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 보유주택 24만채 몰수해 공유" 베를린 주민투표 가결
"베를린시민들, 월세 폭등에 시의 주택정책 불신임"
베를린시의 주택정책에 대한 불신임인 만큼 이를 계기로 주택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베를린시 선거관리위원회의 잠정집계 결과를 보면 주택 3천 채 이상을 보유한 민간 부동산회사의 보유주택을 몰수해 공유화하는 방안에 대한 주민투표에서 56.4%가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집계됐다.
반대표는 39.0%에 불과했다.
베를린의 임대주택 150만 채 중 주택 3천 채 이상을 보유한 10여 개 민간 부동산회사가 보유 중인 주택은 24만 채 가량으로 전체 베를린 시내 임대주택의 15%가량 된다고 독일 타게스슈피겔이 전했다.
주민투표를 발의한 '도이체 보넨 등 몰수' 시민행동은 개표 결과와 관련, "주민들은 명확히 몰수에 찬성표를 던졌다"면서 "우리는 투기꾼들과 이익에 눈 먼 부동산업자들을 베를린에서 몰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도이체 보넨은 독일 증시에 상장된 부동산회사로 주택 15만5천여 채를 보유하고 있다. 보유주택 중 11만 채는 베를린에 있다.
시민행동은 "차기 베를린시 연립정부는 대형 부동산회사 보유주택 몰수와 공유를 위한 관련 법안 제정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 명확한 계획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민행동은 베를린의 월세 급등에 제동을 걸기 위해 주민투표를 발의했다. 더 많은 주택을 시가 보유할수록, 더 강하게 상승세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독일 헌법 15조에 근거해서다.
독일 헌법 15조는 "토지와 천연자원, 생산수단은 사회화(공유화)를 위한 손해배상의 방식과 규모를 정하는 법률을 통해 공유재산이나 공유경제의 다른 형태로 전환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베를린 시내 주택의 월세는 2016년 상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최근 5년간 42% 급등해, 독일 전체에서 가장 가파르게 치솟았다.
보유주택 몰수에 대한 대가로 부동산회사들에 대한 손해배상 규모는 시민행동이 80억 유로(약 11조원), 베를린시는 379억 유로(약 52조원)로 각각 추산했다.
이번 주민투표는 법안에 대한 투표가 아니고, 베를린시에 부동산회사로부터 주택 몰수를 촉구하는 형태기 때문에 주민투표가 가결된다고 하더라도 법적으로 이행 의무는 없다. 주민투표 결과를 어떻게 이행할지에 대해서는 새로 구성된 시의회가 연정 협상 등을 통해 결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회민주당(SPD)의 승리로 베를린시 연립정부 구성을 이끌게 된 프란치스카 기파이 사민당 베를린시장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주민투표 결과를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주민투표 결과를 뒷받침할 법안을 마련해 위헌이 아닌지 면밀히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파이 후보는 앞서 선거전에서 대형 부동산회사 보유주택의 몰수와 공유 방안에 대한 반대입장을 명확히 했다. 지금까지 사민당과 연정을 해온 좌파당은 시민행동을 전적으로 지지하지만, 녹색당은 이런 방안이 최후의 수단이라는 입장이다.
독일 주간 디차이트는 이번 주민투표 결과는 베를린시의 주택정책에 대한 불신임이라며 이를 계기로 베를린시 주택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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