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등 전국의 234개 버스 노조가 29일 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 신청을 하며 쟁의조정 실패시 다음달 15일 총파업을 경고했다.

한국노총 산하 자동차노련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전국 버스 운전기사들이 오늘 동시에 쟁의조정을 신청한다"며 "노사 간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5월 15일 버스 운행이 멈춘다"고 밝혔다.

쟁의조정을 신청한 노조는 전국 버스 사업장 479곳 가운데 234곳 소속으로, 인원은 4만1천280명, 차량은 2만138대에 달한다. 지역별로는 서울을 비롯해 부산, 인천, 대구, 광주, 울산광역시와 경기도, 전남, 충남, 경남 창원, 충북 청주 등 11개 지역 버스노동자들이 참여한다.

이들의 핵심 요구는 오는 7월 1일 '주 52시간제' 도입에 따른 임금 삭감분 보전이다.

자동차노련에 따르면, 한 예로 경기지역 버스 운전사의 경우 주 52시간제를 적용하면 근무일수가 3~4일 줄어들면서 월 80만∼110만원 정도의 임금이 줄어든다.

이처럼 임금이 대폭 삭감되면서 신규 인력 충원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동차노련은 "노동시간 단축에 따라 인력 1만5천여명의 채용이 필요함에도 작년 7월 이후 채용 인력이 1천250명에 그쳤다"며 "사업주와 지방자치단체가 어떤 대책도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버스 파행 운행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사업주나 지방자치단체 모두 임금 보전을 해줄 여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

사업주는 신규 채용을 해야 하는 마당에 임금 보전까지 해줬다가는 파산하는 수밖에 없다고 반발하고 있고, 지자체들은 부동산경기 급랭으로 지방세 세수가 급감하고 있어 재정 여력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버스 노조들도 이같은 현실을 이해하고 있다.

자동차노련은 이에 "사업주와 지자체가 이미 한계에 도달한 상황에서 이제는 중앙정부가 나서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버스운송사업 재정 지원을 금지하고 있는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이 시급히 개정돼야 한다"며 중앙정부가 법을 바꿔 직접 임금 보전을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자동차노련은 아울러 "버스 요금이 동결된 상황에서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대폭 삭감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사 간 교섭이 한계에 부딪힌 상태"라며 버스요금 대폭 인상도 요구하고 있다.

중앙정부는 이같은 요구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26일 경기지역 버스업체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으나, 정부 또한 재정 여력이 없기란 마찬가지다. 올해 470조원의 슈퍼 예산을 짰고 최근 6조7천억원의 추경예산을 편성했으나, 여기에는 버스 임금 보전이 포함돼 있지 않다. 정부는 추경을 편성하면서 문재인 정부 출범후 처음으로 '적자 국채'를 발행해야 할 정도로, 올 들어 세수 상황이 악화되면서 재원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등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 지방정부는 적극 협의해 빠른 시간내에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나, '돈'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뾰족한 해법은 도출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결국 버스요금 대폭 인상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으나, 택시요금 대폭 인상에 이어 버스요금 대폭 인상까지 단행될 경우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민심 이반을 가속화할 우려가 커 정부여당의 고민이 깊어가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