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법원, 유람선 침몰 '가해 선장' 석방 결정
증거 인멸 의혹 제기되고 뺑소니 혐의는 빠져 부실 수사 논란
정부합동신속대응팀은 12일(현지시간) '허블레아니호'를 추돌한 크루즈선 '바이킹 시긴호'의 선장 '유리 C.'를 보석으로 석방하라는 법원 결정이 내려졌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헝가리 검찰은 크루즈선 선장의 보석 결정에 대한 항고가 기각된 사실을 이날 한국 법무협력관에게 전달했다.
크루즈선 선장은 지난달 29일 밤 앞서가던 허블레아니를 추돌한 후 구금됐으며 법원의 심사를 거쳐 이달 1일 정식으로 구속됐다.
검찰은 크루즈선 선장을 과실에 의한 다수 살해 혐의로 기소했다.
헝가리법원은 그러나 선장에게 조건부 보석을 허가했다.
보석 조건은 보석금 1천500만 포린트(6천200만원 상당)를 내고, 전자발찌를 차고 부다페스트를 벗어나지 말라는 것이다.
검찰은 이에 이의를 제기해 항고했지만 기각됐다.
법원은 보석을 허용하는 대신 일주일에 두 차례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아야 하는 의무를 부과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선장의 변호사는 선장이 잘못한 게 없다는 주장을 유지하면서 보석금을 내고 수사에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헝가리 수사당국이 '가해 선박'인 크루즈선을 억류하지 않고 자유롭게 영업을 허용한 데 이어 법원이 중대 과실 혐의를 받는 선장까지 석방함에 따라 수사가 미흡했다는 논란이 더 거세질 전망이다.
헝가리 검찰은 선장을 구속하면서 수상교통 과실로 인한 다수사망사고죄의 혐의만 적용했는데 바이킹 시긴호가 사고 당시 후진하는 영상이 공개된 상황에서도 도주, 안전조치 미흡 등의 혐의를 추가하지 않았다.
검찰은 선장이 사고 직후 휴대전화 데이터를 모두 삭제했다고 밝혀 증거 인멸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또 바이킹 시긴호는 사고 이튿날 풀려난 뒤 추돌 사고 부위를 새로 도색한 게 카메라에 포착돼 증거를 없앤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한국인 33명, 헝가리인 선장과 승무원 등 모두 35명이 타고 있던 허블레아니호는 지난달 29일 밤 9시 5분께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인근에서 대형 크루즈 바이킹 시긴호에 들이받힌 뒤 7초 만에 침몰했다.
한국인 관광객 중 7명은 구조됐지만 22명이 숨졌고 4명은 아직 실종 상태에 있다. 헝가리인 선장과 승무원도 모두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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