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장, 93세 독립운동가 종손에 막말-삿대질
장세용 "내가 잘해준다고 했잖아", 구미시 "허옹 귀 어두워 큰소리로 말한 것"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물론이고, 진보단체인 민족문제연구소 등도 장 시장을 질타하는 등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14명의 독립운동가 배출한 '독립운동 4대 명문'
왕산 허위 선생은 평리원서리재판장(현 대법원장서리 격)을 역임하다 구한말 거병, 13도창의군 의병연합 총대장을 맡아 서울진공작전을 펼치며 저항했으나 체포돼 서대문형무소에서 순국했다. 서대문형무소의 순국 1호다.
후손들도 독립운동에 뛰어들어 왕산을 비롯해 허훈, 허겸, 허형, 허종, 허필, 허학 등 왕산가(旺山家)는 독립운동 수훈 14위를 배출했다. 그 결과 왕산가는 우당 이회영, 백하 김대락, 석주 이상룡 가문과 더불어 독립운동 4대 가문중 하나로 꼽힌다.
왕산가 중 만주 제일의 항일 파르티잔으로 일본군과 싸우다 33세에 순국한 허형식 장군(동북항일연군 제3로군 총참모장)은 저항시인 이육사의 외삼촌 허규와 사촌간으로, 육사의 시 <광야>에 나오는 ‘백마 탄 초인’의 실존인물이기도 하다.
왕산가의 투쟁 전력은 화려하지만 집안은 풍비박산 났다. 후손들은 러시아, 키르기스스탄, 우크라이나, 미국, 북한 등지로 뿔뿔이 흩어졌다. 구미시 임은동의 왕산 생가터도 남의 땅이 됐다.
종손인 허경성옹은 중국집을 운영하며 동생들과 함께 은행대출까지 받아 힘겹게 6억원을 모아 할아버지 생가터를 사들인 뒤 조건없이 구미시에 넘겨 그 터를 보존해 달라고 했다. 구미시는 그 뜻을 받아들여 이곳에 왕산기념관을 조정했다.
장세용 구미시장, 느닷없이 왕산 명칭 없애고 동상 이전도 추진
이런 허경성옹이 지난 20일 부인 이창숙(88)와 함께 구미시장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고령의 허옹 부부가 시위를 벌인 것은 지난해 7월 취임한 장세용 구미시장이 갑자기 물빛공원의 왕산광장과 왕산루 명칭을 변경해서다.
한국수자원공사 구미사업단은 국가산업4단지 확장단지 내 1만여 가구가 사는 지역에 물빛공원이란 근린공원을 조성했고, 왕산광장(8천㎡)과 누각 왕산루, 독립운동가 14인의 동상을 완공했다. 전임 시장은 2016년 주민공청회 등을 열어 광장과 누각의 명칭을 허위 선생의 호인 왕산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장 시장은 취임후 일부 주민의 민원을 이유로 "인물 기념사업을 태생지 중심으로 해야 한다"며 지역명인 산동면을 따 산동물빛공원, 산동광장, 산동루로 변경했다.
구미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왕산 가문 독립운동가 14명의 동상마저 구미시 임은동 왕산기념관으로 옮긴다는 계획이다.
당연히 허옹 부부는 강력 반발했고,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회와 구미경실련도 최근 성명을 통해 "구미시와 한국수자원공사는 국가산업4단지 물빛공원의 왕산광장과 왕산루 명칭을 변경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장세용 "내가 잘해준다고 했잖아", 허옹 부인 병원으로 긴급이송
허옹 부부는 이날 시위끝에 오후 1시 30분께 시장실에서 장 시장을 어렵게 면담할 수 있었다. 장 시장은 그러나 허옹 부부에게 고성으로 "그만큼 내가 신경 쓰고 있는데 왜 자꾸 이러냐. 내가 잘해준다고 했잖아" 등의 막말을 하며 삿대질까지 했다.
현장에 있었던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회 측은 이 과정에 장 시장이 욕설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허옹 부부는 당연히 격노했고, 심장수술 전력이 있는 이창숙 여사는 장 시장과 말다툼을 하다가 119구급차로 인근 구미차병원 응급실에 이송돼 치료를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구미시측은 "허경성 어르신이 귀가 어두워서 큰 소리로 말을 하다보니 오해가 있었다"며 "이창숙 여사가 수년 전에 심장 수술을 받아 안정을 취하기 위해 민족문제연구소 측에서 병원으로 옮겼다"고 군색한 해명을 했다. 장 시장은 "욕설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장석춘 의원(구미시을)은 21일 성명을 통해 “어르신들의 말씀을 빌리면 장세용 시장은 그분들께 반말과 욕설을 했다고 한다”며 “90대 어르신에게 반말과 욕하는 버르장머리는 어디서 배워먹은 것인지 모르겠다”고 질타하며 즉각 사과를 요구했다.
한국당 김병래 청년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변명 또한 볼썽사납다. '어르신이 귀가 어두워서 큰 소리로 말을 하다보니 오해가 있었다'고 한다. 해명대로라면 장 시장은 평소에도 귀가 어두운 어르신에게 반말로 폭언을 내뱉는 패륜적 성격의 소유자인 것인가"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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