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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지지율이 폭락한 이유

<기고> 임기말 盧, '성골 친노' 꾸리기에만 급급

노 대통령 지지율 하락은 방심과 오만의 극치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율이 21.4%로 내려앉았다. 7일 CBS가 <리얼미터>에 의뢰한 조사결과다. 전주에 비해 6.6% 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반대로 국정수행을 잘하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66.6%로, 전 주보다 6.8%포인트나 증가해 지지층이 대거 반대층으로 전환했다

이는 한미FTA 타결 후 30%대까지 올랐던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율이 '5·22 언론조치', '6.2 참평포럼 발언' 등 잇따른 논란을 거치면서 만들어진 결과다.

개인적 관측이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과 다르게 임기 말 U자형 지지도를 그려 국민들로부터 박수 받고 퇴임하는 첫 대통령이 될 것이라 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정공법에 기초한 국정운영이 당장은 인기를 얻지 못한다 해도 임기 말 경에는 그 진정성이 국민에게 확인될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또 임기 내내 좋지 않았던 실감경기(민생경제)도 경제순환논리상 임기 말에 회복될 것이란 나름의 예측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은 오를 때보다 내려올 때가 위험하다는 말이 있다. 등산과정에서 이런저런 위험을 극복하고 적응되었다고 믿은 채 하산하다가 정신적으로 방심하거나 육체적 긴장이 느슨해져 안전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안전사고의 조짐이 참여정부평가포럼의 결성에서 나타났다고 보는 것은 아직은 나만의 관점인 듯싶다. 그러나 참평포럼 결성이 어떻게 친노진영 이너써클의 몰락으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노 대통령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것인지는 머지않아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욕심이다. 성경말씀대로 '욕심을 잉태한 즉 사망을 낳는' 이치와 같다.

비장한 표정으로 국무회의전 국민의례를 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 ⓒ연합뉴스


얼마 전 유시민 전 장관이 언급한 '역린'이란 말이 있다. 용의 목둘레에 몸 전체의 비늘과 반대방향으로 난 약간의 비늘이 있는데 이를 역린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역린을 만지면 온화하던 용도 격노하게 된다. 그래서 국민감정을 건드리는 것을 역린을 건드린 것에 비유한 것이다.

노 대통령과 친노 이너써클은 지금 이 역린을 건드리고 있다. 한미FTA 타결과 종합주가지수 급등, 그리고 경기회복을 알리는 경제지표 등으로 U자형 지지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추세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방심이 빚은 오만으로 국민들에게 비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참평포럼 결성은 오만의 출발이자 상징이다. 청와대 권력자들이 퇴임하여 자신들의 업적을 자신들이 평가해서 알리겠다는 데서부터 오만은 시작되었다. 아직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 중앙과 지방의 양극화, 계층의 양극화, 교육과 문화기회의 양극화, 소득의 양극화, 그리고 결정적으로 부동산 등 자산소득의 양극화 등 각종 양극화에 시달리고 있는 국민들에게 "우리가 잘못한 게 뭐냐"며 덤벼드는 몰염치와 파렴치에 국민들은 기가 막힐 따름이다.

여기에 이완된 친노세력을 정치세력화하기 위해 미리 준비된 듯한 전술로서의 언론개혁조치를 일체의 의견수렴 없이 강행함으로써 진보와 보수 양쪽 모두를 적으로 만드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일반 국민이라면 누구나 기자들의 특권적 위치와 태도 때문에 넌더리를 낼 것이란 점에 착안해 흩어진 친노세력을 일거에 재집결시킬 호재로써 기자실 통폐합과 공무원접촉금지 등을 강행하였지만 결과는 그리 신통치 않았다. 대신 참평포럼 1차 강연에서 행한 노 대통령의 연설이 선거법위반 시비를 낳고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문제는 지지도 하락이 다시 회복될 가능성이 있는가다. 정치정세라는 것은 안개와 같아서 갑자기 나타났다가 갑자기 걷히기도 하니 정확한 예측은 곤란하다. 그러나 정치도 과학의 일종이어서 일정한 법칙이 있고 그 법칙을 기준으로 어느 정도 관측하는 것은 가능하다.

예를 들어보자. 노 대통령의 참평포럼 연설에 대해 선관위가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이란 판결을 내렸고 여기에 청와대가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아마도 노 대통령은 선진국처럼 대통령의 정치활동의 자유를 보장받는 관행정착을 위해 지지도에 연연하지 않고 헌법소원이든 권한쟁의쟁송이든 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선관위의 판단에 대해 가장 법을 잘 준수해야 할 대통령이 자신의 소신과 철학을 위해 같은 헌법기관을 무시하는 태도는 역시 진보와 보수할 것 없이 전체 진영으로부터 비판받을 게 명확하다. 이로 인해 20%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현재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질 것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이렇게 떨어진 지지도는 좀처럼 회복하기 어려운 지지도가 된다. 경제가 좋아지고 남북관계가 잘 풀린다고 해도(부시의 대북한 강경발언으로 잘 풀릴 기미도 별로 안 보이는 현실이지만) 그것은 이미 기존 지지율에 반영돼 있던 것이다.

다소 지지율 오름세가 있다 해도 그것은 국정운영에 대한 개별사안이나 이벤트효과로 볼 수는 있어도 정치인 노무현과 친노세력의 정치적 지지도로 보긴 어렵다. 밑바닥까지 왔던 지지도가 바닥을 치고 상승곡선을 그으려는 찰라 참평포럼이란 오만함의 극치에 신뢰기반이 송두리째 뽑혀버렸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금은 범여권 대통합의 기운이 기세로 뻗쳐나가는 때다. 배제론과 사수론의 양극단에 있던 박상천과 친노세력의 입지가 좁아져 가고 있고, 내용적으로는 이미 그들의 방침을 스스로 접은 상태다. 통합의 주도권이 통합파들에게 넘어가 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언급처럼 통합과정에서 지도력을 보인 사람이 대선후보로서 두각을 나타낼 것이기 때문이다.

그간 열린우리당 통합파들의 명분이 취약했다고 하더라도 대선이란 전략적 시점에서 통합운동의 주도권을 쥔 그들이 친노세력을 두고 갈 것인지, 같이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지경에 이를 정도로 친노진영의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는 형국이다.

이런 과정에서 친노세력은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잔존 열린우리당을 위해 당 밖의 당인 참평포럼을 만들고 있으나 이 행동은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국민들에게, 그리고 상당한 숫자에 달하는 유보적 지지자들에게 오만으로 비춰졌다. 정책노선중심의 범친노(개혁) 진영을 넓게 꾸릴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 버리고 임기 내내 권력을 휘두른 친노 이너써클 중심의 '성골' 친노를 꾸리기에 급급한 결과 결정적인 오판을 한 것으로 보이다.

노무현 정부는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측근들만의 정부는 아니다. 수많은 개혁지향 유권자들이 만든 정부다. 그런 정부를 권력핵심측근 몇몇이 농단하고 재단함으로써 애초의 광범위한 지지계층을 상당부분 한나라당에 갖다 바쳤다. 열린우리당의 지리멸렬에 이들의 책임이 없을 수 없다.

그러나 전통적인 지지자들은 새로운 정부도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계승, 발전해야 한다고 여기고 있다. 양 민주정부의 긍정성을 더욱 발현하고 한계를 극복해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어 달라는 마음들은 신자유주의와 이로 인한 사회의 급속한 보수화바람에도 불구하고 진보적인 정권을 원하는 유권자 여론에 생생히 드러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은 누구도 예상 못한 방심과 오만으로 점철되고 있다. 국민여론을 교정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투쟁하려 하고 있다. 잘못된 언론개혁의 시점과 방법으로 진정성마저 의심받고 있다. 절제되지 않은 막말로 국민의 눈과 귀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헌법기관인 선관위의 유권해석조차 거부하고 국민일반의 정서와 반대로 법적 대응방침을 밝히고 있다.

본래의 개혁성은 둘째치더라도 최소한의 염치도 파한 채, 빗나간 소신과 철학으로 스스로를 위안하며 국민들과 더욱 더 멀어지는 길로 가는 말채찍을 휘두르고 있다. 그것도 한줌도 안 되는 열혈지지자들만 쳐다보고서.

왜 아니 답답하겠는가. 임기막판에 찾아온 지지도 회복현상에 의존해 친노세력을 전근대적인 방식, 즉 노무현이란 보스를 중심으로 붕당을 만들어보고자 하는 욕심이 스스로를 망치고 있는데. 참평포럼이란 욕심을 잉태한 즉 사망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마지막까지 우호적인 지지자들마저 갈라 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과 친노진영을 보면서 진보와 개혁을 지향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지지했던 정권의 오만으로부터 자신들이 소외당하는 비극 앞에 그저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이 비극의 끝은 어디일까.
김석수 칼럼니스트

댓글이 1 개 있습니다.

  • 42 52
    세익스피어

    워낙에 무능해서
    속도 좁고 가방도 짧고 경험도 없는 인간이
    뭘 할줄 알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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