 '손학규 때리기'가 펼쳐지고 있다. 정통성 논란에 이어 "손학규 인기는 거품"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기에 이르렀다. 급기야 물밑에선 "손학규도 한방이면 간다"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한나라당 경선이상의 험악한 혈투를 예고하는 징후들이다.

반성도, 감동도, 정체성도 없는 거함 '대통합민주신당'

흔히들 국회의석 과반수이상을 차지했던 거대정당 열린우리당이 난파했다고 한다. 하지만 엄격히 말해 열린당은 암초에 부딪쳐 난파한 게 아니라 뻘밭에 좌초했다 해야 옳다. 민심이란 바닷물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뻘 위에 나뒹구는 신세가 된 것이다.

그럼에도 열린당 등 범여권은 엉뚱한 위기해법을 만들어냈다. 열린당이 일단 헤쳐모였다가 통합민주당, 손학규 등 한나라당 탈당세력, 일부 재야를 합치면 다시 밀물이 들어오면서 배가 두둥실 물위에 뜰 수 있다는 식의 해법이다. '탁상 해법', 보다 적나라하게 표현하면 술자리에서 자기도취에 빠져 만든 '술상 해법'이다.

그러다보니 '굴러들어온 돌' 손학규에게도 맥을 못추고, '소신파 탄핵주역' 조순형에게도 밀리는 형국이 된 것이다. 손학규-조순형의 한가지 공통점은 둘다 비열린당 출신이라는 데 있다.

이 식으로 간다면 신당은 아무러 덩치를 키워도 물위에 뜨지 못한다. 열린당의 전철을 되밟을 뿐이다. 국민눈에는 반성도 없고, 감동도 없고, 정체성도 없어보인다. 정치꾼들의 집합체로 보일 뿐이다. 한차례 공개토론도 없이 몇몇이서 정강정책을 정하고 국민에게 다시 표를 달라고 하는 철면피적 접근방식을 당연시하는 한 신당의 미래는 없다.

모든 의원들이 대선 승리에 상관없이 차기총선에 불출마하겠으니 한나라당 집권을 막아달라는 식의 비장함이 전제되지 않는 한 그렇다는 얘기다. 이에 앞서 제 분수도 모르고 앞다퉈 출마를 하고 있다는 국민적 비아냥을 사고 있는 자칭 범여권 대선주자들의 무더기 자진사퇴가 선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박태견 대표 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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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이 1 개 있습니다.

  • 12 16
    하하

    내년에 김정일이 선장될거다
    해방전쟁 대비하라고 미사일 부대를 돌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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