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 스위스 암호장비 통해 한국 등 기밀 빼내

2차대전후 최근까지 120여개국 기밀정보 손쉽게 도둑질

2020-02-12 07:2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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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사실상 자신의 소유인 스위스 회사가 한국 등 전세계 정부에 팔아온 장비를 통해 최근까지 기밀정보를 빼내왔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폭로했다. 미국정부가 중국의 화웨이에 대해 '스파이칩' 의혹을 제기한 것은 미국 스스로가 오랜 기간 동일한 범죄를 저질러왔기 때문이었다는 얘기다.

<WP>는 11일(현지시간) 독일방송사 <ZDF>와 함께 기밀인 CIA 작전자료를 입수, 전격 보도했다. <WP>는 CIA 내부기관인 정보연구센터가 2004년 작성한 96쪽짜리 작전 문건과, 독일 정보당국이 2008년 작성한 구술사 등을 확보했다.

<WP>에 따르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각국에 암호 장비를 제작·판매하는 영역에서 독보적 위상을 유지해온 스위스 회사 '크립토AG'는 사실 CIA가 당시 서독 정보기관 BND와 함께 공동소유한 회사였다.

크립토AG는 2차 대전 당시 미군과 첫 계약을 맺은 이후 전 세계의 정부들과 계약을 맺고 암호 장비를 판매해왔으며 각국은 이 암호 장비를 통해 자국의 첩보요원 및 외교관, 군과 연락해왔다.

CIA와 BND는 미리 프로그램을 조작해 이 장비를 통해 오가는 각국의 기밀정보를 쉽게 취득할 수 있었다.

크립토AG의 장비를 쓴 나라는 120여개국에 달했으며 확인된 곳만 62개국에 달했다. 1981년의 경우 사우디아라비아가 이 회사의 가장 큰 고객이었으며 이어 이란, 이탈리아, 인도네시아, 이라크, 리비아, 요르단, 한국이 뒤를 이었다.

미국은 이 장비를 통해 1979년 이란에서 발생한 미국인 인질 사태 당시 CIA는 이란의 이슬람율법학자들을 감시할 수 있었으며, 포틀랜드 전쟁 당시엔 아르헨티나군의 정보를 빼내 영국에 넘겨주었다.

그러나 미국의 주된 타깃이었던 구소련과 중국은 크립토AG의 장비를 절대 이용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 회사가 서방과 연계돼 있다고 의심했던 것.

이 작전의 암호명은 'Thesaurus(유의어사전)'이었다가 나중에 '루비콘'으로 변경됐다.

1992년 크립토 직원이 이란에 체포되자 BND는 발각의 위험이 너무 크다고 보고 1993년 작전에서 손을 뗐으나, CIA는 독일이 갖고 있던 지분을 사들여 계속 작전을 이어가다가 지난 2018년이 돼서야 회사 지분을 팔고서 물러섰다.

CIA와 BND는 코멘트 요청을 거부했으나 문건의 진위를 반박하지도 않았다고 <WP>는 덧붙였다.

캐롤리나 보렌 스위스 국방부 대변인은 이와 관련, <AP통신>에 크립토에 대한 사안을 지난해 11월 5일 내각에 통보했으며 지난달 15일 해당 사안을 검토하기 위해 전직 대법원 판사를 임명하고 6월까지 보고하도록 결정했다고 밝혔다. 보도가 나오기 전에 이미 이같은 사실을 알고 내밀하게 조사를 해왔다는 의미다.

박태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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