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이주열 결국 '금리인하' 시사

십여일만에 입장 바꿔...강남부동산 벌써 들썩

2019-06-12 09:3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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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결국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하고 나섰다.

이주열 총재는 12일 한은 창립 69주년 기념사에서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하면서 세계교역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반도체 경기의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될 소지도 있다"면서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 나가야 하겠다"고 밝혔다.

'경제상황 변화에 따른 적절한 대응'은 기존에 없던 표현으로, 시장에서는 경제상황이 더 나빠질 경우 금리를 내려 경기부양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는 불과 십여일 전인 지난달 31일 "거시경제와 금융안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놓고 보면 지금은 기준금리 인하로 대응할 상황은 아직 아니라고 본다"고 했던 말과 크게 달라진 것으로, 제롬 파월 미연준 의장이 지난 4일 미중 무역전쟁 격화에 따라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한은이 그만큼 따라 내리더라도 외국인자금 이탈 위험이 그만큼 낮아진다고 판단했을 개연성이 높다.

아울러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이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대외여건 불확실성이 당초 예상보다 커진 상황에서 하방 위험이 장기화할 소지가 있다"며 전방위 대응 필요성을 강조한 것도 이 총재의 태도 돌변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여당은 그동안 간접적으로 금리 인하를 압박해왔다.

실제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경제활력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이 총재 발언에 대해 "통화 완화적 기조 가능성을 좀 진전해 말한 것 아닌가 이해한다"고 '진전'이란 표현을 사용하며 반색했다.

문제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더라도 1천조원에 달하는 시중부동자금이 과연 생산적 분야로 투입될 것인가이다.

문재인 정권의 경제핵심중 한명인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금 대한민국에 제일 흔한 게 돈이다. 부동자금이 1천조원이다. 그게 다 부동산에서 번 돈"이라며 "부동산에서 번 돈은 부동산으로 가지, 혁신·창업 기업으로 안 간다"고 단언한 바 있다.

이미 강남 재건축아파트는 7주연속 상승하고 강남4구 일반 아파트값도 하락행진을 멈추고 반등 움직임을 보이는 등 시중부동자금은 다시 부동산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자칫 하면 아파트값 폭등이 재연되고 가계부채가 다시 늘어날 게 불을 보듯 훤하다.

이 총재도 이날 "가계부채는 최근 증가세가 다소 둔화했지만, 총량 수준이 매우 높고 위험요인이 남아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이에 대한 경계감을 아직 늦출 수 없다"며 이미 GDP(국내총생산) 100%에 달한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거론했다.

하지만 이 총재는 박근혜 정권때도 최경환 경제팀의 부동산경기 부양에 적극 동조, 잇따른 금리인하로 가계부채를 급증케 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바 있다. 그후 문 대통령이 집권후 모두의 예상을 깨고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의 강력 추천으로 이 총재를 연임시켰을 때 시장은 이를 정권의 경기 부양 신호로 받아들였고, 그 결과 아파트값은 폭등을 거듭했다.

정부는 최근 강남 아파트값의 꿈틀거림을 언제나 그러했듯 '국지적 현상'으로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강남은 언제나 전국 부동산값 급등의 진원지였다.

실물경제가 위기를 맞이한 상황에서 투기는 한시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비록 한시적일 지라도 또다시 부동산투기에 불을 붙인다면, 가계부채 폭발은 아주 가까운 시일의 현실이 될 개연성이 높다.

박태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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