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일이송 "문재인의 그린뉴딜, '산으로 간 4대강'"
"탄소중립 위해 늙은 나무 베고 어린나무 심자? 어처구니 없어"
희일이송 감독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일부러 숲을 베어내는 나라도 있다. 한국 말이다. 생각해보라. 탄소중립을 위해 늙은 바오밥나무를 쓰러뜨리고, 어린 나무를 심자. 이런 말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말인지"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나무를 베어 펠릿으로 가공하든, 화력발전소로 옮기든, 가구를 만들든, 다 '탄소중립'이란 이름을 내건 돈벌이 놀음이자 탄소 배출 과정이다. 나무를 베어내면 숲의 토양도 망가진다. 나무 자체와 토양의 탄소 격리 능력을 망가뜨린다. 어린 나무를 심어 다시 회복하려면 오랜 시간이 흘러야 한다. 또, 벌채가 되고 숲이 오염되면 낙엽층과 토양이 부식되면서 메탄을 내뿜게 된다"며 "아무리 뻘소리를 늘어놔봤자 기후변화를 더 가속화하는 범죄 행위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숲의 탄소 격리 능력을 높이려면, 숲을 건강하게 만들면 된다. 재자연화, 인공조림의 원시림화 과정에 주안점을 놓고 신중하게 수종 교체와 관리를 하면 될 일"이라며 "지금의 무차별적인 벌목은 '산으로 간 4대강'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앞서 산림청은 지난 1월 올해 업무계획을 발표하며 '탄소중립'과 관련, 오는 2050년까지 30억그루의 나무를 심어 매년 3천400만t의 탄소를 흡수하겠다고 했다. 산림청은 그러나 이 과정에 어린 나무를 심기 위해 기존에 고령화된 숲의 3억그루 나무를 베어내겠다고 해, 환경단체 등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다음은 희일이송 감독의 글 전문.
─ 바오밥나무의 비극에서 배우자
아프리카 사람들은 생전에 바오밥나무가 죽는 걸 볼 수 없다고 한다. 아무리 오래 살아봤자 바오밥나무에 비하면 하찮은 인생. 짧게는 천 년, 길게는 1년만까지 사는 게 바오밥나무.
아프리카인들은 바오밥나무를 '생명의 나무'라 부른다. 그 쓸모가 300가지다. 열매로는 주스와 빵을 만들고, 나뭇잎으론 약을 만든다. 꽃은 크고 향기로워 양봉을 하기도 한다. 또 나무 껍질로는 밧줄과 바구니를 엮는다. 때론 지붕을 얹는 끈으로도 쓴다. 늙은 바오밥나무 안쪽은 식품 저장고로 사용했고, 옛날엔 감옥으로도 사용했다고 한다. 어느 것 하나 버릴 게 없이, 아낌없이 준다. 그래서 생명의 나무다.
바오밥나무는 사람뿐 아니라 동물들에게도 많은 걸 베푼다. 조류와 박쥐류, 벌 같은 곤충들이 나무에 깃들어 산다. 그늘과 은신처를 제공한다. 건기가 오면 코끼리, 원숭이, 캥거루 등이 나무 껍질을 벗겨 먹는다. 바오밥나무 껍질은 수분을 촉촉히 머금고 있다. 건조한 아프리카에서, 온갖 불길의 위험에서도 잘 버티고 사는 이유다.
곧고 높게 자란 바오밥나무는 수분을 충분히 공급 받으며 자라고 있다는 의미고, 뚱뚱하게 자란 나무는 땅이 건조해 나무 스스로 물 창고 역할을 하느라 옆으로 비대해졌다는 의미다. 바오밥나무는 아프리카의 '오아시스'다. 곤충과 동물들이 나무 껍질에 의탁해 살아간다.
그런데, 그런 바오밥나무가 죽어가고 있다. 대략 10년 전부터 수령이 2, 3천년 된 나무들이 쓰러지고들 있다. 도대체 왜 죽는 걸까? 병충해도 없고 어떤 기미도 없이 죽어가고 있다. 과학자들이 여러 가설을 놓고 고민했다. 그러다 끝내 마지막으로 범인이 지목됐다. '기후변화'.
죽은 나무의 수분을 조사해보니 살아있는 나무에 비해 3, 40% 수분이 부족했다. 건기와 우기의 교란, 점점 부족해지는 강수량이 만년을 사는 바오밥나무를 쓰러뜨리고 있는 것이다.
아프리카 코끼리가 강수량 부족으로 녹조화된 웅덩이 물을 마시고 죽어가는 것처럼, 아프리카 바오밥나무들도 기후변화에 하나둘 그렇게 쓰러지고 있다. 육지에서 가장 큰 동물과 지구에서 가장 오래 사는 나무가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아프리카인들은 종종 자신들의 문화를 이해하려면 '바오밥나무'를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바오밥나무 자체가 아프리카 생태계 구조를 응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무 한 그루 자체가 '숲'이다. 숲처럼 수분을 머금고, 숲처럼 생물다양성을 끌어안고, 숲처럼 모든 걸 내어준다. 그늘과 물, 꽃과 열매, 일용할 양식과 집을 제공한다. 말하자면, 바오밥나무 한 그루가 쓰러지는 게 아니라 숲 하나가 쓰러지는 것이다.
지구적으로 기후변화로 숲이 소멸하고 있듯, 아프리카에서는 바오밥나무가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물론 그 와중에 일부러 숲을 베어내는 나라도 있다. 한국 말이다. 생각해보라. 탄소중립을 위해 늙은 바오밥나무를 쓰러뜨리고, 어린 나무를 심자. 이런 말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말인지. 바오밥나무가 쓰러지면 그 안에 깃들어 살던 곤충들과 새와 동물들과 인간을 내쫓게 된다.
나무를 베어 펠릿으로 가공하든, 화력발전소로 옮기든, 가구를 만들든, 다 '탄소중립'이란 이름을 내건 돈벌이 놀음이자 탄소 배출 과정이다. 나무를 베어내면 숲의 토양도 망가진다. 나무 자체와 토양의 탄소 격리 능력을 망가뜨린다. 어린 나무를 심어 다시 회복하려면 오랜 시간이 흘러야 한다. 또, 벌채가 되고 숲이 오염되면 낙엽층과 토양이 부식되면서 메탄을 내뿜게 된다. 아무리 뻘소리를 늘어놔봤자 기후변화를 더 가속화하는 범죄 행위일 뿐이다.
베어낸 나무를 팔아먹고, 탄소배출권을 팔아먹고, 각종 이득에 눈이 멀어 숲을 도륙하는 반생태적 관피아들, 그게 지금 산림청이 하는 일이고, 문재인의 그린뉴딜이다.
숲의 탄소 격리 능력을 높이려면, 숲을 건강하게 만들면 된다. 재자연화, 인공조림의 원시림화 과정에 주안점을 놓고 신중하게 수종 교체와 관리를 하면 될 일이다. 지금의 무차별적인 벌목은 산으로 간 4대강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바오밥나무 비극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수천 수만 년 동안 아프리카 생태계를 유지해왔던 저 한 그루 숲의 죽음 앞에서, 죽어가는 생명의 나무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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