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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 김 "김정은 매력적…좋은 상대"

"남북미 정상 '주역 라인업' 갖췄다…이 시간 활용해야" 톱다운식 해법 기대

앤드루 김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이 22일(현지시간) 그동안 북미 막후 협상의 한 가운데에서 느꼈던 소회와 전망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날 스탠퍼드대학의 월터 쇼렌스틴 아시아ㆍ태평양연구소 강연에서 가진 첫 공개 강연에서다.

지난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례 방북 모두 동행했던 김 전 센터장은 가까이서 지켜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매력적'이라고 평가하며 북한 주민 대다수가 경제에 방점을 둔 김 위원장의 정책 기조 변화에 만족해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 위원장 등 '톱다운 외교'를 통해 전면에 나선 남북미 정상 3인 '주역'의 등판으로 '기회의 창'이 열리게 됐다며 2차 북미 정상회담을 며칠 앞두고 사그라지지 않는 미국 내 회의론 차단에 나서기도 했다. 북미협상의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하겠지만 과거에 너무 연연할 필요는 없다며 '새로운 가능성'을 강조했다.

◇"김정은 매력적…김정일보다 좋은 협상 상대…北 주민들 그의 선택에 행복해할 것" = 김 전 센터장은 김 위원장에 대해 '매력적'(charming)이라고 규정했다. 김 위원장이 '정말로 핵심을 짚어내고 기술적으로 아주 정통하며 정말로 긍정적인 방식으로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김 전 센터장은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아들 김 위원장을 비교했을 때 김 위원장이 상대적으로 훨씬 나은 협상 상대라고도 했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그의 스타일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며 "두 사람을 비교해야 한다면 이 문제를 풀 상대로서 단연코 그의 아버지보다는 그와 협상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도 대부분의 북한 사람들은 그가 대외적으로 '관여'하며 주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데 대해 행복해 할 것"이라며 "김 위원장은 지난해 주민들에게 더 나은 삶과 경제적 번영을 약속했다. 북한 주민 대다수는 그의 관여정책을 환영하고 지지하는 것 같다"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북한 내에서) 필요한 걸 얻기 위해 핵을 포기해야 한다는 데 대해 모든 사람이 김 위원장의 주장에 동의하는 건 아니다. 김 위원장은 그런 사람들을 관리할 노력을 한다고 생각한다.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려고 하지 않은 사람보다 관리하고 위험을 무릅쓰고 긍정적인 방식으로 가려는 사람과 일하고 싶다"며 '협상가'로서의 김 위원장에게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줬다.

◇"남북미 정상 '주연 3인방' 전면에 나서…이 시간을 활용해야" = 김 전 센터장은 "그의 나라를 위해 새로운 길을 가길 원한다는 김 위원장, 북한을 고립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려 하는 문재인 대통령, 북한 문제를 최우선적 국가의 도전과제로 삼으며 문제해결을 위해 주도적으로 나서온 트럼프 대통령 등 이 문제를 풀려는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있다"며 "이들 주역(star)들의 라인업이 갖추진 만 만큼, 우리는 이 시간을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2년간 남북 고위 당국자들을 상대해온 경험에 비춰 "나는 우리가 이 문제를 최종적으로 해결하도록 평양과 대화할 훌륭한 기회의 창을 가졌다고 믿게 됐다"고 내다봤다.

과거 북미협상의 긴 역사를 거론, "이러한 교훈들은 북한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에 대한 좋은 토대가 되지만 우리는 지나치게 과거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 우리에게는 새로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며 "이는 행정부에 몸담고 있었을 때 많은 내 동료들도 비슷하게 느꼈다"고 언급했다.

김 전 센터장은 "내가 보기에 김 위원장은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강한 여망을 갖고 있다"며 "그것이 그의 나라를 번영으로 이끌고 체제 안전을 증진할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의 비핵화 진정성을 놓고 격론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동상이몽'이라고 표현하며 "김 위원장의 의도를 파악하는 유일한 길은 우리가 계속 그를 상대해서 그의 의지를 시험하는 것"이라고 관여정책의 지속을 강조했다.

◇"北, 미국이 노력 제대로 인정 안 해준다고 불만…더 보여줘야" = 김 전 센터장은 "북한 당국자들로부터 '미국이 그동안 취했던 상응 조치보다 그들(북한)의 양보가 훨씬 더 가치 있는 것이었다'며 미국이 북한이 한 부분에 대해 충분히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말해왔다"며 "이 부분이 북한이 토로한 좌절감이었다"고 전했다.

북한은 지난해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자신들이 취해온 모든 조치에 대해 미국이 '비핵화의 이정표'들로 평가해줄 것을 여러 차례에 걸쳐 요구해왔다는 것이다.

김 전 센터장은 북한이 자신들이 취한 조치들을 미국이 충분히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제기하는 상황과 관련, "개인적으로 나는 그들이 갈 길이 멀다고 믿는다. 그들이 자신들이 한 부분들에 대해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 100% 주장하지 않는다"며 "의미 있는 조치도 있었다는 걸 알지만, 그러나 그들이 원하는 만큼 인정을 받으려면 그들이 좀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추가 비핵화 실행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양보론·회의론 차단…"눈 계속 부릅뜨고 있어" = 김 전 센터장은 미국의 대북 관여정책에 대한 미국 내 회의론과 관련, "우리의 (대북) 관여는 속도가 느리기도 하고 때로는 많은 드라마가 펼쳐지기도 한다. 비판하는 쪽에서는 우리가 북한에 의해 놀아날 것이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과의 대화를 시작하던 초창기부터 "눈을 부릅뜨고 있다"고 말해온 것을 상기시키며 "우리는 계속 이러한 모드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에 양보할 것이라는 걱정이 있다는 걸 안다"면서도 "우리는 '외교적 관여'가 연장통에 있는 많은 연장 중 하나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 중차대한 시점을 맞을 때마다 접근방식에 대해 재평가하고 있으며 우리가 해온 많은 협상에 대해 복기하며 현 상황이 정확히 어떤지, 앞으로 진전해 나가기 위해 무엇이 최상의 시나리오인지에 대해 살펴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김 전 센터장은 지난해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앞두고 3명의 한국계 미국인이 북한에서 풀려나 송환됐던 것을 떠올리며 "과거 억류자 송환 협상 때마다 고통스러웠는데, 이번에는 일이 매우 전문적으로 처리돼 매우 놀랐다. 북한이 우리와 대화를 하고 싶다는 징후를 느끼는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北 필요할 때만 찾는 소통방식이 문제…인재풀 충분치 않은 듯" = 김 전 센터장은 "북한이 필요할 때에만 소통하는 방식을 고수해왔는데, 필요할 때만 대화를 한다면 미국과 새로운 우정을 만들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며 지난해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교착국면이 이어져 온 북미간 협상 과정에서 느꼈던 고충도 털어놨다.

지난해 김 위원장이 국제무대 데뷔로 한국과 미국, 중국 등과 잇단 정상회담을 소화하는 강행군을 했지만 정작 이를 담당할 관리 인재창고가 제한돼 있어 '과부하'가 걸린 측면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각 이벤트에는 많은 인적 지원이 필요한데 북한의 경우 한국이나 중국, 미국을 만날 때 같은 관리들이 담당한다는 게 흥미로웠다. 때때로 북한 측과 대화가 이뤄지지 않을 때면 그들이 (다른 외교적 관여 등으로) 인력 부족 문제를 겪고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 1인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된 '톱다운 체제'에서 정확히 누가 협상의 카운터파트인지 확인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던 점도 털어놨다. 김 전 센터장은 "협상의 성공을 위한 올바른 분위기 형성 차원에서 의사소통 문제는 극복해야 할 부분"이라며 지난 연말·연초 '속도'가 붙으면서 북미 간 소통이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 우리는 보다 자주 소통할 수 있고 (북한의) 반응도 보다 빨리 온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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